"너, 얼굴이."
그러자 우지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팔을 확인한다. 희고 얇은 팔에도 번진 얼룩에 내가 굳어 있자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김유권에게 붙어 있던 이태일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검게 변한 우지호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는 표정을 짓는다.
"야, 얘 얼굴!"
"우지호, 너 왜 이래."
문득 우지호의 숨이 가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 힘겨운 듯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는 우지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내가 급히 우지호의 어깨를 붙잡고 허리를 숙여 우지호의 얼굴을 살피고 나와 눈이 마주친 검은 눈이 생기가 없다. 김유권의 상태를 체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박경도 달려와 우지호를 확인했다.
"...일단 피 뽑아."
"예?"
이태일의 한 마디였다. 피를 뽑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순간 멍청하게 서 있다가, 박경이 '지금 뽑으라고요?'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이태일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빨리 뽑고 어떻게든 조치 들어가. 일단 피 뽑아서 대충 연구진들한테 던져주고, 아니다. 내가 한다. 일단 뽑아."
박경이 가만히 숨을 몰아쉬며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기대있는 우지호의 팔을 붙잡았다. 팔이 힘없이 들리고 고무줄을 팽팽하게 묶는다. 우지호가 갑자기 뚫고 들어온 주삿바늘에 평소와는 달리 '윽'하고 몸을 움찔거렸다.
"괜찮아. 괜찮아...응?"
우지호의 등을 토닥거리는 사이에도 피는 계속 뽑고 있었다. 한 번만 뽑으면 될 것이지, 가느다란 시험관 5개를 채우고 나서야 바늘이 빠져나가고 우지호 피를 뽑아 보랏빛과 검은 얼룩이 섞인 팔을 나는 주물러 주었다. 김유권과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평소엔 볼 수 없던 모습이라 그저 당황스러웠다.
피를 받은 이태일이 나를 한 번 힐끗 보고 안재효와 나가고, 이민혁이 불안한 표정으로 김유권과 우지호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우지호가 숨을 크게 들이쉬는가 싶더니 축 늘어져 있던 몸을 내게서 떨어뜨렸다.
"우지호, 너 괜찮아? 안 죽지?"
그러자 천천히 우지호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그대로 굳었다. 아까는 놀란 감정과 긴장감 때문에 몸이 굳었다면 지금은 또 다른 의미였다.
"난 안 죽어."
그렇게 말하며 우지호는 다시 하얗게 돌아온 얼굴을 슥 쓸었다. 어느새 팔도 새하얗다. 그런 우지호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다시 멀쩡해진 모습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이유없이 떨리는 숨에 내가 놀란다. 우지호가 조금 지쳐 보이지만 아까의 그 힘겨운 얼굴이 아닌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내게 입을 열었다.
"전에 네가 죽지 마,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난 안 죽어."
"괴물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지."
입에 담배를 물고 무심한 눈으로 우지호의 혈액이 든 시험관을 바라보는 태일. 처음 뽑았을 때만 해도 온통 새까맣던 혈액은 다시 평소 우지호의 혈액으로 돌아와 있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검은색이 거슬리긴 했지만, 원래 우지호의 혈액은 90%가 불순물질이었으니까.
"김유권은?"
"아직까진 별 문제 없습니다. 잘 쳐자고 있어요."
"그럼 다행이고."
"근데."
"뭐."
"과연 그 애가 아까 김유권에게 한 일은 뭘까요. 자기 몸에 있던 불순물질을 스스로 없앤 것도 그렇고."
그 말을 듣고 잠시 하려던 것을 멈춘 태일은 기지개를 펴며 몸을 의자에 바싹 붙였다. 손에 든 담배만 입에 물었다 뗐다. 옆에 있는 경의 표정이 진지하다.
"사실요. 전에 표지훈 반병신 될 뻔 한 날이랑 우지호 처음 온 날 있잖아요."
'어."
"그 때 한 생각이 있어요. 혹시 우지호가 표지훈을 치료한 건 아닐까, 하고."
"치료?"
"그 때 보셨잖아요. 표지훈 옷. 표지훈이 단순히 거기서 아무런 장비 없이 멀쩡히 살아있던 것도 신기하지만 일단 옷만 봐서는 굉장히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았는데 정작 표지훈 몸엔 상처도 없었고. 혹시 표지훈 병신된 거 우지호가 아까 김유권한테 한 것 처럼 치료를 했다거나..."
"뭐야, 난 표지훈 새 옷 입고 누워있는 거 밖에 못 봤는데. 그 전에 입었던 옷 어딨어."
"잠깐만요."
잠시 키보드를 치더니 자신의 계정으로 들어가 사진 하나를 스크린에 띄우는 경. 표지훈의 옷이다.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던 태일이 담배를 책상에 지져 껐다. 평소에도 툭하면 아무데나 담배를 지지는 버릇 때문에 태일의 방이나 연구실이나 항상 담뱃불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왜 이런 건 보고 안 했어."
"그냥. 복잡해질까봐요. 귀찮잖아. 머리도 아프고."
"그렇긴 해."
귀찮은 것 싫어하는 건 태일이나 경이나 마찬가지다. 태일이 무심하게 사진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비벼댔다. 하품을 하고, 졸린 눈으로 경에게 가 보라는 손짓을 한 태일. 경이 '그럼 갈게요'하고 먼저 나가고, 태일은 묵묵히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리모콘을 들었다. 넓은 연구실 여기저기에 켜진 전자제품과 불을 끄다가, 문득 보인 건 밝게 빛나고 있는 복도.
"치료는 무슨."
날고 난다는 의사들도 포기한 다리이다. 신경 안 쓰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지만 사실 어떻게 모른 척 할까. 하루에도 자신에 다리를 향한 저주를 셀 수 없이 퍼붓는 태일이다. 태일은 순간 자신의 머리에 스친 생각에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괴물이 뭘 한다고.
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태일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휠체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고 태일은 복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한 복도에 휠체어 바퀴 움직이는 소리만 조용히 들리고 어느새 유리벽 앞에 다다랐다.
"아."
안 자냐? 유리벽 너머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지호 때문에 화들짝 놀란 태일이 신경질을 냈다. 지호는 그냥 말없이 태일을 바라볼 뿐이었다.
"야, 우지호."
태일이 유리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도 미동도 없이 그저 태일을 올려다보는 지호. 몸을 웅크리고 있는 지호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생각한 태일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다리를 쿡쿡 찔렀다.
"너 아까 김유권한테 어떻게 한 거야."
지훈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지호인지라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아까 말이야. 뭐 했잖아."
"..."
"넌 내 다리 못 고쳐주냐? 너도 그 의사들처럼 안 된단 말만...아니다. 넌 말도 안 하지."
태일이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속내를 들어내지 않고 있었는데, 정작 자신의 말을 들으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 아니 괴물? 어찌됐건. 이런 사람을 만나니 술에 취한 것 마냥 평소엔 하지도 못할 말들이 말이 마구 튀어 나온다.
"난 당신이 불쌍해."
뭐?
태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잘못 들었나?
지호는 어느새 태일의 앞에 서 있었다. 높낮이 없이 일정하던 목소리는 직접 대화를 한 적은 없지만 지훈의 옆에서 듣곤 한 그 목소리였다.
"이태일."
지호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었다. 태일은 멍청한 얼굴로 지호를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이 불쌍해."
내가 이태일의 호출을 받고 연구실로 달려온 시간은 새벽 3시. 한숨을 내쉬며 이태일의 상태를 확인했다. 유리방 밖에서 휠체어에 기대 힘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눈. 얼굴 앞에 대고 손을 흔들자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헐, 울었어요?"
"미친 새끼."
발갛게 변한 눈을 옷깃으로 슥슥 닦는 이태일. 유리벽 너머엔 우지호가 웅크려 앉아 있고.
무슨 얘길 한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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