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탁 트인 공간. 바깥은 모래 바람에 불순 바람이 섞여 난리가 났는데 여긴 마치 태풍의 눈이라도 되는 것 마냥 조용하다. 조용한 가운데 중간에 서서 날 바라보는, 어느새 옷을 입고 있는 우지호를 바라보자 갑자기 힘이 풀려 무릎을 털썩 꿇었다.
기침을 하자 나오는 피. 너덜너덜해진 옷과 피부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우지호는 멀쩡하다.
녀석이 천천히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지호를 중심으로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컬컬한 목,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웃을 뿐이었다.
"위험한데."
내 앞에 다가와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는 우지호.
"왜 왔어."
"멍,청아."
짧은 한 마디인데도 뚝 끊겨서 나온다. 말 할 때마다 튀는 피. 따가운 목.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우지호를 올려다 보는데, 우지호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쓸었다. 내 손은 모래 때문에 버적버적한데, 우지호 손은 부드럽기만 하다. 꼭 처음부터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는 듯이. 부드러운 손이 닿는 곳마다 온기가 퍼져 따뜻해진다. 조용히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별안간 흘러내리는 눈물. 우지호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내 눈물을 긴 손가락으로 스윽 닦아낸다.
마치 시각 장애인이라도 된 것 마냥 우지호는 내 얼굴을 더듬다가 떨어졌다. 우지호가 떨어진 뒤 만진 내 얼굴은 상처 따위 없이 멀쩡했다. 웃음이 터져 '하하하'하고 웃는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는 우지호. 나는 충동적으로 우지호의 어깨를 잡아 당겨 끌어 안았다.
"우지호, 우지호. 너, 응? 우지호."
"숨, 잠깐만, 숨 좀."
내 어깨를 두드리는 우지호를 무시하고 그냥 꽉 끌어 안았다. 마른 몸이 그대로 느껴진다. 모래 알갱이 하나 묻지 않은 결 좋은 머리카락만 계속 쓸며 눈물을 또 흘렸다. 우지호도 내 어깨를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이내 천천히 토닥거리기 시작한다. 우지호와 닿아 있는 모든 곳에 온기가 퍼지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눈물만 툭툭 흘리다가 이내 고개를 들자 우지호가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지호."
"응."
"절대 죽지 마."
"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들이 너한테 뭘 하라고 하건."
날 빤히 보고 있는 우지호의 눈을 본 순간 눈물이 또 툭 떨어졌다.
"절대 죽지마."
꿈이 오래 간다. 온 세상이 하얗고 춥다. 내가 서있는 호수의 얼음은 천천히 균열이 가고 있고, 잠깐잠깐 정신을 차릴 때마다 보이는 이태일과 다른 연구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점점 더 균열이 커졌다.
며칠이나 그러고 있었나, 얼음이 깨지고 몸이 물에 빠졌다. 차가운 물이 몸을 베어버릴 기세로 달려들었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은 이리저리 떠다녔다. 그 때 덥석 내 손목을 붙잡는 손에 눈을 뜨니 보이는 건 우지호. 물 때문에 부드럽게 흐르는 머리카락을 보다가 눈을 감는 순간, 우지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고 사라졌다.
"난-"
뚝.
눈을 떴을 때 보인 건 군인 한 명. 내가 눈을 뜬 걸 보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무전을 날려 다른 연구원들을 소집한다. 이태일과 박경이 오고, 박경이 내 상태를 체크할 때까지도 나는 입도 뻥긋 못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 박경이 "이상 없어요"라고 말하자 이태일이 조용히 날 내려다보다가 사라졌다.
일주일동안 사경을 헤메다가 살아난 기분이 어때?
박경이 장난스레 물었고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우지호는? 우지호는 어딨는데? 걔 본격적인 연구 들어갔어. 박경의 그 말에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고, 하루가 지나자 나는 바로 팔팔하게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그러자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찾아왔다며 고마운 줄 알라며 이태일이 나타났다.
"우지호한테 있는 능력이 뭐야."
"뭐요."
"다 알아. 네가 거기서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 우지호가 X구역에서 살아 있을 수 있던 특수한 뭔가가 옆에 있는 다른 사람한테도 적용되는 거냐?"
퉁명스레 시선을 피하는 나를 향해 똑바로 봐, 하고 표정을 굳히며 말하던 이태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딱히 별 말 안하고 담배만 뻑뻑대다가 나가긴 했지만. 나는 그 다음 날 부터 침대에서 나와 연구에 참여했다. 온갖 소독을 다 거치고 나서야 나는 새 옷을 받아 입고 병실을 나갈 수 있었다.
이태일은 의외로 별 말 없이 넘어 갔다. 다들 내가 살아있다는 점을 매우 신기하게 여기며, 실종 된 군인 두 명(아마 죽었겠지만)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우지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나는 우지호와 격리된 그대로였다.
나는 이태일과 함께 우지호의 혈액에 매달렸고, 이태일은 이 일 말고도 다른 일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방사선을 쐬도 아무 문제 없는 우지호의 모습을 일일히 기록하는 이태일의 모습은 처음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왜?
그렇게 한참이나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뒤에서 다가온 이태일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 나도 앉아있던 지라 휠체어에 앉은 이태일과 눈높이가 딱 맞았다. 이태일이 오랜만에 쓴 안경을 손가락 끝으로 들어 올리며 내게 뭐 찾았냐,하고 묻는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이태일의 눈가가 시커멓다.
"아뇨, 아직 딱히 못 찾았어요."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닐텐데."
"그러면서 박사님은 왜 못 찾아요."
내가 투덜대자 이태일이 피곤한 미소를 짓는다.
"멍청하긴. 니한테 공적 돌려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에? 그럼 찾아서 나한테 알려주면 되잖아요."
"너 바보냐? 그걸 직접 알려주면 재미없지."
"갑자기 왜 착한 척이에요."
투덜대며 다시 현미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옆에 늘어져 있는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연구원들의 혈액. 이거랑 비교해서 뭐하라고. 투덜대며 종이를 정리하다가 툭 삐져나온 종이를 집었다. 어, 이거.
"사람 피 아니잖아요."
"응. 곤충 피."
"참나, 이젠 우지호를 곤충 취급하는 거에요?"
"왜? 괴물이잖아."
그래두. 투덜대며 곤충의 피와, 그 뒤로 또 나와있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의 혈액 관련 자료를 슥 흝었다. 평범한 곤충, 파충류는 둘째치고, 피폭 괴물들의 혈액은 왜 있는건데. 하긴, 우지호가 피폭 괴물이니까? 아니, 그걸 단정짓나. 우지호가 피폭 괴물이라는 증거 있어? 응? 그냥 뭐, 뭐...괴물 아니면 뭐야. 결국 나 혼자 끙끙 앓다가 사람의 피 자료는 모두 치워두고 나머지만 탁탁 정리해서 클립을 끼웠다.
우지호 보고 싶어.
꿈에서 본 게 우지호를 본 마지막이었다. 사람들한테 말하면 미친 놈 취급 받겠지만, 혹시 우지호가 그 때 꿈에서 날 살려줘서 내가 일어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망상을 해보았다. 아니, 뭐. 우지호가 뭔가 치유하는 능력도 있고 하니까? 지랄 작작. 조용히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현미경에 대고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는 우지호의 혈액을 보았다. 군데군데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 불순물질 때문에 더 보기 어렵다. 아, 그러게 이태일은 좀. 도와주지. 자긴 이런 거 잘 하면서 꼭 나한테 시키고.
멍하니 현미경만 들여다보다가, 다시 종이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 이거.
"얌마, 어디가!"
벌떡 일어난 나를 향해 떽 소리를 지르는 이태일. 또 막 담배를 피려던 참이었는지 입에 깨끗한 새 담배가 물려 있다.
"잠깐만요."
"야!"
내가 있던 좁은 방을 나와 빈 컴퓨터 한 대를 찾아 앞에 앉았다. 옆에 있는 스캐너에 종이를 넣자 혼자 파일을 나눠 인식하더니 금새 스크린에 이미지를 띄운다. 이미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이내 모두 합쳤다.
"...아."
스크린에 뜬 것은 우지호의 혈액과 거의 비슷한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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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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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와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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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미안해요 심심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우 시골갔다가 오늘 돌아와서 임시저장 불러오는데 응? 내가 이 다음에 뭘 쓰려고 했지? 그냥 문단으로 끊긴 것도 아니고 문장이 중간에서 뚝 끊겨서 애 먹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항상 망한 건 마찬가지만 오늘 글은 뭔가 굉장히 아무거나 쑤셔넣은 기분이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ㄷ..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격하게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