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검은 아이들 14
w. 태봄
맨 처음 발을 디뎠던 그 방, 석진의 회사에 딸린 그 방 앞에 서 있다. 이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면 다시는 나오지 못할까 봐 한참을 망설였다. 그 손잡이 하나 잡아 돌리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몇 분 동안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때와 같이 나를 데리고 온 남준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사이로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그 방이, 과거의 그리움을 사무라 치게 불러일으키는 그 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갈게요.”
“……”
“안녕히 가세요.”
“……답답해도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한 사일 뒤에 출국할 거야.”
“……네.”
“아주머니가 밥 주시니까 챙겨 먹고…… 나중에 보자.”
그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싱긋 웃은 후, 문을 닫았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그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멀어졌는지, 가까워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참이나 신발장 앞에 서 있었다. 그때보다는 커진 가방을 한 손에 꾹 쥐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절로 숙어지는 고개를 타고 흐르는 투명한 방울들이 그 크기를 키워갔을 때, 가방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잇새로 새어 나오는 서글픈 소리가 좁은 방에 가득 찼다.
나는 과거의 기억에 파묻혀 우는지,
미래의 불안감에 두려워 우는지,
그의 마음을 묵인한 죄책감에 우는지,
아니면 나의 무력함에 우는지.
원천을 알 수 없는 눈물이 그 깊은 속 어디서부터 샘솟았다. 수만 가지의 감정들이 눈물로 표현되었다. 감정을 추스르고, 흐릿해진 눈에 초점을 두고 방을 둘러보니 그때와 달라진 거라곤 현재에 맞춰 세련되어진 가구들밖에 없었다. 가구들의 배열과 색상, 벽지와 이불 그 외의 것들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다시금 상기되는 그 날의 기억들을 이기지 못해 아팠다.
“예전에 우리랑 한 번 문제가 있었던, 조태오가 속한 조직의 두목, 유아인과 만남이 있을 예정이다. 지금부터 유아인이라는 놈에 관한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나이는 만 30세, 결혼은 하지 않았고 거주지는 부산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목격된다고 한다. 지인들도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잘 알 수 없다고 한다. 그 자식이 지금 뭘 원하는지는 몰라도 아마 좋은 것 같지는 않으니 다들 긴장하고 있어라. 만약 낌새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면 모두 자세 잡고 대기해라.”
“네.”
사내들의 목소리가 굵직하게 울렸다.
“정국이는 반대편 옥상에서 장거리 사격 준비하고 있고, 호석이는 레스토랑 내에서 대기해라. 혼자 있기 심심하다면 누구를 불러도 무관하다. 그리고 남준이는 상황통제실에서 CCTV를 관리하고, 그 외의 직원들은 일반인으로 위장해 곳곳에 숨어 있어라. 되도록 레스토랑에 아무 관계 없는 일반인은 못 들어오도록 해라. 그리고 그쪽에서도 누군가 함께 올 수 있으니 그가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마라. 원래 허세에 가득 찬 사람들은 뒤에 누가 없다면, 당당해질 수 없으니 그는 절대 혼자 오지 않을 것이다.”
석진의 마지막 말에 사내들은 호탕하게 웃었다. 석진은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잔잔하게 웃더니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이크를 고쳐 잡은 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혹시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고 해도, 그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마지막으로 그가 네 사정권 안에 있다는 말은 너도 그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말이니 항상 조심하고 긴장해라.”
깔끔하게 말을 마친 석진이 겉옷을 챙기며 일어섰다. 회의실에 모여있던 직원들도 석진이 빠져나간 후, 하나둘 각자의 소지품을 챙긴 뒤 자리를 떠났다. 호석은 재빨리 빠져나가려는 정국의 목덜미를 붙잡고 피식 웃었다.
“너 어디 가려고.”
“내 방에서 쉴 거야.”
“나랑 총기 점검 가야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하면 안 돼?”
“안 되니까 따라와.”
정국은 입술을 댓 잘 내밀고 호석의 뒤를 쫓았다. 지하로 향하는 복도엔 뚜벅뚜벅한 구두 굽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단지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도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차 보였다. 그들이 내뿜는 위압감에. 하지만 실상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딱 그 정도의 수준이었다. 유치원 동생과 초등학교 형.
“오늘 안 하면 안 돼? 내일 아침에 하자.”
“그럼 하지 말고 저녁밥 굶던지. 할 일도 안 하고 밥은 왜 먹냐? 밥값은 해야지. 맞지, 정국아?”
“……미안.”
이런 식의 실 없는 대화.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분명히 흐뭇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 같은 대화.
다음 날이 되자, 회사 건물에선 엄숙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묵직한 공기가 사람들의 머리끝을 눌렀지만, 그들은 조금의 위축된 기세도 없이 당당한 몸짓으로 걸어나갔다. 모두가 모인 시끌시끌한 장소에서 석진이 차에서 내리자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자, 다들 모였나.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이상.”
사내들은 뜨거운 대답 소리와 함께 질서정연하게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정국은 건너편 건물의 옥상에서 시야를 확보한 후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총기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한 후 옥상의 난관에 기대어 자세를 잡았다. 이내 아인이 건물에 도착했다. 유아인 도착하였습니다. 정국의 투박한 목소리와 함께 건장한 사내들을 동반한 아인이 회전문을 통과해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엘리베이터 탔습니다. 남준의 목소리가 귀에 꽂힌 인이어를 통해 들어왔다. 다들 긴장해라. 마지막으로 석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십니까?”
아인은 손을 활짝 펴 몇 번 흔들더니 이내 석진의 앞에 자리 잡았다. 석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아인을 쳐다보았다. 두 사내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살얼음 같던 분위기는 아인이 눈웃음을 흘리는 동시에 깨져버렸다. 아, 너무 무섭게 바라보시네. 석진은 하하, 라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 물컵을 내려놓았다. 요즘 일은 잘 돼 가시나요? 아인은 형식적인 물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려 했다. 아, 네. 석진은 필요한 말에 대답만 하며 말을 줄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번에 조태오씨에 관한 일은 어떡하실 작정이십니까?
본대화의 시작이었다.
석진은 눈을 짙게 감았다가 뜨며 아인을 바라보았다. 아인의 눈동자는 곧게 남준을 향했다.
“조태오씨에 관한 일이라면 당신께서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
“아닌가요?”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이군요.”
불현듯 아인이 의자 위로 튀어 올랐다. 한쪽 무릎을 책상 위에 올린 채, 무겁지만 얇은 손으로 석진의 멱살을 쥐었다. 석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지었다. 아인의 손에 점점 힘이 가해지니 석진은 그제야 불쾌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석진은 계속해서 조여지는 목덜미에 더 이상은 못 참겠는지 테이블 위의 꽃병으로 아인의 머리를 가격했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부서진 꽃병은 꽃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펫 사이로 콕콕 박힌 유리조각과 그 위로 흩어진 꽃들, 몇 방울의 혈흔. 그 주위로 흩뿌려진 물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꽃병이 내리칠 때 가해졌던 힘으로 아인의 머리에선 시뻘건 선혈이 흘러나와 목선을 타고 흘렀다. 목덜미를 축축이 적신 핏덩이가 가시기도 전, 석진은 아인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깨진 꽃병 위로 쓰러진 아인은 선분 홍색의 핏기가 가득한 침을 뱉으며 욕을 지껄였다. 아- 씨발, 진짜. 석진은 코웃음을 치며 쓰러진 아인을 다시 한 번 걷어찼다.
석진이 권총을 꺼내어 탄창을 끼우며 잠시 한눈파는 사이, 아인은 테이블을 덮은 식탁보를 빼내어 석진의 위를 덮었다. 일순간 시야가 차단된 석진은 식탁보를 걷어내기 위해 허공에 주먹을 뻗었지만, 적막한 공기 사이를 가르는 주먹에 비속어를 내뱉으며 몸을 뒤로 돌렸다. 개새끼야, 뭔 짓거리야. 아인은 웃음기가 가신 목소리로 답했다. 이제 내 차례지. 아인은 석진의 오금을 걷어찼다. 갑자기 가해진 충격으로 석진의 무릎이 굽혀졌다. 이내 구부러진 석진의 등으로 아인이 발을 내리꽂았다. 말초신경을 타고 올라오는 충격의 짜릿함에 석진은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세포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온몸의 신경세포를 깨웠고 붉은 피가 뜨겁게 몸속을 달구었다. 석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석진의 머리를 다시 한 번 걷어차인 후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석진 위로 단단한 물체가 날아왔다. 예컨대, 그건 아마 의자였으리라.
차단된 시야로 석진이 꼼짝도 못 하고 맞고 있자 정국은 방아쇠를 잡아당길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 순간 석진이 아인의 발목을 걷어찼다. 아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석진이 그 위로 올라타 그대로 아인의 뺨을 후려쳤다.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인의 뺨 위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인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 석진은 아인의 이마를 짓눌렀다. 바닥에 박힌 유리 조각이 아인의 피부를 스치고 붉은 피를 내었다. 아인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자 석진은 아인의 울대를 한번 가격했다. 이때 석진의 뒤로 구두 굽이 날라왔다. 아인이 발을 뻗어 석진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었다. 석진은 그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뒤를 돈 순간 아인은 밑에서 빠져나와 석진의 턱을 날렸다.
석진은 우둑해진 이빨이 제대로 있나 확인해 볼 틈도 없이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아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석진을 쳐다보았다. 이빨 멀쩡해? 라는 말과 함께 아인의 주먹이 석진을 파고들었다. 석진이 한 발자국 물러나자 카펫에 쌓였던 먼지들이 옅게 일렁였다. 아인의 발이 석진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다시 한 번 발을 들어 올리는 틈을 파고들어 석진이 아인을 벽까지 끌고 갔다. 석진은 아인의 멱살을 쥔 채로 벽을 지지대 삼아 그를 끌어올렸다. 석진의 손에 이끌려온 아인은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한지 숨을 가쁘게 내뱉었다. 멱살은, 이렇게 잡는 거야, 아가야. 석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인의 표정을 살피었다.
그 순간 석진의 뒤에 있던 아인의 조직원이 석진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건너편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정국은 긴장하며 자세를 잡았다. 근처에 있던 호석도 총구의 방향을 바꾸었다. 순식간에 사내들의 총구가 움직였다. 철컥- 하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어, 나 거의 다 왔어. 언니는 어디쯤이야?
“나는 너 보이는데.”
일본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경리를 만나기 위해 나왔다. 저 멀리서 보이는 경리의 모습에 신이나 방방 뛰었다. 얼굴을 마주한 두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말 한마디 없이 서로를 향해 웃었다. 뭐 먹으러 갈까? 저녁 먹었어? 경리의 물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니 경리는 밥을 먹으러 가자며 팔을 이끌었다. 언니가 살게. 비싸고 좋은 거 먹으러 가자. 경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카드를 꺼내었다. 그에 따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며 경리를 뒤따랐다.
“어젠, 정말 이상한 손님이 왔었는데……”
“꿈에서 네가 나왔는데……”
여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거리가 조금 멀어 택시를 타게 된 뒤로도 별 차이는 없었다. 이런저런 실 없는 얘기를 늘려가며 웃으며 즐겼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게 될 경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어 일부러 얘기를 늘렸는지도 모른다. 도착했습니다. 택시 아저씨의 말과 함께 도착한 곳은 조금 으리으리한 건물 앞이었다. 맛있는 거 사준다던 경리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그에 맞는 건물 같았다.
“언니, 우리 오늘 여기서 밥 먹어?”
“당연하지. 내가 산다니까.”
“도대체 이 건물은 몇 층이야?”
경리는 웃으며 팔짱을 꼈다. 몰라,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타보지 뭐. 두 여자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남준은 상황을 지켜보다 총을 준비하며 겉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잠시 씨씨티비에 한눈을 판 사이 두 여자가 건물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두 여성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 층수를 알아차린 남준은 뒤늦게 뛰어가 보지만 상황은 조금 늦은 듯했다.
정국은 돌아가는 총구들의 방향을 쫓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두 여자. 열리는 문소리에 사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호석은 그 형체를 알아채고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간발의 차이로 늦은 남준은 한탄했다.
정국은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위해 총구를 입구 쪽으로 돌렸다. 아,
“누나.”
자신이 한참을 찾던 환영이었다.
남준이 두 여자를 뒤로 끌고 나가자 상황은 다시 시작되었다.
아인이 실없는 소리로 손 좀 놓으라고 얘기하자 석진은 보란 듯이 더 세게 쥐었다. 아인은 죽을 둥 살 둥 무릎을 굽혀 발을 벽에 댄 뒤 석진을 향해 밀었다. 복부에 꽂힌 무릎에 꽤 큰 한 방이었는지 석진은 쉽게 물러났다. 조직원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총구를 겨누었다. 석진은 자신을 갑갑하게 죄어오는 넥타이를 살짝 풀어내고 와이셔츠의 손목을 풀었다. 아인은 겉옷을 벗으며 와이셔츠를 걷어 올렸다. 문득 보이는 시계는 유리가 다 깨져 초침이 멈추어 있었다.
석진이 아인을 향해 주먹을 꽂아 보지만 슬쩍 몸을 돌려 피한 아인은 석진을 비웃었다. 그것밖에 안 돼? 아인은 석진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주먹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새끼야. 석진은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리고는 미친 듯이 웃어댔다. 저 새끼가 미쳤나 진짜. 속으로 되뇌며 아인을 미친 새끼라고 정의했다.
정국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애를 썼다. 누나가 살아있었다. 그것도 멀쩡히. 탕-. 잠시 먼 나라로 빠져든 생각은 무의식의 상태로 총구를 당겼다. 아, 좆됐다.
창문을 뚫고 날라온 총은 석진과 아인의 사이를 스쳐 한 기둥에 박혔다. 뜨겁게 날아온 총알이 주변의 벽을 뚫다 중간에서 그만둔 것인지 표면에 멈추어 하얀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날아온 총알로 향했고 한구석에서 고함이 울렸다. 바야흐로, 핏빛의 향연이었다.
호석의 주변에 있던 사내들은 직감적으로 적군을 파악하고 둘러쌌다. 호석의 곁으로 두세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호석은 사내들의 동선을 살피더니 기둥을 밟고 올라가 날았다. 가뿐히 날아 한 사내의 머리통을 가격한 호석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내 날라오든 발길질과 주먹질을 다 막았다면 거짓이겠지만, 호석은 꽤나 선전했다. 구석에 쓰러진 의자를 한번 걷어찬 뒤 다리를 하나 얻은 호석은 신명 나게 휘두르고 다녔다. 부서진 뾰족한 나무 가시에 팔이 긁힌 한 사내는 그 끝에 피가 몽글몽글 맺혀 이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사내는 피를 보자 상승하는 아드레날린을 이길 수 없었는지 반쯤 정신을 놓고 호석에게 달려들었다. 호석은 침착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사내의 배를 걷어찼다. 쿨럭- 하고 뒤로 밀려나는 사내는 침과 피가 뒤섞인 가래를 내뱉고 호석을 향해 고개를 쳐들어 올렸다. 호석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사내를 놀렸다. 그 순간 옆에 다가온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호석의 여유로움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날라와 호석에게 명중했다.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호석은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사내의 발이 호석에게 닿기 전 호석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사내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호석은 테이블을 들어 올리며 일어섰다. 갈 곳을 잃은 테이블은 그대로 사내에게 엎어졌고 호석은 사뿐히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는 신음했고 호석은 그 위에서 껑충껑충 뛰어놀며 주위를 한 번 살폈다.
정국이 놀고 있지는 않은지 적군이 천천히 한 명씩 쓰러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로. 피가 솟구치는 장면을 본 호석은 잠시 감탄하며 겉옷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씨발, 나도 처음부터 간지나게 총 쏠걸. 호석은 생각을 마치자마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내에게 총을 겨눴다. 탕-.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주위는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호석의 손끝에 있는 총구에 다다랐다.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더욱 발광하며 서로를 헐뜯고 싸웠다. 자신의 밑에 깔린 남자는 숨이 막히는지 팔딱거리다 행동을 멈추었다. 호석은 시시하게, 라고 생각하며 균형 감각 없었던 테이블 위에서 내려와 주위의 불쌍한 영혼을 구제하러 갔다. 어휴, 저기서 뭐하냐.
남준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남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들 어디서 주워왔는지 쇠파이프와 못이 박힌 각목…… 호석은 혀를 끌끌 차며 남준에게 다가갔다. 형, 뒤는 제가 볼게요. 호석은 남준에게 씩 웃어 보인 뒤 자신에게서 최단거리로 떨어진 남자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남자가 타격의 원인을 알아보려 고개를 돌린 순간 호석은 싱긋 웃으며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남자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속눈썹에 들러붙은 끈끈한 액체를 소매로 닦아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호석의 주위로 다시 여러 명의 남자가 몰렸다.
남준의 주위에서 꽤 빠져나간 사내들 덕에 남준은 한편 수월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뒤에서 날아오는 각목을 잡아 무게중심을 앞으로 두었다. 끝에 달린 남자의 손이 배에 걸리고 그 남자는 남준의 앞으로 날아올랐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떨어진 남자는 호석이 얼굴을 한 번 짓밟으며 끝이 났다. 남준은 남자들이 너무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는지 자신의 주변으로 각목을 휘둘렀다. 각목의 길이를 반지름 삼아 반원을 그리며 상대를 위협했다. 남준은 거리가 충분히 벌어졌다고 생각되었는지 한 남자의 어깨에 각목을 내리꽂았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남자가 재빠르게 나가와 남준의 아킬레스건을 걷어찼다. 휘청이던 남준을 각목을 어깨에 맞은 남성이 짓눌렀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 남준은 손에 박힌 유리 조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아파.
남준이 쓰러진 줄 알았던 두 남자는 신난듯 남준의 옆에 쭈그려 앉아 남준을 툭툭 쳤다. 야, 야. 남준은 대꾸하기 전 두 남자의 눈치를 살피더니 두 남자의 무릎을 감싸 안고 엎어졌다. 왼팔엔 왼쪽 남자가, 오른팔엔 오른쪽 남자가 깔려있었다. 왼쪽 남자는 넘어지며 거친 파편에 머리가 부딪친 듯 머리를 감쌌다. 무릎으로 왼쪽 남자를 짓누르고 앉은 남준이 오른쪽 남자에게 말했다. 일단 너부터. 오른쪽 남자의 얼굴에 순간 공포가 뒤 사렸다. 남준이 자빠질 때 생겼던 상처로 이마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남준의 턱선을 타고 내려온 뜨거운 선혈이 갈 곳이 없어지자 밑으로 뚝뚝 떨어졌다. 오른쪽 남자의 얼굴엔 남준의 핏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남준이 남자의 목을 쥐고 압력을 가하자 남자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었다.
왼쪽 남자는 넘어질 때 받았던 타격이 컸는지 아직 머릴 안고 있었다. 남준은 굴러다니던 쇠파이프를 하나 쥐어 지팡이 삼아 일어났다. 곧 쓰러진 남자의 배를 꾹꾹 누르며 남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마 내장이 뚫려 쇠파이프가 땅바닥에 닿는 느낌이겠지. 남준은 그 감촉을 생각하자 소름이 돋아 쇠파이프를 내던졌다. 구두 뒤꿈치를 들어 남자의 갈비뼈에 내가 꽂은 남준은 미련 없이 뒤돌아 먹잇감을 찾아 나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대부분 상황은 끝이 난 것 같았다. 석진과 아인 두 사람만 남아 치열한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미 탈진한 호석은 한구석에 누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남준도 그런 호석을 보고 그 자리에 망설임 없이 누웠다. 등 뒤에 배기는 파편들이 거슬렸지만 지친 몸을 위로 하는 일이 먼저였다. 숨을 내쉬며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아, 피곤하다.
“머리에 총 쏴줄까?
석진이 아이같이 웃으며 아인에게 말했다. 둘 다 지쳐 숨도 못 고르는 상태였고, 두 사람 모두 피를 한껏 머금고 서로를 지독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인의 귀를 스쳐 간 총알로 상황은 더욱 치솟아 올랐다. 아, 전정국 진짜. 석진은 한숨을 내쉬며 아인의 귀를 타고 흐르는 핏물을 보았다. 아인은 석진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몸을 살짝 낮춘 석진은 그대로 아인을 안아 들고 벽으로 직진했다. 석진의 머리는 아인의 배에 있었고 아인의 등은 벽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아인의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상황은 종결되었다.
“수고했어, 얘들아.”
나직한 석진의 목소리와 함께 일어난 호석과 남준은 석진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 곳엔 미리 차를 빼놓고 기다리는 정국이 그들을 맞이했다.
회사로 돌아온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먼지 구덩이에 구른 몸을 깨끗이 씻어내고 상처 치료는 그다음의 일이었다. 제각기 다른 상처를 안고 있어도 고통의 강도는 비슷했다. 터져버린 상처로 흐르는 물이 고통의 세기를 더욱 올렸고 그들은 앓는 소리와 함께 샤워를 끝마쳤다. 지하에서 모인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주기 바빴다.
오늘 본 그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끊임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지만,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라는 남준의 말에 경리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독히도 차가운 가구들이 나를 반겼고 그중에서 덜 차가워 보이는 소파에 앉아 하염없이 그들을 기다렸다. 거의 밤이 다 되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야.
“안녕하세요.”
“출국 준비는?”
밴드를 덕지덕지 바르고 한쪽 팔에는 붕대까지 감은 남준이 건넨 말이었다. 안 아파요? 나름의 감정을 담아 말을 건넸다. 견딜만해.
“그나저나 너 오늘 밥은 먹었어?”
“아주머니가 저녁 챙겨줘서 먹었어요.”
“아, 다행이네.”
잠깐의 대화의 단절이었다. 얼른 출국 준비해. 남준의 말에 네, 하고 대답한 뒤 문을 닫았다. 소파에 돌아와 멍하니 앉아있었다.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에 온몸이 나른해졌다.
-석진이 형, 여자는요?
-곧 가.
석진은 핸드폰을 답장을 치고 핸드폰을 껐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본으로 떠날 여자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안녕들 하셨지라... 4개월 만에 머리를 내밀어보네요...
정말 핑계 같겠지만 글럼프+시간이 없어서... 뭘 어떻게 해도 써지지 않는 글에 정말 속상했어요ㅠㅠㅠㅠ
오늘도 잘 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생존신고 참에 글이라도 올리려고....정말 죄송한 마음만ㅠㅠㅠㅠㅠ
그래도 오늘(금요일) 방학해여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방학해도 보충의 노예지만 그래도 올레!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 지은 자는 말이 없어요...잘못했어요...
떠나지 말아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구차한 변명으로 발목만 잡고 늘어나서 죄송하지만...죄송하지만, 죄송해요...
그래도 완결까지 몇 편 안남았으니까 우리 같이 힘내볼까요...?
앞으로 꼬박꼬박 잘 오겠습니다! :D
암호닉 신청 받지 않아요 :)
다음에 받을게요 !
봄꽃:)
지우개/꽃님/봄봄/윤기부인/새벽/꾸기/골드빈/씽씽/travi/0103/미키미키/살구누나/알바하는 망개/드라이기/즌증국/예화/솔트말고슈가/메로나/당근/파랑토끼/물망초/범블비/작가님워더♥/증원/0207/퍼플/초딩입맛/혱짱/ㅈㅈㄱ/찐빵/예꾹/침침보고눈이침침/바른도로/음오아예/다영/맞슈/마르살라/하늘/구리구리/첼리/태태루/쿠야쿠야/밍/찌몬/스틴/쿠키마망
태태사랑태태/호석이니? 호식이니?/0609/정체구간 침침/자기/뱁새☆/윤기부인/숩숩이/예꾹/방형네셋째아들정호석/열공하자/위드유/돌이돌이도리♧♧♧♧/또이/뚱이/쀼뀨쀼뀨/귤/누가보면/1029/:)/구리구리/0901/뽀야뽀야/눈침침이/알바하는 망개/하늘/사이다/태태랑/열원소/꽃님/달려라방탄/연화/몽유/너만볼래/버건디/윤기야/콧구멍/룰루랄라/비빔면/햄찌/됼됼/박여사/자몽/낙동강 오리알/또비또비/경쨩/☆우주최강짱예☆/즌증국/요괴/민슉아슈가/꿀링♥/빨간모자/새벽하늘/호비호비/정꾸기냥/스틴/골드빈/뷩꾹/눈부신/밍뿌/추억/마르살라/준아돌썰어?/ㅈㅈㄱ/늘품/국쓰/의대생/흥탄♥/뫙뫙이/강여우/타투/맹공자/0207/심슨/솔트말고슈가/딘시/이구역의 태형맘/이브닝/길수/싸라해/청보리청/윤기야밥먹자/인디핑크/환타/드라이기/쿠야/씽씽이/침침보고눈이침침/호비/슈가 슈가룬/비행기/나라빛/코코무아/참기름/찐빵/몽이/윤다/자몽 선키스트/#가위바위보/태태 루/ 불꽃/지민한울/굥기맑은날/메로나/주황자몽/청춘/라일락/슙슙/하나/롸롸롸/네티/새론별/천하태태평/전정국아내협회장/회색 아이들/라즈베리/미니꾸기/0103/쁄/슙기력/꾸쮸뿌쮸/지우개/바른도로/당근/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