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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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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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XX년 2월 17일
1) 우리집
우리집은 작은 단독주택으로, 엄마 아빠가 나와 이석민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 마련하신 '우리'집이다.
부모님이 직장을 다니며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마음껏 뛰놀아도 걱정이 없는 집을 마련하고자 열심히 우유배달 해가며 돈을 모으셔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렇게 큰 마당은 아니지만 봄에는 철쭉이 피고 여름에는 상추를 기르고, 가을에는 감나무에 감이 열린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예쁘다.
사계절 우리집의 마당은 나름대로 항상 아름답다. 예전에는 연못도 있어서 금붕어도 키우고, 수돗가에서 이석민이랑 빨개벗고 물놀이도 자주 한 것 같은데,
여름에 모기가 많이 꼬이고 고양이들이 우리 금붕어를 자주 노린다는 이유로 연못을 없애고 그자리에 1층 발코니를 만들었다.
그 발코니에서 여름에는 고기도 구워먹고 마냥 앉아서 바깥구경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난 연못보다 발코니가 더 좋다.
가끔 금붕어가 죽어서 둥둥 떠있으면 그렇게 놀랄 일이 없었거든, 보통 나보단 이석민이 까무러치고 엉덩방아 찧어 옷을 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럴일이 없어졌으니 약간 다행이기도 하고, 발코니에 가끔 오는 길고양이들도 귀엽다.
우리식구는 지금 1층에 산다. 집 안에서도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고, 바로 2층으로 통하는 바깥쪽 계단도 있다. 1층에 비해 2층은 좁은편이다.
원래 2층까지 우리가 사용했었는데, 엄마는 며칠전 돌연 선언하셨다.
"나 이젠 2층까지 청소 못하겠어. 저 쌍둥이 교복처치해주는거도 힘들어 죽겠어. 그냥 세줘버릴거야. 너네가 청소 안할거면 반대 하지마."
그렇게 아빠와 나, 쌍둥이 오빠 이석민을 포함한 우리 가족은 입을 꾹 다물고 2층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에 가장 안타까웠던 건 이석민일거다. 2층에 컴퓨터가 있어 컴퓨터를 할 때면 혼자만의 파리타임을 즐길 수 있었던 녀석이니까.
어쩔수 없이 네에..라고 말하던 이석민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나라 잃은 표정.)
나는 모르는척 석민이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이석민은 울망울망한 눈빛으로 내게 기대어 어떡하냐..한숨을 쉬었다.
2) 이석민
쌍둥이 오빠 이석민. 3분차이다. 3분 나보다 빛을 빨리봐서 오빠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씨.
원래 쌍둥이는 먼저 나오는 애가 먼저 생긴거라는데. 억울하다.
우리는 이란성쌍둥이고, 하나도 안닮았다. 이석민은 솔-직히 코도 높고 잘생긴 편인데, 나는 코도 낮고 그냥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그렇게 예쁘지도 않고. 아무래도 좋은 유전자는 이석민이 다 가져간듯하다.
이석민은 가만히 있으면 냉미남이라고 꺅꺅거리는 여자애들이 간혹 있었는데,
나는 가만히 있으면 그냥 진짜 멍청한 애로 보인다고 차라리 인상이라고 쓰고 있으라고- 이석민이 그랬다. 재수없어.
이석민은 보통 집에 있을 때 팬티만 입고 온갖 방을 누비면서 집을 시끄럽게 만든다.
요리하는 엄마 뒤에 찰싹 달라붙어 김여사~오늘 저녁 뭐야~라는 추태를 부리거나,
공부하는 내 옆에서 아 누구동생이길래 이렇게 못생겼을까~라는 개소리를 하거나.
목소리는 엄청 커서 감성에 젖어 이어폰을 꽂고 새벽에 노래를 부르면 곤히 자던 온가족이 깨어난다.
솔직히 노래는 겁나 잘불러서 학교 축제나가서 상도 받고 지역 축제나가서 캐스팅도 되고 그런다.
정작 당사자인 이석민은 아직 가수를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가수해서 연예인 친구좀 소개시켜주지,,
그 오빠놈이랑은 항상 같은 학교를 다녔다. 나의 어머니, 김여사는 본인의 오랜 로망이였다던 남녀쌍둥이를 키우는 기쁨에, 걔랑 나한테 항상 커플옷을 입혔다.
누가 봐도 쟤네 쌍둥이구나, 싶게. 코흘리개일적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 주관이란게 생겨나면서 똑같은 옷을 입고선 손잡고 등교한다는 사실이 창피해졌다.
이 감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극에 달했는데, 오죽하면 이석민이랑 같은 옷을 입히는 엄마한테서 달아나 난닝구 차림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엄마는 별 생각이 없었는지 껄껄대며 하나밖에 없는 딸을 난닝구차림으로 등교하게 두었고 이석민만이 쪽팔려하며 나에게 아무옷을 집에서 가져와 입혀줬다.
그 뒤로 엄마는 내게 더이상 커플옷을 강요하지 않았다.
(더 이상 같은 옷을 입지 못한다는 것에 이석민은 꽤 아쉬워했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도 나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주며,
소풍갈때 같은 옷을 입어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귀엽긴 한데, 당시엔 괜히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매몰차게 과자만 먹고 옷은 절대 입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때는 이석민이가 내 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기까지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석민은 학교에서 항상 또라이짓을 하면서도 인기가 많아서
지가 좋아하는 남자애의 쌍둥이 여동생이라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접근하거나 질투하는 년들이 꼭 있었다.
가장 충격적이였던게 중학교 1학년때 이석민과 함께 등교하고 하교하는 모습을 보곤 빡쳐서 내 교과서를집어 던진 아이.
지금 생각하면 이석민 팔짱끼고 앞에서 더 골려줄걸 후회도 되는데, 당시엔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게 너무 화가나서 괜히 석민이에게 불똥을 튀겼다.
그 뒤로 학교에서 아는척하지 말라고 했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서 내가 그렇게 싫으냐고 아무리 그래도 오빠인데 너무한거 아니냐고 버럭버럭 화도 냈다.
내 자존심에 너새끼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그렇잖아, 나는 모쏠인데. 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너가 창피하다고 얼버무렸다.
아는척 하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난 다음날인 중학교 2학년의 새학기 첫 날, 복도에서 날 마주치곤 반가워 흔든 손을 내가 무시해버리자
이석민은 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내 이마를 뻑 치고 도망쳤다. 지금 생각하니 이석민이 날 때릴정도면 진짜 분했나보다. 괜히 미안하네.
사실 석민이는 살면서 날 굉장히 많이 챙겨줬다. 꼴에 오빠라고 내가 다치면 어떡하냐고, 울면서 함께 아파해주고 (치료는 못해줬다. 피를 잘 못본다.)
뒤에서 나를 욕하고 다니거나 못되게 구는 아이들은 꼭 지가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 커가면서 이석민이 나한테 꽤 소중한 혈육이란 걸 알았고, '
그래서 굳이 우리가 가족이란 사실을 숨기지도, 밝히지도 않으면서 살아갔다. 물어보면 대답해주는거고, 아니면 마는거고.
뭐, 이석민 다정한 썰은 차차 풀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우선 여기까지만 하고 넘겨야지.
아 그래도 한가지 확실히 해두고싶은것.
이석민은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내 최고 웬수기도 하다. 너무 아름답게 포장하긴 싫은 내 오빠다.
3) 세입자
2층을 내놓은지 얼마 안돼 연락이 왔다. 부동산에 내놓은건 아니고 대문에 엄마가 대충 월세 몇, 보증금 몇, 이렇게 쓴 종이를 붙여놓았는데, 그걸 보고 연락한 모양이다.
부모님은 외출을 하셨고 집엔 인연을 열창중인 이석민과 하릴없이 복면가왕을 시청중인 나밖에 없었다. 어쩔수 없지. 내가 받았다.
♬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 집 내놓으신다는 거 보구 연락드렸어요. 그 슈퍼 근처 주택가에 있던 집 맞죠?"
"맞아요. 근데 지금 부모님 지금 안계시거든요, 나중에 연락드리게 핸드폰 번호좀 알려주세요."
" 최대한 빨리 연락 주실 수 있으세요? 3월 2일 전에 입주해야돼서요. 010-xxxx-xxxx, 권 순영입니다."
성과 이름을 똑 떼서 말하는 권순영이란 사람의 말투가 귀여웠다. 목소리만 들으면 고등학생 같은데. 3월 2일까지 입주해야된다는것도 그렇고.
이왕 고딩이면 잘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곧 너무 쓰레기같은 생각같아 내 뺨을 철썩 때리고 대답했다.
" 3월 2일이요? 엄마 오시자마자 말씀드릴게요."
"네, 감사해요. 그런데 혹시 그 집 따님이세요?"
포스트잇에 전화번호와 이름 석자 권,순,영을 가만히 적다가 뜬금없는 질문에 약간 놀랐다.
" 네, 제가 이집 유일한 딸내미인데요..왜요?"
"하하하, 아닙니다. 그럼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수화기 너머의 남자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고는 마음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그러는거지? 의아한 마음에 내 뇌리를 스쳐간 기억.
-
며칠 전, 엄마는 부동산에 내놓기 귀찮다며 연락이 올때까지 기다리자고 종이를 꺼내 매직으로
'2층 월세 내놓습니다. 친절한 집주인. 월세 30, 보증금 500. 화장실1, 큰 거실, 방1개. 02-xxxx-xxxx.'
썼다. 친절한 집주인이라니. 우리 쌍둥이 뻔뻔함은 엄마한테서 왔나보다. 이석민은 종이를 보더니 멘트가 약하다며 이래서 사람이 모이겠냐고 했다.
내가 요즘 이렇게 싼 집이 어딨냐며 사람 모이고도 남을거라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매직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나선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후다닥 붙이곤 뿌듯하게 웃던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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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그렇게 당해놓고 수상함을 느끼지 못하다니. 나레기, 진짜 학습능력 떨어져.
이새끼가 또 무슨일을 저지른건지. 뭔진 몰라도 뭔가 있는게 분명하다. 붙여놓은지 한 이틀은 되었어도 그닥 눈여겨보지 않았다.
어차피 전화가 왔으니 종이도 떼야겠다 싶어서 몰래 바깥으로 나갔다.
엄마가 예쁘게 쓴 글씨 밑에는, 누가봐도 나 남고딩이에요-하는 서툰 글씨체로,
'잘생긴 남고생1과 그 여동생 못생겼지만 먹을때 만큼은 귀여운 여고생1있음. 주의할것.'
오늘 저새끼 내가 죽이고 지옥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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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처음 써보는 글이에요.
여러가지 설명하고싶은 배경이 있어서 말이 길어진것같기도하고 급전개인것같기도하고..
다음화에는 아마 순영이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서브남주도..? 석민이는 항상 등장할 것 같아요. 여주랑 석민이는 세트거든요.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이긴 하지만, 만약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