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타입 주소 - https://posty.pe/p7yg3h 나재민과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항상 말했다. 우리 동네는 달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달동네라 불리는 거라고. 어렸을 땐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꼭 동화 속 세계에 사는 것만 같아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엄마의 낭만적인 바램일 뿐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달동네의 진짜 뜻은 아마 달을 가장 많이 보며 사는 사람들의 동네가 아닐까 싶다. 엄마는 달을 보고 출근하고 달을 보며 퇴근하는 고된 삶을 살았다. 동이 트기도 전에 집을 나서 가로등도 꺼지는 시간에야 집으로 돌아왔으니까. 식구가 늘면서 엄마의 일자리도 같이 늘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보고 싶은 밤이면 우린 대문 앞에 쭈구려 앉아 끝도 없는 계단 끝에서 엄마의 얼굴이 보이길 기다리곤 했다. 가로등도 몇 개 없는 동네인지라 어두컴컴했지만, 나재민이 있어 무섭지 않았다. '위험하게 나와있지 말랬지!' 얼마를 기다리든 결국 엄마는 나타났다. 걱정이 가득 섞인 엄한 표정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엄마 품으로 얼른 달려가 안겼다. 무섭게 다그치다가도 결국엔 반가움을 숨기지 못하고 우리를 꼭 안아줬으니까. 풀 벌래 울던 소리, 은은하게 비추던 달빛, 촉촉한 밤공기 냄새. 나재민의 어깨에 기대 엄마를 기다리던 수많은 밤. 그때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없게 됐다. 이젠 기다린다고 나타나 주는 사람은 없다. 햇빛도 제대로 못 보고 밤낮으로 일하던 엄마는 결국 과로로 쓰러졌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