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의 전역 소식은 부대 내에서 꽤나 소란스럽게 퍼져 나갔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의 소식이 안 들리는 곳이 없었고, 식당이면 식당, 훈련소면 훈련소, 하다 못해 연병장에서 뺑이 치는 새끼들도 노가리를 깠다 하면 온통 전역하고 이제 군대에 존재하지 않는 이재환 얘기였다.
"이 대위님 전역 확인사살 되셨지 말입니다."
"와.. 진짜 살다살다 이대위 전역한단 소리를 다 듣고 말이야.그만 살아야 할 때가 됐나.."
"초코파이 몰래 먹다 연병장 뺑이치고 있으면 반성의 기미를 좀 보여 봐라 새끼들아. 100바퀴 추가"
아..시발 기분 잡쳤어. 밥 잘 먹고 연병장 먼지바람이나 코에 좀 쐬려고 갔더니 또 하는 소리가 저거야.
모래 바람은 커녕 저 새끼들한테 모래 집어던지려다 겨우 참아내고 내무반으로 올라왔다.
육사때부터 필기, 실기 모두 수석을 놓치지 않아 국가에서 촉망받던 인재. 알파팀 전설. 최연소 대령. 모두 이재환을 칭하는 말이었다. 군인이 아니면 어디 저 흉흉한 뒷세계 1인자가 되고도 남았을 인간. 이재환은 그런 사람이었다. 충성할 줄 알고, 그 충성심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 그런데 이런 개처럼 충성밖에 몰랐던 새끼가 전역을 했다. 이유가 소령인 차학연을 피하려고. 이게 말이 돼?
하, 학연의 입꼬리가 한 쪽만 올라갔다. 눈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비겁하게 도망친 새끼 찾아가 빌 만큼 저는 궁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싫으면 나도 너 안 찾아. 아니 못 찾아. 내가 왜? 학연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딴 새끼 이제 안 보여서 속이 다 후련하네.
학연은 내무반 창문을 열고 소리질렀다.
"어이 뺑이치는 새끼들 다 돌고 300바퀴 추가!"
으아아! 연병장을 미친듯이 도는 쫄따구들의 발걸음이 내무반 안까지 퀘퀘한 먼지바람을 일게 만들었다. 먼지 바람에 눈은 순식간에 발개졌고 학연은 먼지때문에,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눈물을 흘리는거라며 눈두덩이를 소매로 벅벅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