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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시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꿈. 당신. 그리고 나. 당신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겨우 차렸던 내 정신을 다시 아득하게 만들었다.
3년전? 내가 올라온지 얼마 안됬을 땐거 같은데... 공원? 내가 공원에 갔었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만이 우리를 감싸고 돌 때 마침 구세주같은 내 전화가 울렸다.
감사한 마음에 얼른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너 어디야 임마!'
"여보세요? 네. 형 저 지금.."
여기가 어디였지.. 당신 집인것 같은데, 자다가 당신 손에 이끌려왔으니 주소를 알리가 만무했다.
당신이 불러주는 주소를 따라 매니저 형께 불러드렸더니 어쩌다 거기까지 갔냐고 나를 타박하며 그집에서 15분만 있다 나오라 했다.
...15분은 무슨. 1분 버티기도 힘든데.. 밖은 추우니까 5분만 있다 나간다고 당신께 말을했다.
당신은 아무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거실로 나갔다.
당신이 자리를 비운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채로 침대에 앉아 당신이 뱉은 말을 정리했다.
하지만 머리가 마취총이라도 맞은건지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아프기만 아플뿐이었다.
멍하니 5분이 지났고, 나는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제끼며 거실로 나왔다.
내가 나옴과 동신에 소파에 누워 눈을감는 당신의 얼굴이 빼꼼히 보였지만
지금 나는 당신이 눈을 감아준것에 고마워하며 조심스레 인사하고 현관문을 열어 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에서 매니저형을 10분넘게 기다리는 동안에도, 뭘했길래 여기까지 와있냐고 타박을 주는 매니저형의 잔소리에도
내 귀는 닫힌채 머리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굴려댔다.
한가지만 생각하는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오래도록, 골똘히 생각한다란 신조는 21년 내 인생에 없던 신조였지만 오늘만큼은 넘길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자,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3년전이면.. 18살, 18살 봄에 내가 여기에 올라왔고,
알바하면서 오디션 보다가. 막. 떨어져서 좌절하고, 마지막 오디션 보고,, 붙고,, 붙고? 이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뭐였지..
전화를 받고, 아니 아니, 좀만 더 뒤에.
똑같은 곳에서 몇번이고 머릿속에서 되감기를 돌렸다.
"...공원!"
"아, 깜짝아 임마. 무슨 공원은 공원이야, 스튜디오 도착했어."
"엥? 무슨 스튜디오요?"
"휴가 3일 줬잖아. 원래 내일 부르려고 했는데 오늘 저녁에 갑자기 하나가 잡혀서.. 야. 어차피 4시간뒤면 휴가 끝인데 4시간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해..
아, 그리고 공원 그건 뭐냐?"
"아! 공원!"
생각났다 드디어! 당신말대로 3년전, 나와 당신이 처음 만났던 장소. 3년이란 시간이 이렇게 사람의 기억을 말끔히 지울 수 있는 힘을가진 시간이었던가..
여기엔 인정하기 싫지만 한가지만 생각하는걸 싫어하는 내 성격도 한 몫 했으리라..
내려서 걸어가는 날보며 아직 답을 알려주지않아 답답했던 매니저형이 나에게 채근해왔다.
"아, 그게 뭐냐니까? 공원가고싶어? 공원에서 누구 만났냐?뭔데"
"가르쳐줄까요?"
"어. 뭔데?"
"안알랴줌"
...이로써 저번의 스마트폰 복수는 마친걸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 작가님과 간단히 인사를하고 촬영을 끝냈다.
내일 당신을 다시만날 예정이었다.
음..? 잠깐. 만나서 뭐라고 말을 꺼내지? 나, 생각났어요? 아니 이건 너무 오글거리잖아.
3년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이건 더...
아.. 뭐라고 말해 진짜!
어영부영 2일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당신에게 할말을 정리하고 있었고, 아무리 정리를 해도 생각은 뒤죽박죽 엉키기만 급급했다.
결국, 최후의 수단을 내렸다.
'작가님. 나 생각났어요. 그 공원에서 잠깐 뵐 수 있어요?'
알았다고 답이 올 줄알고 씻으러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확인해 본 문자는
'싫어'
충분히 까진 아니지만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문자였다. 3년을 기다렸는데 몰랐으니 서운했겠지. 근데.. 남자가 말이야. 이런데 꽁하고 말이야
'진짜요?ㅠ.ㅠ 그럼 저 나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전화로 할 수도 있었지만 싫었다.직접 만나서 목소리를 듣고싶었고, 그 전에 먼저 목소리를 듣고싶지 않았다.
처음봤던 사람의 어디를 보고 그렇게 3년을 기다릴 수 있었는지도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며 묻고 싶었다.
5분뒤, 역시나 답은 왔다.
'알았어.'
이제 사죄할 일만 남은 듯 했다.
답만하고 안나오면 어떡하나 맘졸였었는데 드디어 당신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당신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 나 진짜 바본가봐요. 아님 단순한가? 제가 원래 한개만 생각하는걸 되게 싫어해서 맨날맨날 뒤죽박죽 생각이 엉켜있거든요.
미안해요. 이제 생각나서.. 진짜 미안해요."
연신 배꼽인사를 해대며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숙였다 올리면 당신은 3년전처럼 똑같이 그 눈에 나를 담았다.
"미안하고요, 죄송해요. 이렇게 기다려줬는데 못알아봐서요. 그리고.. 3년전의 나를 계속 간직하고 있어줘서..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배꼽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뒤통수에 힘이 가해지더니 당신은 내가 고개를 들지 못하게 손으로 꾹 누르며 말했다.
"3년동안.. 많이컸네. 쑥쑥컸다."
"오오 진짜요?"
"거짓말이야"
훈훈하려던 분위기는 당신에 의해 깨어졌다.팍삭하고.
-fin-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ㅠㅠ 이 글을 소리소문없이 그냥 묻어두려 가만히 놔뒀는데 몇일전 어느 독자님께서 이 글에 하나하나 덧글을 달아주신걸 봤어요.
감동먹어서 어떻게든 이어보자. 하고 시험기간 틈틈이 써서 올려봅니다. 여기 나왔던 학연이 말처럼. 미안하고요. 또 죄송하고요. 그리고 저를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저 그리고 필명을 바꿀 예정이예요. 휴일쯤에 필명 바꾸고 글 옮겨서 마음가짐 새로이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다 감사드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