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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연시점)
세상은 무조건 단순하게 사는게 정답인줄 알았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닌것같다.
한달을 기다리던 형의 문자를 받자마자 다음일은 생각도 안하고 회사문을 나섰다.
먼저 연락을 할까싶었지만 나를 3년동안 기다린 형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보고자 계속 기다려봤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연락이 오지않을까봐 불안한 마음도 들었고 형은 무슨생각으로 이렇게 나를 기다렸을까란 궁금증도 들었다.
슬슬 지쳐가려던 무렵, 드디어 형의문자가 도착했다. '사진찍자. 나와'
내가 한달동안,그리고 이제껏 봐온 모습으로 생각하는 형의 성격상 참 형다운 문자라고 생각했다.
이 한줄을 보내려고 한달을 생각을 정리했다는게 귀여워 웃음도 살짝 났었던 것 같다.
이 문자 하나보내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생각하며 매니저형한테 거짓말을하고 얼른 뛰쳐나왔다.
뛰어서 10분 거리인 형의 스튜디오로 도착해 얼어있는 볼과 손을 호호불며 숨을 고르고 있을때쯤. 형이 나타났다.
"많이 기다렸어?"
"아뇨. 많이 안기다렸는데 추워. 얼른 들어가요."
오랜만에 본 형의 얼굴은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보자 괜히 얼었던 볼이 더 꽁꽁 어는것 같아 볼에 손을대며 스튜디오 안으로 쏙 들어갔다.
두번째 와보는 곳이다. 저번에는 정신이 없어 구경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이곳에는 형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있는것만 같았다.
따뜻한 조명과 형이 찍은것이 분명해 보이는 사진들. 그곳엔 우리가 만났던 공원과. 내가 붙어있었다.
벽면에 붙여진 수만은 사진들 중 인물을 찍은 사진은 나밖에 없었다. 풍경이 좋아 걸어놓은 거겠지..
의미부여를 하고싶지 않았는데 자꾸만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생각은 왜 내 사진만 저기 걸려있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뭐해? 세팅 다 됬어, 얼른와"
"아, 네"
멍하니 내사진을 보고있는 찰나 형의 소리에 허둥지둥 포토존으로 가서 섰다.
형의 요청을 받아 포즈를 취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차차. 진동으로 안해놨구나
항상 맞춰놓던 진동모드였지만 한달전 형의 말 이후로 진동모드로 전환시켜놓으면 혹시 형이 준 연락을 받지 못할것 같아 모드를 바꿔놓고 살았다.
형한텐 미안하다 말하며 든 폰은 '매니저형'이란 이름과 함께 벨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오늘하루만 일내자. 형 미안. 거절버튼을 누르고 벨소리대신 무음으로 전환시켰다.
사진촬영이 시작되고 형은 즐겁게 뷰파인더에 나를 담았다.
형을따라 웃으며 촬영에 임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다른사람을 뷰파인더에 담아도 저런표정이 나올까,였다.
아마 맞겠지. 사진찍는걸 워낙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음.. 이 감정을 뭐라고 구분해야 할까..단순한 호기심인가? 아니면..아직 느껴보지 못한 감정일수도 있다.도데체 이 감정이 뭘까..
복잡해지는 머리를 정지시키며 그냥 접어두고 촬영에만 임하기로 생각했다.
30분정도 촬영이 지속되고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형하고 대화를 하고싶었지만 일단 확인부터 해야할것 같아 전화기를 들었더니
전화는 물론 문자까지 수십통이 밀려있었다. 제일 마지막 온 문자를 확인했다.
'실장님 호출이다. 너 이거보면 무조건 바로 전화해'
1시간도 안됬는데 무슨 실장님까지 호출이야. 매니저형 선에서 끝날 문제일줄 알았건만 의외로 일이 커져버려서 입술을 깨물며 전화를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네 형. 아. 저 지금 잠깐만 밖에.."
'밖엘 왜나가. 얼른 안들어와? 내가 오늘 스케줄있다고 말 했어안했어. 실장님 지금 완전 열뻗쳤어. 나도이제 못막아. 너 알아서해. 끊어'
전화는 차갑게 꺼졌고 나는 애써 마음을 숨기며 형한테 미안하다 말하고 얼른 스튜디오를 나서서 회사로 뛰어들어갔다.
"죄송합니다."
"어디갔다온거야 차학연. 정신없어? 생각이 없냐고. 실장실로 얼른 뛰어가 지금당장."
"네. 죄송해요 형"
매니저형은 펑크난 스케줄을 수습하러 폰을 붙잡고 옆으로 비켰다.
실장실 앞에서서 심호흡과 함께 노크를하고 들어갔다.
"실장님. 차학연입니다."
"너 지금 장난하잖거야? 지금이 어떤시긴데 니가 지금 스케줄을 펑크내? 너 회사 나가고싶어?"
"죄송합니다."
"니가 한 5년차나 된줄알아? 신인이. 그것도 남자모델이 스케줄하나 펑크내면 이미지 얼마나 깨지는지 말했어안했어. 근데도 니가 스케줄을 빼고 싸돌아다녀?"
입으론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머리로는 형생각밖에 나질않았다.
한달만에 만났는데. 그사람이 얼마나 어렵게 보낸 문자였을까. 많이 혼나더라도 조금 더 있을껄 그랬나... 아 우리 한달만에 말도 한번 못해보고 나왔네..
나중에 꼭 전화해야겠다. 지금쯤 집에 들어갔겠지? 집엔 잘 들어갔으려나... 또 어디서 혼자 사진찍고있는건 아닌지..
"암튼 오늘이 처음이라서 이정도인줄 알어. 다음번엔 진짜 얄짤없어. 가봐"
"네. 죄송합니다."
길고길었던 잔소리가 끝나고 매니저형은 아까 펑크났던 스케줄이 다시 잡혔다며 얼른 이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하는 차안에서 형한테 전화하려 했으나 줄기차게 울려댄 전화와 문자때문에 핸드폰은 이미 꺼져있었다.
형.. 또 기다리려나. 얼른 전화해야 되는데.. 이동하는내내 문자와 전화만을 생각했고 ,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들어찬 생각은 형밖에 없었다.
21년, 세상을 참 단순하게 살아왔지만 이제 처음으로 내 인생이 복잡한 미로속에 내던져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 단순하게 살자란 신조가 깨졌지만 기분은..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생각을 더 하고싶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촬영이 얼른 끝나 집에가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Fin-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드디어ㅠㅠ제 필명을 바꿨어요ㅠㅠㅠㅠㅠ 원래 이렇게 오래 글잡에 있을 줄 모르고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거 필명으로 썼었는데 약간 좀 창피한거예요..허허.. 그래서 이번에 바꾸고 새 마음으로 시작하려 합니닿ㅎㅎㅎ 오늘도 글 재밌게 읽으시고 좋은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아마 학연이 시점은 내일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