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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지금 이 생각도. 너에게 하고싶은 말도.. 이 감정이란것도
네가 그렇게 급히 가버리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거실은 술병들이 휘황찬란하게 늘어져있었다.
"헐.. 택운이형 안녕하..하세요 하하"
"김원식은? "
"아. 잠깐 화장실갔는데.. 형 무슨일 있어요? 왜 이꼴보고 아무말도 안하지?"
평소 같았음 벌써 자신들의 신발을 밖에다 던져도 던졌을 사람인데 오늘따라 조용히 술판에 착석하니 이홍빈은 두려웠나보다.
"어?꼬마는? 왜이렇게 일찍왔어?"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털며 뱉은 김원식의 말을 시작으로 나는 소주 주둥이를 내 입에 갖다넣었다.
"어? 형 뭐해요? 왜 병나발이에요? 안주도 안먹고, 빈속에 그렇게 마시면 되게 따가워요"
"놔둬라. 꼬마랑 안됬는가보네.. 왜그러는데?"
"그런거 아니거든. 진짜. 이번엔 진짜 일이 아니라 처음만난거였는데.. 진짜 처음인데..."
걱정하는 이홍빈과 그냥 놔두라는 김원식 사이에서 어느새 그 쓰디쓴 소주는 모두 내 목을 타고 흘러넘어갔다.
무언갈 물어볼 새도없이 우리는 정말 사진만찍다 니가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갔다. 그게 내탓인가, 난 그저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너무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나오라고 했나, 아니 그럼 거절을 하겠지 .너도 나오겠다고 말을해서 나왔는데..
이런저런 생각들로 내 앞의 소주병을 하나하나 따기 시작했고, 이홍빈은 내게 안주를 물려주고 김원식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형. 아우. 속버린다니까요. 이거 좀 먹고 마셔요 응?"
"왜.니가 바람을 맞혔을 린 없고, 꼬마가 바람이라도 맞혔냐"
"바람? 바람이 뭔데"
"너 두고 꼬마 혼자 갔냐고"
"아니? 아닌데?내가 놔두고 왔는데? 진짜...걔가 놔두고 온거 아닌데"
"야 이홍빈 가서 소주 좀 더 갖고와"
"저래도 내일 속 장담 못하는데 더?"
"쟤 지금 아니면 속얘기 안해. 지 스스로 술병 땄을때 다 불어야 뭘 하든지 하지.얼른"
"도데체 뭐가 듣고 싶은건데? 뭐길래 형이 저렇게 퍼마시는데 더 갖다달란 소리를해?"
"야, 그건 나중에. 좀만 있다하고 그냥 가져와 좀"
"김원식 고집 진짜.. 알았어 그럼 나갔다올게"
손을 휘휘저으며 김원식은 이홍빈을 밖으로 보냈고, 나는 계속해서 남은 술들을 흘려보냈다.
"꼬마가 바람맞혔네. 왜? 바쁘대?"
"...바쁘면 안왔겠지 왜 와"
"그럼. 너 보기싫대?"
"몰라.. 다 몰라... 전화가 계속 와있어서 받으러 가는데 표정 안좋은거 다 보였는데.. 그랬는데 거짓말치고 갔어."
"무슨 거짓말?"
"회사에 급한일 생겼다고, 빨리 가야된다고"
"..거짓말이 아닌거 같은데?"
"아냐. 거짓말이야. 혼났을꺼야. 나때문에 내가 걔 혼나게 만든거같아.어떡해. 이제 그 애 못볼꺼같애"
이제 더이상 내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너를 만날수 없는걸까.. 불안했고 눈물이 났다.
그아이가 야단맞게 만든 내가 미워서 눈물이 났나.. 아님 거짓말을 한 그아이가 야속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넘기는 이 소주가 너무 쓴 탓에 흘리는 눈물일까..
"보고싶다. 보고싶어. 학연아. 보고싶어.."
잘못놔서 넘어진 소주병이 굴러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스르륵 눈이 감겼다.
"술만 마시면 니 마음 잘 알아차리면서 술이 안들어가면 왜 니마음을 그렇게 몰라. 보는사람 겁나 답답하게"
"김원식 나왔다 문열어"
"어, 근데 필요없을꺼같다. 뻗었어."
"야. 근데 진짜 무슨일인데?"
"너무너무 순수하신 사진작가님이 첫사랑이란 것에 빠졌는데, 눈에 확보이는데 자신만 그걸 못알아차리고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랄까."
"헐. 형이 첫사랑? 그래. 저번부터 왠지 이상했는데 역시."
"남들은 다 아는데 지 혼자만 모른다니까? 문제는 이걸 가르쳐줘도 못알아먹는 저 병신이지. 상대 꼬마는 무슨생각인지 나도 모르겠고."
"꼬마?"
"왜 내가 저번에 말해준 그 꼬마. 3년동안 정택운 지갑속에 들어있던 애. 그 꼬마한테 바람맞고 왔덴다. 야. 요새 신인모델들 바쁘냐?"
"어. 진심완전. 해외 패션사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 되고, 국내 런칭쇼도 지금 다 줄 서있는 상태라서 초비상이야"
"그럼.. 혼자삽질은 아니라는거네. 그만큼 바쁜데도 오긴 왔으니"
남들 다 아는 정택운의 첫사랑시작. 최소한 정택운이 주는 시선과 꼬마가 주는 시선이 엇갈린 시선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것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원식이었다.
"첫사랑은 안이뤄진다는데..."
"그럼 그것도 경험이지 뭐. 정택운 첫사랑에. 그것도 짝사랑이라... 빨리 좀 알아차리지. 답답해 죽겠어 그냥."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지? 형 사랑하는 사람있냐고"
"말해줘도 못알아먹어. 지금 저 감정이 뭔지도 모를꺼다 아마. 이 깽판은 정택운이 내일 알아서 치우겠지. 우린가자"
"내일 전화오는거 아냐?"
"꼬마 생각으로 바쁘실테니까 우리는 신경도 안쓸껄. 2차 콜? 아씨 2차도 아니네. 딱 뚜껑 딸라는데 정택운이 들어와서."
"좋지"
담요와 이마위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원식과 홍빈은 뿌듯한 마음으로 택운의 집을 나섰다.
'꼬마한테 전화해봐. 문자하지말고. 꼬마가 전화씹을 걱정 그딴건 좀 버리고. 말보다 더 좋은건 없다.
얼굴보는건 더더 좋은데 빈이가 지금 신인모델들 겁나 바쁜시기래. 어제 와준걸로도 너는 꼬마한테 감사해야되. 우린 간다.'
"야. 근데 첫사랑 안 이뤄진다고 누가그래?"
"어? 보통 그러지않나? 다 첫사랑은 안이뤄진다고"
"야, 그럼 우리가 안이뤄진 사이냐?"
-Fin-
오늘도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깨알 랍콩행쇼ㅋㅋㅋ 아! 저 내일 필명바꾸고 글 다 옮길 예정입니다. 옮겨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ㅠㅠ ㅎㅎㅎ
좋은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