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18.
흰 눈이 살랑살랑 내리던 날 우리는...2
"그게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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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날이 있지 않은가, 알람을 맞추지도 않고, 누가 깨워주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눈이 확 떠지는 날, 그런 날이었다. 눈을 떠 눈동자를 굴려보니 전혀 내가 어제까지 누워있던 침대같지가 않았고 천장의 벽지마저 달랐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서 일어나 앉아 머리를 짚는데 여기가 어딘지 상황파악도 되지않을때 방문이 열렸다.
"어? 일어났어요? 진짜 잘잔다. 몇번을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질 않더니.. 기다려봐요. 꿀물타올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너였다. 아, 어제 우리가 술을 그렇게 진탕 퍼마시고, 내가 먼저 뻗었나보구나. 그럼, 여기가 너네집?
"이거 좀 마셔요."
"응. 근데.. 어제 어떻게 된거야? 니가 나 데리고 온거니?"
"헐, 진짜 어제 일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고개를 끄덕거리며 꿀물을 한모금 마시는데
"우리 어제 키스했는데"
"풉"
"...신고식한번 거하게 하네요. 우리 어제 사귀기로 했는데 그건 기억나요?"
뱉을 꿀물이 없어서 멍하게 너를 바라보기만 했다.
"...거짓말"
"아, 진짜.진짜라니까요? 그니까 어제 어떻게 된거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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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그게 있잖아요.. 그게 당신이 나 좋아해서 그런거래"
들이키던 소주를 얼굴에 뱉었다. 너는 조용히 얼굴을 닦더니 다시 내게 말해왔다.
"나도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형보면 여기가, 자꾸 떨려요 진짜. 딴사람한테 들킬만큼 쿵쿵 울려서 창피하기까지 했는데, 그게 누굴 좋아해서 생기는 마음병이래요."
"근데..근데 넌 남자잖아"
"그럼 형 나 싫어요?"
"..아..아니 그건 아닌데.."
맞는 말이다. 절대 네가 싫은건 아니었다. 그런 감정조차는 들지않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네가 남자라서 내가 그 감정을 피하고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감정을 모른다고 말하기만 해놓고 찾으려 심하게 발버둥치지 않은 이유도.
어쩌면 우리 사이에 동성이란 벽을 어렴풋하게 마음속에서 세우고 있어서 그런건 아닐까 생각했다.
근데.. 근데 그런걸 다 떠나서 그냥 니가 좋은데..지금은 그냥 네가 남자건 여자건 생각하지않고 네가 좋다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사람이 사람 좋아한다는데 그딴게 무슨 상관이예요. 말 나왔으니까 나 오늘그냥 다 말할래요. 지금 말하기엔 약간 좀 이른것 같은데, 형은 날 3년전부터 생각해 왔으니까, 그냥 말할게요. 나도 같은 감정이었어요. 계속, 언제부터 이 감정이 이렇게 커진건진 잘 모르겠지만 감정이 식지 않을꺼란 확신에 말하는거예요.
나 형 좋아해요. 형도 나 좋아하는고. 물음표 안달아. 확실한거니깐. 확인사살차 말하는거예요."
멍한 나는 내가 그다음 행동을 뭘 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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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래서 내가 답을 했다고?"
"응. 여기다가, 찐하게"
너의 입술을 가리키면서 말하는 너를 나는 뚫어져라 쳐다봤다.
사실 나는 필름이 잘 끊기는 타입이였다. 술을 마시고 난 뒤 내가 뱉은 말들, 행동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네가 말해주는 어제의 사건을 듣고있자니 끊어졌던 필름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이어져 영화처럼 촤르륵 돌아갔다.
네가 술을마시며 한 말들, 내가 뱉은 말들 그리고.. 내가 먼저 다가갔던 입맞춤까지..
"형은, 말보단 행동파인가봐? 암튼 어제 난 말로, 형은 행동으로 보여준거 확실하죠? 기억나죠?"
"..아니 기억 안나는데"
"어어. 얼굴 다 빨개졌어요. 내가 말해주니까 다 기억나는 표정이더만 뭘."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않고 잔에 얼굴을 박고 꿀물을 원샷한채 튕기듯 침대에서 일어나 코트를 가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니가 붙잡았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못되었다.
다행히 집을나서서 몇분정도 뛰니 꽃집이 보였다.
"...장미꽃주세요"
"아,네. 여자친구 선물하시려구요?"
"...고백.."
"아. 그러시구나, 근데. 한송이 가지고 되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주는 꽃 한송이를 받아들었다. 뛰어가는데 살랑살랑 눈이 흩날리기 시작하더니 장미꽃 위에 이쁘게 떨어져 물방울이 맺혔다.
허겁지겁 뛰쳐나와도 호수는 기억한 기특한 정신에 10분 박수로 자축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문을열며 나오는 너에게 장미 한송이를 불쑥 들이밀었다.
"다시다시. 어제말고 오늘부터 시작하자. 내가 먼저 고백한걸로."
얼굴을 다 붉히며 건넨 꽃 한송이에 너는 3년전의 미소를 잃지않으며 내 꽃 한송이를 받아들였다.
3년이 지난 내안의 니가 나에게 너무나 특별한 존재로 내 뷰파인더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누구누구의 말을 빌리자면 3년전의 너를 만난건 정말 신께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을 들을정도로. 너는. 내게 참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흰 눈이 살랑살랑 내리던 어느날 우리는, 3년의 시간을 지나고 지나 드디어 함께 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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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하고나서 서서히 나는 변해가고있었다.
촬영이 끝난 스튜디오 안, 나는 여느때와 똑같이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열고 나가려하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순간,
나는 문을 닫으며 활짝웃곤 말했다.
"오늘 회식 안할래요?"
너는 나의 감정을, 행동을, 말을 서서히 변화시켰고, 나는 너의 뷰파인더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어갈 수 있었다.
너는 여전히 내 뷰파인더 안에 자리잡고 변함없이 해사하게 웃어줬다.
뷰파인더 안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으며, 언제나 따뜻했다.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 원래 택엔 View는 여기서 마무리가 됩니다. 오늘이 마지막이예요ㅠㅠ 하지만 제가 너무 아쉬운 관계로 ㅋㅋㅋ 계획하고있기로는 택엔 알콩달콩 한편과 랍콩 외전 한 두편?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ㅎㅎ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아닌관계로 끝이란 말은 안붙였습니다^^ 내일도 또 올게요^^ 내일뵈요~
아. View의 진짜 의미는 뷰파인더 안의 세상을 뜻했습니다. 택운이가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따뜻하다고 했던 말. 그리고 뷰파인더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기댈 곳 없는 차가운곳이었죠. 하지만 학연이를 만나고 학연이를 통해서 뷰파인더 밖의 세상을 점점 뷰파인더 안으로 스며들어가게 해서 뷰파인더 밖의 세상도 따뜻하다고 택운이가 느끼는 과정을 담고싶었습니다. 잘 표현이 되서 독자님들이 공감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