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택엔] View 17 - 인스티즈(instiz) 픽션 카테고리

(택운시점)

흰 눈이 살랑살랑 내리던 어느날 우리는..1

지금이 몇신지도 몰랐다. 정신이 어느정도 차려졌지만 눈은 떠지지 않는 상황이었고 목은 심하게 갈증이 났으며 속은 뒤집어질듯이 아팠다.

겨우 눈을뜨고 찬바닥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서 생수통째로 입에다 대고 들이켰다.

냉수가 들어가자 조금 나아지는 느낌에 한숨을 쉬며 푹 주저앉았다.

어제 들어온 시간이 한.. 7시 쯤 됬으니까. 술마시고, 자고, 거실의 유리창으로 비쳐진 실눈으로 본 하늘은 어제 집에 들어왔을때와 마찬가지로 까맣게 물들어있었다.

시계의 시침은 9를 가리키고 있었고 눈을 다 뜨자 무언가가 내 눈위에 떠다니는것같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이마가 간질간질해서 만져보니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었다.

김원식이 쓰고간듯해 보이는 포스트잇을 구기며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서야 나와같이 뒹군 술캔들과 소주병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 집에와서 이렇게 어지럽히고 간 두마리 개들을 씹으며 술병을 들었다.

술병한개를 쓰레기봉투에 담고선 뭔가 잊은것 같단생각에 구겼던 김원식의 포스트잇을 다시 펼쳐보니 너에대한 얘기가 눈에 들어왔다.

술병들을 뒤로 제쳐두고 휴대폰을 꺼내확인을 해보니 부재중전화 20통에 문자도 꽤나 많이 와있었다. 전부 다 같은번호. 너였다.

'형 전화안받네요. 나한테 삐진거 아니죠? 삐졌으면 풀어줄테니깐 전화하면 받아요. 나 촬영들어가요'

오후 여섯시에 마지막으로 끊긴 너의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생전 처음이었다. 물론 세 통이상 안오는 전화는 안받는다란 남의눈에 박힌 내 성격처럼 전화기를 원래 붙잡고 사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전화가 많이 오지도 않았다.

오는사람이어봤자 김원식. 아니면 김원식을 찾는 이홍빈. 집에계신 부모님이나 아주가끔 누나들 뿐.

언젠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옛날부터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게 거추장스러워 가만히 내 길을 걷다보니 지금의 여기까지 오롯한 마이웨이로 살았다.

누군가와 연락할 욕심조차. 아니 어쩌면 마음조차 없는게 사실이었는데 오늘 너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들을 보니 생전처음 사람관계에서의 욕심이란게 생겼다.

이렇게 속으로 아둥바둥 하고싶지도 않갔고, 너와 대화하고 싶었고 만나고싶었다.

23년정도를 이렇게 살았으면 이제 좀 표현을 해도 괜찮겠지..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까지 너무 외로웠으니까. 내가 만든 상황이긴 해도 지금의 나는 외롭다고 느끼니까.. 지금부터 바뀐성격을 갖고 살아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

이제 조금씩 조금씩 욕심을 내보기로 결정하고 전화버튼을 누르기전 심호흡을 하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너도. 양반은 못되는 모양이구나.

"여.. 여보세요?"

'아, 형 왜이렇게 전화 안받아요. 나한테 삐진줄 알았잖아.'

"아..음"

'뭐하고 있었어요?'

"자..자고 있었는데?"

'아.. 난 이제 촬영 다 끝났는데. 형. 우리 그럼 어제 못했던 말할까요?'

"응?"

'어제 할말있어서 부른거 아니었어요? 진짜 그럼 사진만 찍을려고 그랬던거야? 섭섭하네.'

너도 나와 다른 이유에서지만 섭섭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너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직도 널보면 어떤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인사할지 조차 당황스럽게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고 싶었다.

"아냐아냐, 너 어디서 촬영했어? 내가 거기로 갈까?"

'헐.. 형'

"응?"

'형 내가 본것중에 말 제일 예쁘게 잘한거 같아요'

너의 말 한마디에 괜히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너무 확 달라졌나.. 조금 창피하긴 하지만 너와 계속 전화기를 붙잡고 있으려면 말을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형형. 그럼. 형 스튜디오 앞에서 봐요. 나 거기서 가까운데 있어요.'

"그래. 천천히 와"

'응. 형도요. 나 화장 지우고 옷 갈아입으려면 좀 걸려요. 천천히 와요'

"응."

얼른 준비를 마치고 스튜디오로 나갔다. 근처라더니 오래걸리는건가.. 10분정도를 기다리다가 포장마차에서 먼저 주문을 시켜놓는게 괜찮을것 같아 자리를 옮기면서 너에게 문자를 했다.

'나 먼저 포장마차 가있을게. 저번에 우리갔던 그집. 어묵탕 시켜놓을게.'

추우니까 와서 바로 어묵탕 먹으면 따뜻하겠지..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어묵탕과 소주를 세팅해놓고 기다리길 10분쯤 했을까,

너는 뛰어왔는지 볼이 꽁꽁얼은채로 날 보며 웃으면서 얼른 들어왔다.

"미안해요. 갑자기 매니저형이 잡아서"

"별로 안기다렸어. 춥다. 국물마셔"

"넵"

속을 좀 데운 너는 곧바로 소주병을 따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들끼리 대화하면 술만큼 좋은 것도 없죠?"

"..."

"뭐야. 아까 전화할때까지만해도 말 잘하더니, 그럼 나 저기 저 테이블에 앉아서 전화로 할까요?"

말을 안한건 생각때문이었다. 내가 무슨말을 뱉을지도 모르는데 과연 저 술들을 내 입으로 털어넣어도 괜찮을까. 술 못마신다 그럴까, 아냐아냐 너무 뻔한 거짓말인데.. 어떡하지...

"형형, 형 무슨 일 있어요?"

걱정스레 묻는 너의 모습을 보고 그래. 설마 무슨일이 있겠냐 싶어서 에라모르겠다 하곤 그냥 소주잔을 내 입에 털어넣었다.

두번째 잔마저 털어넣으려는데

"어어. 이 형 술을 왜이렇게 급하게 마셔? 누가 안뺏어가요. 짠. 이거하고 먹어야 술이 더 맛나지"

너는 내가 바로 마시려던 잔을 저지하고, 자신의 잔에 꼴꼴꼴 술을 따라붓더니 잔을 쥔 내 손목을 들어올려 쨍 하고 마주쳤다.

그렇게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너는 갑자기 소주잔을 탁 내리치고 술만마시니까 재미가 없다면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아 형! 진짜 나한테 하고싶은말 없어? 난 할말 많단 말이야. 왜자꾸 술만마셔요."

"그럼 너먼저 해봐. 내가 들어줄게"

"음..응 그래 그럼. 그럼.. 형아 지인짜 진짜 솔직히 난 3년전에 형 기억 안난다? 솔직히 내가 머리가 좀 단순해서.. 형아 기억은 안나는데. 근데.. 근데 있잖아. 스튜디오에서 처음 형을 딱!하고 만나는데 왠지 그냥 느낌이 좋은거야. 그뒤부터 형이 어떤사람인지 궁금하고, 계속 보고싶고, 만나서 옆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을꺼같고, 나는 이랬다? 근데.. 근데 형은 아닌거 같더라. 물론, 형이 낯도 많이 가리는거 알어. 근데, 나한텐 좀 특별할 줄 알았단 말이야. 다른사람이랑 똑같기만하고, 그래서 형아가 이제 내사진 나한테 줬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다른사람이랑 나를 똑같이 생각하는구나. 그런거같아서 진짜진짜 서운했어,"

술을 한잔씩 한잔씩 들이키며 너의 말을 듣고있었다. 그래. 너의 마음은 이랬었구나. 너는 나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사람이랑 똑같이 대하는 날 보고 많이 서운했었구나. 근데 나는,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닌데. 너를 다른사람이랑 똑같다고 생각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니가 참 특별한 사람이라고 늘 생각은 하고있었다.

어쩌면 지금의 생각은 특별함을 넘어설 만큼으로써의 존재감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감정은 특별함을 넘어선 감정임을 오늘 너의 말을 듣고서야 알 것 같았다.

"아...아냐. 아냐. 다른사람이랑 똑같이 생각안해"

"그럼 뭔데요?"

"나..나는, 그니까.. 3년을 기다렸어. 3년동안, 너가 쑥쑥커서, 올해는 날 찾겠지. 올해안에 꼭 찾을꺼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1년이 지났어. 근데 2년째 넘어가니까 정말 니가 날 찾아줄까. 생각이 들었어. 우린 그때 정말 처음만났던 사이였으니까. 근데, 근데 생각하면 할수록 너를 계속해서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단 생각이 드는거야.

그땐 그 생각이 왜 드는지 모르겠어서 널 만나면 왜그런지 알겠지. 하고 계속 기다렸어.

3년동안, 나는 사진의 주인을 기다리다가, 너를 기다리게 된거야. 아직까진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는데 나는 너를 계속 생각.. 하고 있었어 학연아.사진을 주고서도. 솔직히 사진을 주면 우리는 끝이니까. 더이상 볼일이 없으니까 주기가 싫기도 했어. 그냥. 그냥 널 계속 만날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하루가 다 가기도 하고.. 너한테도 어렵게 문자하고.. 진짜 너는 나한테 다른사람들이랑 다른거 같은데. 근데 아직까지 이 감정의 이름은 모르겠어. 어떡하지"

술의 힘을 빌리니 횡설수설 하지만 그래도 말은 술술 나오는 듯 했다. 너를 생각하면 나는 무슨 기분이 들어서 이때까지 널 기다린걸까... 그건 아직까지 술을 마셨지만 정답을 알 수가 없었다.

"형. 형 그럼, 있잖아요. 내가 그 감정 맞춰볼게요"

"응?"

"나 생각하면 무슨기분이예요?"

"모르겠어. 모르겠는데 너만 생각하면 약간 얼굴에 열나는것 같고 심장도 더 빨리 뛰는것같고, 남한테 내 심장소리 막 들릴까봐 이상하고 그냥.. 그냥 그래"

"그럼 그게 좋은거같아요, 나쁜거같아요?"

"나..쁜건 아닌거같애"

"형. 나도. 나도 지금 형이랑 똑같은 기분들었거든요? 아니, 지금말고, 형이랑 만난날부터 이때까지 형이랑 똑같은 기분 느꼈어요. 근데 난 이 기분 이 감정 맞출 수 있을거 같아요."

"뭔데뭔데?"

"그게 있잖아요..."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다^^ 항상 댓글에 힘입어서 하루하루 작업하고 있어욯ㅎㅎㅎㅎ 드디어 택운이 감정선이 한번에 확 정리가 되는듯한 느낌이네요..

아. 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건 제가 택운이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건 지금 이시대의 현대인이예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지만 숨기지 않으면 자신이 다친다는걸 어렴풋이 알아채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람들의 파도속에 묻혀서 살아가는 그런.. 잘 표현이 됬을 진 모르겠지만..ㅠㅠ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슬슬 택운이가 감정을 드러내도 받아주는 사람이 옆에 있기때문에 덜 상처받는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요 잘 될진 모르겠지만...? ㅋㅋㅋ 암튼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