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택엔] 충분히 예뻐
초인종 소리에 시계를 쳐다보며 문을 열었다. 3일만이었다.
현관문 앞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또 터진 채 신발조차 제대로 갖춰신지 못한 니가 서 있었다.
너는 눈물 자욱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웃어보였고, 나는 여느때와 똑같이 한숨을 쉬며 옆으로 비켜설 수 밖에 없었다.
"미안미안, 자고있었어?"
"그랬을꺼 같애? 3일전이랑 똑같은 소리"
너는 거실로 들어가고 나는 방으로 가서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니가 이곳으로 찾아왔을 때 부터 하나 둘씩 쌓여가던 약병이 이젠 구급상자 하나를 채울 정도가 되었다.
소파에 기대앉아있는 네게 나는 바닥에 앉아 너의 상처에 연고를 덧발랐다.
너는 아프지도 않은지 눈을 감은채 소파에 기대 앉아있을 뿐이었다.
붕대를 감아놓으면 분명 그사람이 다 풀어헤칠게 눈에 선해 붕대는 감지 않았다.
치료가 다 끝났음에도 눈을 뜨지 않는 너를 자는건가 싶어 올려다보면 너는 예의 그 눈꺼풀이 떨리며 자고있진 않다는 신호를 내게 보내왔다.
"오늘은 또 왜"
항상 똑같은 질문이었다. 니가 그사람을 만나고, 도망치듯 나의 집으로 달려와 너는 또 너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너에게 질문했다.
"그냥, 똑같지 뭐. 버스타고 왔는데. 오늘은 어떤놈이랑 붙어먹고 차 얻어타고 왔녜. 내가 닮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
그래.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 똑같은 말의 반복 뿐이었다.
그걸 그냥 가만히 들어주는 나도, 항상 말해주는 너도.
시계바늘과 하늘은 바뀌는데 우리는 그자리에 멈춰서 되감기를 했다 재생버튼을 누른것처럼 똑같이 반복되곤 했다.
"그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다"
1초간의 짧은 침묵과 떨리는 니 눈꺼풀은 그사람 너무 무섭다고, 두려워 미칠것 같다고 발악하고 있었지만 내뱉은 말은 너의 착하다 못해 물러터진 성격을 대변하고 있었다.
"맨날 이렇게 너 보고있기만 하는 난 안보여?"
"..."
"내가 맨날 말했지. 그사람 이제 너 안좋아한다고. 차라리 나한테 오라고. 장난같이 말한것도 아닌데 왜 못알아먹어? 그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
결국, 너에게 되도 않는 화를 내버렸다. 너는 이때까지 감고있던 눈을 뜨며 그 동공에 나를 담은채, 슬프게도 내게 속삭였다.
"그사람은.. 나없으면 안되. 죽을지도 몰라. 운아.. 차라리, 이게 나아. 화내지마 내가 진짜 미안해. 미안한데 운아... 그 사람은 정말 나 없으면 못살아.."
나를 담은 니 눈엔 눈물이 차올랐고, 나를 향해 흘리는 너의 눈물을 처음 본 나는 당황했다.
나는 결코 너를 울릴 생각조차 없었다. 그 사람을 향해 흘리는 너의 눈물을 보면서.
지금의 나를 향해 흘리는 너의 눈물을 보고있자니 내가 그 사람과 똑같아 지는것 같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 졌다.
나 좀 봐달라고, 그냥. 여기 가만히 너만보고 서있는 나 한번만 봐달라고 오늘에서야 크게 소리내어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것이 다 자신의 잘못인 냥. 사실상 따져보면 잘못한것 하나도 없이 눈물만 흘려대는 너는, 참 내가 어찌 할 수가 없는 듯 했다.
이렇게 착한 넌데, 나는 보기만해도 아까워 죽을 지경인데, 왜 하늘은 그사람을 네게 보내서 이렇게 니가 힘들어 해야 하는걸까...
울고있는 너에게 손조차 댈 수 없었다.
나를보고 그냥 바라봐주기만 해달라는 니가 야속해서? 아니면, 엉뚱하지만 차인 지금의 내 처지가 짜증나서?
다 아니었다. 그냥, 손을대면 니가 부서질 듯이 느껴졌다.
너무나 여리고 연약해서, 손을 대기만해도, 내 품안에 끌어당기기만해도, 얼어버린 장미꽃이 바닥에 내던져진 듯, 파삭하고 깨져버릴 것 같은 니 모습에,
나는 네게 손을 댈 수 조차 없었다.
"울지마, 연아. 울지마.. 소리쳐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근데.. 학연아. 진짜. 나 한번만 봐주면 안되? 여기 서있는 나 좀.. 나 좀 봐주면 안되?"
될 수만 있다면 무릎 꿇고 빌고라도 싶었다. 그사람에게. 니가 정말 많이 보고싶었다고. 근데 당신때문이란 이유로 보기는 싫다고.
그리고 너에게. 그사람. 내가 어떻게든 해줄테니, 제발 나한테 오라고. 내가 살인을 하든 어떻게 하든 그사람. 니 눈앞에서 없애줄테니 나한테 오기만 해달라고,
빌고싶었다.
하지만 그런 말조차 꺼낼 수 없는것은, 아마. 매일을 그렇게 맞고 살아도, 한땐 내가 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었던.
그시절이 떠올라서 그사람을 못 놓고 있는 니가 내 눈앞에 보여서일 것이다.
똑같은 레퍼토리 안엔, 그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작게나마 행복하게 웃어보였던 니가 내 앞에 있었다.
그 표정을 본 내가 니 앞에 있었다.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가슴 한 구석부터 썩어들어가는 나는 오늘도 너를 이렇게 달래기 바쁘고
해가뜨면 사라질 너를 붙잡기 위해 하늘에게 해가 뜨지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바쁘다.
-fin-
에휴.. 일 벌려놓은거 수습은 해야되는데 생각이 잘 나질 않네요..ㅠㅠ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