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택엔] 폴라로이드 카메라
날씨가 너무 좋아 나온 집 밖의 거리는 오후의 햇살과도 같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나를 감싸 안았다.
목적지 없는 짧은 여행에 잠깐의 휴식이라도 취하려 들어간 카페는 우연히 너와의 추억이 담긴 카페였다.
여기서 우리는 처음 고백했고, 고백을 받고, 이별을 말하고, 이별을 들었다.
깊이 패인 그 옛날의 상처는 이미 나은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깊게 패인 상처는 언제나 흉터가 남기 마련이다.
너와 내가 시키던 메뉴는 언제나 똑같았다.
너는 밀크티, 나는 카페모카. 좋아하는 가수, 좋아하는 영화. 심지어 좋아하는 색깔마저 우리둘은 같았지만
딱 한가지 다른게 있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이 곳 안에서의 메뉴이었을 것이다.
너는 너무 써서 내 커피가 싫다했고, 나는 너무 달아서 너의 밀크티가 싫다했었다.
하지만 그게 매력이라면 매력이었을까. 서로 좁혀지지 않는 취향의 거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보다,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보다 이 카페를 더 자주 들렀었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너와 나의 추억이 어디없나 두리번거리는 도중, 하날 찾아냈다.
한쪽 벽면에 가득한 폴라로이드 사진들. 똑같은 테두리의 사진들이었지만 한 사진만 사진의 테두리가 달랐다.
내가 찍은 사진, 우리 둘을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가 첫 100일을 맞은 기념으로 같이 돈을 모아 샀던 카메라였다.
카메라를 사자마자 바로 우리가 향했던 이곳, 이 카페. 밋밋한 오리지널의 테두리가 아닌 무늬가 그려져 있던 사진은
처음 셔터를 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너무나 이쁘게도 담아놨었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가지겠다 티격태격 했지만 끝이나지 않아 결국 한쪽 벽면에 이 사진을 걸어놨었다.
짧은 여행길에 만났던 너와나의 추억은 참으로 신선했었다.
처음 너에게 이별을 들었을 때만해도 이런 날이 올 꺼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너와 나를 보고 웃고있는 나를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에 대한 사진은 모두 태워버렸지만, 오늘의 저 사진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이 카페에 들어서, 우리의 사진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누군가의 가벼운 가십거리도 될 수 있고, 사진을 보며 더욱 더 깊게 사랑하는 이들이 있을거라 나는 믿는다.
갓 제조를 마친 커피는 향, 온도, 맛 등 모든게 완벽하다. 하지만 보온병에 넣지 않는 이상. 그 세가지는 언젠가 엇박을 이루며 변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까 연아, 너와 내 사이는 오답이 아닌 정답이 되는게 인생이란 걸 나는 오늘에서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나.
나에게 이별을 고한 너는 지금 무얼하며 지내는지. 이제서야 궁금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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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으려나.. 없을껄 알지만 열심히 view 다음편을 열심히 구상중이란걸 알리고 갑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