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있다간 더 미치겠다 싶어 연병장을 돈 것도 벌써 몇 시간째. 와.. 저 인간 저거 무슨 에너자이저야? 그 건전지 광고하는 토끼새끼도 저렇게는 못 뛰겠다 야..내무반 창문으로 지켜보다 결국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혀를 내두르는 홍빈과 그 옆에서 꽤나 심각하게 쳐다보던 원식이 결국 연병장으로 내려갔다.
"단결.차학연 소령님. 배식 받으실 시간입니다"
"꺼져. 밥 안 먹어"
"군대의 시간은 밥 돌아가는 시간이 가장 정확하다고 말씀하셨지 말입니다."
"그 말 취소. 그거 나 아냐"
"군인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거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내가?"
"이재환 대위님이 그러셨습니다."
"아 씨"
결국 멈춰서 군화발로 김원식을 깠다. 이 새끼는 가끔가다 이렇게 멍청해. 캐릭터 하나만 잡아. 짜증나니까.
"귀관 상급자에게 경계하는 모양이 왜 그따군가. 다시 경례"
"단결"
"그대로 서있어. 씨발 나 밥 다 처먹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러고 있어"
김원식을 세워두고 배식장으로 향했다. 밥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지만 미친듯한 육체시계는 재깍재깍 잘도 돌아가 이미 배고프다고 아우성 친 지 오래였다. 뭐 아련할 틈을 안 줘요. 이놈의 군대는.. 나도 군대 나가던가 해야지.. 아니, 씨발 그럼 이재환이랑 똑같잖아. 군대 안 나가. 말뚝 박을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에 연병장을 빠져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김원식 연병장 백바퀴 채우고 밥 처먹어. 그 입에서 감히 이재환을 꺼냈겠다.. 새끼야 너는 연병장 천바퀴로도 안 되는데 많이 까줬다. 이홍빈이었으면 연병장 천바퀴 채우고 오라고 했을거야. 감사하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