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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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연애.6]
사무실 안을 울려 퍼지는 콧노래는 제법 흥겨워 보였지만 그건 오로지 콧노래의 멜로디가 흥겨울 뿐 분위기는 삭막 그 자체였다. 삭막한 분위기에 어울리게 우현은 잔뜩 굳은 표정을 우현의 비서는 그런 우현의 옆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를 내뱉는 성규만이 멜로디와 어울리게 신이 난 표정이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니”
“아닌 거 알면서 왜.....”
“너니까.”
흥얼거리던 콧노래를 멈춘 성규가 앞에 놓인 머그컵을 들어 후후- 불자 성규의 입김에 하얀 거품이 갈라지면서 속에 숨어있던 까만 핫 초코가 들어났다. 많이 뜨거운지 머그컵에 댄 손을 비빈 성규가 조심스럽게 핫 초코를 한 모금 들이켰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맛이 있는지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던 성규가 몇 번 더 들이키고 나서야 손에 든 머그컵을 내려놓더니 단맛이 남아있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할 수 있잖아.”
“.........”
“남우현 너는 할 수 있잖아.”
예전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지만 은근히 우현에게 너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압박을 주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한숨을 내쉬고는 옆에 서 있는 비서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우현의 손짓에 죽을상을 짓고 있던 비서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성규는 그런 비서의 모습을 비웃으며 아까보다 덜 뜨거운 핫 초코를 들이켰다.
“이거 맛있네. 혹시, 더 있어?”
“.........”
“있으면 이따 집에 가져가자.”
“.........”
“.........”
아무 말 없이 그저 성규를 바라보는 우현과 그런 우현의 시선이 느껴지면서도 일부로 우현과 눈을 맞추지 않은 채 핫 초코를 들이키는 성규의 침묵은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성립시켰다. 말없이 핫 초코만 홀짝홀짝 들이키던 성규가 다 식었는지 고개를 잔뜩 젖혀 꿀떡꿀떡 핫 초코를 삼키더니 다 비워진 머그잔을 탁자 위에 올리고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아 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이유가 뭐에요?”
“갑자기 아니야.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이걸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요?”
“어. 처음부터, 여기 들어오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야.”
“나한테 그런 말 한적 없잖아”
“안 물어봤잖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결국, 화가 난 우현이 소파에서 일어서서는 목을 조이고 있는 단추를 거칠게 풀어헤치고 성규를 바라봤지만 성규는 우현이 아닌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빈 소파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를 삭이려는 건지 눈을 감고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은 우현이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에 몸을 앉혔다.
“노래하라며”
“.........”
“그래서 노래한다는데 뭐가 문제야?”
“김성규. 넌 지금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어. 몰라,”
“이성열을 앞에 세우고 넌 이성열 뒤에 숨어서 노래를 한다는 게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몰라?”
우현의 말에 이따 핫 초코나 챙겨오라며 전혀 어울리지 않은 대답을 한 성규가 사무실을 나가버렸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에 피곤하다는 듯 의자에 등을 젖혔다. 피곤한 눈을 지압하듯이 꾹꾹 누르던 우현이 감은 눈을 다시 떴을 땐 책상 위에 올려 진 계약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요계에 전설이라 부르던 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가수들을 추억하는 한 콘서트에 명수가 초대를 받았고 명수에게 날아온 곡은 듀엣 곡이었다. 우현은 비서에게 이 얘기를 보고 받자마자 성규를 떠올렸었고 그 자리에서 명수와 함께 할 파트너를 성규로 하겠다고 비서에게 협박 아닌 협박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우현의 수고가 무색하듯 성규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우현의 심기를 건드렸다. 명수와 듀엣 곡을 부르라는 우현의 말에 알겠다고 쉽게 수긍을 하더니 곧, 노래는 부르되 무대에는 서지 않겠다는 모순적인 발언을 내뱉었고 우현이 그 모순이 가득한 말의 뜻을 묻기 전에 성규가 먼저 그 모순을 풀어 주었다.
노래는 내가 부를 테니까 무대는 이성열을 세워줘.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성규의 모습에 하마터면 우현은 알겠다며 오케이를 할 뻔 했다. 노래는 자신이 부르고 무대에는 이성열이 서라니, 이건 쉽게 말해 이성열이 립싱크 가수가 되고 성규가 그런 이성열 뒤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성규를 제대로 된 무대에 세우기 위해 그간 자신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어쩌면, 성규의 말 한마디에 그간 자신의 노력이 성규가 아닌 성열을 위한 노력으로 바뀔 거 같은 불안 한 마음에 우현이 눈앞에 보이는 계약서를 서랍 깊숙이 넣어버렸다.
***
성규가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서 한참 방영중인 인기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지 긴장감이 가득한 비지엠을 틀어 극의 재미를 한 층 더 높였지만 성규는 그런 드라마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시계를 바라보며 이로 손톱을 물었다. 딱, 딱- 손톱이 이에 부딪치는 소리보다 시계 침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거 같은 착각이 드는 성규가 조금씩 움직이는 분침을 바라보더니 곧, 현과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두개 밖에 안 남아서 하나만 가져왔어요.”
추운지 잔뜩 붉어진 귀를 하고서는 종이봉투를 내미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종이봉투를 받아 들더니 그대로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고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찬 기운이 남아있는 코트를 벗어 식탁에 올려둔 우현이 의자를 빼고 앉자 성규가 잠깐만 기다리라더니 종이봉투 안에 든 코코아 파우더의 포장지를 뜯어 컵에 가루와 함께 냉장고에서 꺼내 온 우유를 붓고는 전자렌지 안으로 컵을 넣었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주황빛을 내며 돌아가던 전자렌지가 삑 소리를 내며 멈추자 성규가 문을 열고는 잔뜩 달궈진 컵의 손잡이를 소매로 감싸 잡아 컵을 꺼냈다. 자기들 끼리 뭉쳐서 보기 싫은 코코아를 젓가락으로 살살 저은 성규가 위에 뜬 가루 덩어리가 사라지자 다시 소매 끝으로 컵 손잡이를 잡아들고는 우현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가 우현의 앞에 놓아 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과 다르게 그저 앞에 놓인 핫 초코를 가만히 쳐다보는 우현의 모습을 앞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던 성규가 식탁 아래에 놓인 발을 뻗어 우현의 다리를 아프지 않게 살짝 차자 우현이 고개를 들어 앞에 앉은 성규를 바라봤다.
“고사지내?”
“........”
“먹기 싫음 줘. 내가 먹을게.”
먹지 않는 우현을 먹게 할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지만 앞에 놓인 컵을 가져가는 자신을 그저 아무 저지 없이 쳐다만 보는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정말로 핫 초코를 자신의 앞에 끌어다가 후후 불어 한 모금을 마셨다. 먹기 싫음 말을 하던가. 기껏 생각해서 타줬더니 먹지도 않는 우현에게 살짝 골이 난 성규가 일부로 과장되게 후후 불더니 후르륵 소리를 내며 핫 초코를 마셨다,
“왜 그래요?”
“너가 안 먹으니까 내가 먹는 건데 뭐?”
“도대체 왜 이성열 뒤에서 노래를 하겠다는 건데요?”
우현의 말이 지금 자신의 말과 다르다는 걸 알아 챈 성규가 손에 쥐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우현을 바라봤다. 우현을 마주하는 시선으로 대답을 대신한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한숨을 내 쉬더니 다그치는 게 아닌 정말 궁금하다는 듯 성규에게 물었다. 왜 하필 이성열이냐고 왜 당신이 이성열 뒤에 숨어서 노래를 해야 하냐고 왜 당신의 목소리를 이성열이 가져야 하냐고 이 모든 마음을 담은 우현이 성규를 향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당신 거잖아.”
“맞아 내 목소리야. 그니까 이성열 뒤에 있다고 해도 내 목소리가 내 목소리인건 안 변해.”
“사람들에게 니 목소리는 이성열 목소리로 기억 될 거야.”
“상관없어. 넌 알고 있으니까.”
“.........”
“세상사람 다 몰라도 남우현 당신만 내가 부르는 노래라는 거 알고 있으면 돼.”
“말이 쉽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당신을 위해 부르는 거잖아.”
“뭐?”
“명예, 인기 그런 걸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부르는 거니까 상관없어.”
무심한 말투와 다르게 성규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뱉어 놓고 부끄러운지 다시 앞에 놓인 핫 초코를 들이키던 성규가 사례가 들렸는지 기침을 하며 핫 초코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자 의자에서 일어 선 우현이 성규에게 다가가 기침을 하는 성규의 등을 두드려주고는 냉장고 안에서 물을 꺼내 성규에게 건네주었다. 우현이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 킨 성규가 조금 괜찮아졌는지 기침을 멈추고는 등을 두드리는 우현의 손을 밀어내며 괜찮다고 얘기하려 얼굴을 들자 밀어낸 우현의 손이 등이 아닌 머리를 잡더니 그대로 우현의 입술이 성규의 입술과 맞닿았다.
그저 성규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포개고 있던 우현이 천천히 입술을 떼더니 조금만 움직이면 다시 맞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성규를 바라봤다. 워낙 가까이 밀착 되어 있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눈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성규의 눈을 들여다보던 우현의 눈이 조금씩 휘어지더니 우현이 기분 좋을 때 마다 짓던 그 웃음에서 볼 수 있는 눈으로 변했고 성규도 그런 우현의 눈에 기분이 좋아져 살짝 미소를 짓자 우현의 입술이 짧게 쪽, 닿았다 떨어졌다.
“이럴 땐 꼭, 예쁜 말만 하지?”
“안 그래도 예쁜데 예쁜 말까지 하니까 예뻐 죽겠어?”
뻔뻔한 성규의 말에 우현이 웃음을 터트리자 성규가 그런 우현의 볼을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추더니 씨익- 웃으며 우현을 바라봤다. 예쁘니까 화 내지마.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 누구보다 항상 가까이에서 우현을 지켜보는 성규는 그 누구보다 우현이 자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혹시, 오늘은 우현이 자신에게 오지 않을까 불안했었다.
“내가 화낼 기회나 주고 말해요.”
“주면 낼 수나 있고?”
“당연하지. 아까 나 화내는 거 못 봤어요?”
성규에게 겁을 주려는 듯 되지도 않은 인상을 쓰며 입술을 문 우현의 모습에 성규가 손을 뻗어 우현의 앞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형아한테 화내면 못 된 동생이야. 또 다시 자신을 애취급 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자 성규가 우현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목에 두르고는 그대로 우현의 목을 끌어 입을 맞췄다. 부드럽게 맞닿은 입술은 서로의 입술을 한참동안이나 빨아드리더니 우현이 먼저 참지 못하고 성규의 입속으로 들어왔고 성규는 그런 우현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당분간은 아마 갑을연애에만 집중 할 듯 싶네요...ㅈㅅ....
오늘 첫눈이 내렸어요!! 꺄울!!!! 여러분들도 모두 첫눈 보셨나요?
보셨다면 안구공유 좀 ㅇㅅㅇ......자느냐고 못 본 나를 위해 안구좀.....ㅠ_ㅠ
하필 왜 나는 그 순간 공부를 한다고 독서실에 가서 왜 하필 독서실은 따뜻해서
왜 내게 담요가 있어서 나를 잠들게 만드셨나요 ㅠ_ㅠ
첫눈은 이렇게 가네요....첫눈 안녕
얄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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