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w. F코드
[선과 악. 4]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우현이 고개를 돌리자 그 중엔 자신에게 성규의 인품에 대해 칭찬을 했던 사람들의 얼굴도 보였다. 성당에 깔린 경찰들을 가리키며 수군거리는 꼴을 보자 보아하니 자신에게 성규의 인품에 대해 좋다고 떠들었던 건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린 우현이 자연스럽게 안쪽 주머니에 구비되어 있던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씨가 붙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하아, 길게 빨아들인 담배 한 모금을 다시 뱉어낸 우현의 입에서는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존나 복잡하네. 짜증이 가득하지도 그렇다고 화가 담겨있지도 않은 무덤덤한 우현의 목소리가 허공으로 날렸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빨아들인 우현이 채 담배 끝에 매달렸던 재를 못 본 채 힘껏 빨아들이는 바람에 타들어간 재가 그대로 우현의 허벅지 위로 떨어졌다.
“앗 뜨거, 에이 샹”
바지 위에 떨어진 재를 털어낸 우현이 신경질 적으로 입에 문 담배를 바닥에 뱉었고 그 순간, 조그만 그림자 하나가 나무 뒤에서 툭 튀어나와 잽싸게 우현의 옆으로 달려왔다. 갑자기 달려오는 그림자에 놀란 우현이 다리를 헛디디며 바닥에 엉덩이를 찧자 조그만 그림자가 그런 우현을 바라보더니 우현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뱉은 담배를 주워들더니 그대로 도망가려는 듯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 그대로 달려가려는 그림자를 본 우현이 벌떡 일어나 빠르게 달려가는 그림자를 쫓아 걸음을 내딛더니 그대로 작은 그림자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너 나 알지?”
우현에게 목덜미가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림자는 작은 아이였지만 우현은 아이든 뭐든 상관없다는 듯 발버둥 치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췄다. 꼬마, 너 나 알지?. 우현의 말에도 씩씩거리며 자신의 목덜미를 잡은 손을 뿌리치려 하는 모습에 우현이 허, 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목덜미를 쥔 손을 놓자 아이가 이때다 싶은지 잽싸게 도망 가버렸다. 도망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우현이 마저 털지 못한 바지를 털고는 터덜터덜 아이가 달려갔던 길을 여유롭게 걸어갔다.
분명,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어른도 아닌 아이를 자신이 기억한다는 건 무척이나 기억하기 쉬운 힌트였고 거기에 지금 있는 장소가 성규가 있던 성당이라는 거는 우현의 머릿속에 숨겨두었던 기억 한 조각이 꺼내지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역시 예상처럼 아이를 다시 만난 순간 되살아났다.
“이성종”
“........”
우현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깜짝 놀란 아이가 뒤를 돌았고 그 행동은 충분히 자신의 이름이 이성종이라는 걸 들키는 어린 아이다운 솔직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런 솔직한 반응이 귀여운 우현이 짧게 웃음을 터트리자 성종이 또 다시 우현을 도망쳐 나가려 했고 우현은 그런 성종의 앞을 막아서고는 무릎을 꿇어 성종이와 눈 높이를 맞추었다.
“야 꼬마”
“..........”
“밥은 먹었냐?”
우현한테 혼이라도 날 줄 알았는지 눈이 붉어진 아이가 우현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큰 눈망울을 더욱 크게 뜨며 우현을 바라봤고 우현은 그런 성종의 머리에 손을 올려 결 좋은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여태 밥도 안 먹고 뭐했냐. 성종이 귀여운 듯 머리를 좀 더 부비 던 우현이 성종이 한 손을 주먹으로 꽉 쥐고 있는 것을 보더니 머리를 부비 던 손을 내려 성종의 손을 천천히 펴보였다.
“착하네. 쓰레기도 줍고”
우현의 말에 성종이 우현의 손 위로 쥐고 있던 담배를 쥐어 주더니 우현의 팔을 툭툭 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종의 행동이 꼭 담배꽁초를 버린 자신을 혼내는 거 같은 느낌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꽁초를 자신의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제 됐지?. 자신의 행동에 아직도 얼굴은 찌푸려졌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주는 성종에게 고맙다며 의미 없는 인사를 건넨 우현이 뽀얀 성종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직 다 안 나았나보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지만 우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성종이 우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이성종, 이제 갓 초등학교 2학년인 이 아이는 김성규를 처음 만난 그 날 김성규의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다른 말로 이성종은 김성규와 같은 한유라의 시신을 발견한 목격자였다. 단지, 그 때의 일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 이후로 실어증을 앓게 되었고 그 바람에 이성종에게는 아무런 진술을 받지 못했다.
“꼬맹, 밥이나 먹자.”
***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들어오는 우현의 모습에 우현 못지않게 부스스한 모습을 한 호원이 손을 들어 반겨주었고 우현이 그런 호원에게 주머니에 있던 커피를 꺼내 던져주었다. 나이스 캐치. 우현이 던지 커피를 잡아 든 호원이 웃으며 커피를 뚜껑을 따 한 모금 들이키자 우현이 그런 호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반장님이 너 찾더라.”
“또 왜?”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기자들은 몰려들지 정신은 없지 일손은 부족하지”
“기자새끼들 쫓아내라고 찾은 거네.”
“빙고”
“하여튼 노인네, 힘든 일은 다 날 시키려고 들지”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으며 의자에 앉아 몸을 젖힌 우현을 보며 웃던 호원이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우현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뭐야?. 호원이 건넨 파일을 받아든 우현이 파일을 보지도 않고 질문을 던졌지만 호원은 그저 손으로 파일을 가리켰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더라고.”
“..........”
“뭐야 그 표정은, 별로 안 놀랬냐?”
“김성규 방에서도 찾았거든”
“뭘?”
“한유라가 가지고 있던 사진이랑 똑같은 걸.”
우현이 주머니를 뒤져 호원에게 똑같은 사진 두 장을 내밀었고 그걸 본 호원이 헛웃음을 지었다. 호원이 건넨 파일 속 서류에 여전히 시선을 고정시킨 우현이 호원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친구들은?. 우현의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 건지 호원은 우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화번호로 가득한 종이를 한 장 건넸다.
“내일 만나 보기로 했어”
“이게 다야?”
“일단은”
메모지를 가득채운 메모지를 바라보던 우현이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흑백으로 인쇄된 서류 속에는 같은 디자인의 교복을 입은 아이들 속에는 지금보다 많이 앳되어 보이는 성규와 그런 성규의 앞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마지막 피해자 한유라가 있었다.
“이호원, 좀 이상하지 않냐?”
“뭐가?”
“한유라 죽었을 때, 왜 그 누구도 우리한테 김성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게 무슨 말이야”
“한유라 친구들이면 김성규를 아는 애들도 있을 거 아니야”
“김성규랑 한유라 친구들이 마주친 적이 있었나?”
“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 당시 연쇄 살인보다 국회의원을 암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보낸 범인이 정말 국회의원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 바람에 언론이 떠들썩했고 우현 역시, 연쇄살인 보다 그쪽에 더 관심을 기울였었다. 그 때문에 초동수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는 우현은 잘 생각나지 않은 한유라의 지인들을 생각하느냐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이, 둘이 연애 하냐?”
우현과 호원을 향해 다가온 성열이 양손 가득 들고 있던 까만 비닐봉지를 호원의 책상위로 쏟아냈다. 편의점을 털어 온 건지 책상 가득 쏟아진 여러 종류의 라면과 삼각김밥을 하나 집은 성열이 인심 쓴다는 표정으로 우현에게 건넸고 이어 호원에게도 하나를 건넸다.
“편의점을 쓸어왔냐?”
“아까 그 난리에 밥 먹을 시간이 없었잖아“
“하여튼 이성열 무식하게”
“무식한 게 아니라 통이 큰 거다. 배신자 새끼야”
“내가 왜 배신자야”
“그럼, 그 난리에 혼자만 살겠다고 내뺀 놈이 배신자지”
툴툴 거리는 성열의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우현이 짜다며 난리치는 성열을 무시한 채 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 물자 성열이 그런 우현을 바라보다 우현의 다리 위에 올려 진 파일을 집어 들었다. 이게 뭐냐?. 성열의 물음에 남은 삼각김밥을 한꺼번에 입 안으로 다 밀어 넣은 우현이 뭐라 중얼 거렸지만 입안을 가득 메운 삼각김밥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는 성열이 인상을 찌푸리며 우현의 얼굴을 밀어버리고는 호원을 바라봤다.
“김성규랑 한유라에 대해서 조사한 거.”
“한유라? 한유라가 누구지?”
“병신”
“뭐야, 너도 알아? 누군데 한유라가 누군데?”
왜 자기만 안 알려주냐며 어깨를 흔드는 성열의 손을 귀찮다는 듯 쳐낸 우현이 파일하나를 성열의 얼굴로 던졌고 그 바람에 정통으로 얼굴에 파일을 맞은 성열이 씩씩거리며 우현을 바라보면서 파일을 펼쳤다. 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성열의 모습에 호원과 우현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흔들며 물을 들이켰다.
“마지막 피해자 이름이 한유라였지.”
“참, 빨리도 맞춘다.”
“근데 한유라랑 김성규를 왜 또 조사해?”
“또?”
성열의 말에 라면에 물을 부으려 일어선 호원도 두 번째 삼각김밥의 포장지를 뜯던 우현도 일동 정지 상태로 성열을 바라봤지만 성열은 그 둘과 다르게 태연한 표정으로 삼각김밥을 베어 물었다. 무슨 말이야 또 라니?. 우현의 물음에 성열이 오히려 그런 우현을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곧, 아- 하는 탄성과 손뼉을 마주치더니 입에 묻은 김가루를 털어냈다.
“아아, 너네는 그때 이 사건 담당이 아니어서 몰랐겠구나.”
“한유라랑 김성규에 대해 조사 한 적이 있어?”
“이 사건 2팀이 먼저 맡았던 거잖아. 그때 2팀에서 김성규랑 한유라에 대해서 조사 했었어”
“왜?”
“진술 때문에”
“진술?”
“한유라랑 김성규를 아는 한 지인의 진술 때문에. 그 때문에 2팀에서는 김성규를 의심하고 조사를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너네도 알다시피 김의원 살인예고다 뭐다 시끄러웠잖아 그래서 2팀에서도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었지 뭐”
성열의 말에 우현이 누가 진술을 한거냐 되묻자 그새를 못 참고 삼각김밥을 모두 입으로 구겨 넣은 성열이 의미 없는 손짓을 했고 그런 성열의 모습에 뭐라는거냐고 우현이 대답을 재촉했다. 한참을 입에 있는 삼각김밥을 삼키지 못 하고 있던 성열이 결국, 사례가 들렸는지 우현의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고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우현이 성열이 가져갔던 파일을 다시 가져와 펼치자 성열이 그 파일을 손으로 가리켰다.
“뭐?”
“그, 그, 그잖아”
“뭐라고?”
“.......거기 있네.”
“여기?”
“얘야. 얘가 김성규랑 한유라의 관계에 대해 진술했어.”
성열이 가리킨 남자는 한유라와 김성규가 있는 사진 속에서 김성규의 옆에 서있는 남자였다. 흑백의 사진 속에서도 느껴지는 수려한 외모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던 우현의 옆으로 다가온 호원이 우현처럼 사진 속 남자를 들여다보더니 라면을 먹으려는지 스프를 뜯고 있는 성열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어떻게 알았어?”
“내가 하라고 했거든.”
예상치 못한 성열의 대답에 호원과 우현이 놀란 표정으로 성열을 바라봤지만 성열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 자리로 돌아와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호원과 우현을 마주하며 나무젓가락을 입으로 물어뜯었다.
“아, 잘못 뜯었다.”
“무슨 말이야 니가 하라고 했다니?”
“뭐? 진술? 그냥 어쩌다 보니까 한유라랑 김성규에 대해서 들었었거든.”
“누구한테?”
“그 사진 속에 있는 걔한테”
평소 성격이 급한 성열이 아직 다 익지도 않은 라면을 열어 휘젓더니 딱딱한 면발을 입에 넣어 씹었고 역시나, 많이 딱딱한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성열의 모습을 답답하게 바라보던 우현이 빨리 대답하라 소리치려 하자 다시 면발은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성열이 우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김명수, 내 친구야”
“친구?”
“응, 경찰대 동기거든”
선과 악 쓰는데 완전 오래걸렸어요 ㅠ_ㅠ
내가 쓰면서도 복잡한데 읽는 그대들은 얼마나 복잡할까 생각하면서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몇번이나 지우고 다시 썻는데
그래도 이제 끝을 향해 가는 거 같아요. 이거는 현성이지만
현성의 러브라인은 별로 없을 거예요. 아무래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성규가 진범인지 아닌지를 추리해 나가는 그런 정말 보잘거 없는 픽이라서.....
망글이라 미안해요..........ㅠ_ㅠ
천사 |
포스트잇, 메인규, 자몽, 푸파, 내사랑 울보 동우, 뀨규, 독자2, 인빅, 고추장, 거울, 하푸, 터진귤, 지지, 수타, 소라빵, 찹쌀떡, 앨리지, 쏘쏘, 개굴, 오일, 갑, 만두, 코코팜, 블베에이드, 흥, 구름의별, 나봤규, 테라규, 콩, 퐁퐁, 시계, 매실액기스, 규때, 민트초코, 피아플로, 순수, 빙구레, 베게, 하니, 감성, 뀨뀨, 갤노트2, 풍선, 요노르, 뚜근뚜근, 여리, 돼지코, 숫자공일일, 프라푸치노, 미옹, 규요미, 종이, 백큥이, 모닝콜, 베이비핑크, 리칸, 나토, 생크림, 유정란, 후양, 엘라, 노랑규, 여우비, 빙빙, 세츠, 헿헿, 캡틴규, 의식의흐름, 케헹, 오랑, 안녕하수꽈, 망태, 달달, 완두콩, 피앙, 옵티머스, 호현, 롱롱, 발꼬랑, 니트, 수달, 레오, 새침, 익명인, 쿠크다스, 호호, 발가락, 눈아프다, 후시딘, 온규, 로즈, 휴지, 카페모카, 슈크림, 환상그대, 인연, 솜사탕, 달링, 승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