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에 갈아버린 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게 3일 전이었던가.. 5일 전이었던가.. 북한군한테 칼빵을 맞았어도 과산화 수소수만 상처에 흘리면 다음날 멀쩡해졌던 몸 상태는 어디 팔아먹고 왔는지 과산화 수소수를 콸콸 들이 부어도 상처는 아물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곪아 터져 흉한 상처를 남겼다.
아픈건 모르겠는데 좀 보기 그렇다. 병원이나 가야겠네.
타들어간 담배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끄고 화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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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훈련 수고 많았다. 이번 파병 기간은 꽤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부터 5박 6일의 휴가를 명한다. 지금 이 시간 이후로 내 눈에 띄는 새끼는 다 연병장 천바퀴니까 얼른 알아서 꺼지도록"
만날 사람들이라곤 부모님이나 끽 해봐야 여동생인 것들이 죽어라 소리 지르며 짐도 없이 두다다 뜀박질 해 서둘러 자대를 벗어났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고개를 젓던 홍빈이 마지막으로 말끔히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며 나를 쳐다봤다.
"소령님은 어디 안 가십니까"
"어"
"왜요, 소령님이 죽고 못 사시던 ㅇ..."
"닥쳐, 이재환이라고 하기만 해 죽여버린다 진짜"
"영은이라도 보러 가시던지요."
순간 손에 쥐었던 볼펜이 으득 거리는 소리가 홍빈의 귀까지 분명히 전해졌던 것 같은데 저 내일 없는 새끼는 휴가 끝나고 뵙자며 실실 웃으며 문을 쾅 닫았다. 이홍빈 갔다 와서봐. 파병 간 그 자리에서 군장 다 메고 천바퀴 돌릴 줄 알어. 이빨까지 한번 으득 씹어보다 결국 휴가기간이라 전해 받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힐링이라도 해야지. 요즘 너무 킬링이었어 진짜.
"여보세요?"
"어 누나 나 오늘 휴가 받았는데 영은이는?"
"야 넌 좀 누나말고 다른 여자한테 좀 전화해"
"다른 여자라고 해 봤자 작은 누나겠지. 아 몰라몰라 영은이는"
...아, 왜 또 킬링이야.
"영은이 어제 밤에 열이 좀 나서 지금 병원에 있어. 타이밍 좀 봐. 넌 어떻게 항상 영은이 아플 때 그렇게 전화를 하냐"
나랑 영은이랑 뭔가가 있나보지. 뭐..알았어 바로 갈게. 항상 가던 병원 맞지?
"안 와도 괜찮은데.. 오지 말라그래도 올거잖아 너"
"잘 아시네. 30분내로 도착할게"
서둘러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핸들에 손을 얹고는 얼마전에 바꾼 미러에 달린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영은아 삼촌이 우리 영언이 보러 지금 슝슝갈게. 영은이 아픈거 삼촌이 다 가져가야지 그치? 병원에서 보자 우리 아가.
무거운 마음과 가벼운 마음을 둘 다 짊어지고 차는 부드럽게 고속도로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