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픽션으로 실제 역사 사실과 무관합니다.
바람이 이는 대(竹)숲 사이로 새하얀 초승달이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무장(武裝)을 한 포졸들이 횃불을 들고 누군가를 따라가고 있었다.
고운 비단 옷이 가시덤불에 찢기고 흙탕물에 더러워지는 줄 모르고 한 사내가 뛰고있다.
그 옆에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발을 절뚝거리며 겨우겨우 뛰는 일행이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안 그럼 곧장 잡힌단 말이다!!!!"
"헉..... 헉..... 헉........."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일어나자 새들의 지저귐이 여주를 반겼다.
'아.... 이건 누구의 미래인거야?'
여주는 밤 새 또다른 누군가의 미래를 보았다.
식은땀을 닦으며 문을 열자 석민의 두루마기가 아침 햇살 사이에서 살랑거리고 있었다.
"미루야!! 미루야 거기 있냐!!!"
승관의 목소리가 먼 발치에서 들렸다.
"승관아!! 나 여깄다!!"
"아, 아직 방에 있었구나. 내 오늘 장에 갔다가 성균관 근처를 지나는데, 이 진사님을 뵈었어. 진사님이 나를 알아보시고는 이 수건(手巾)을 너에게 전하라 하시더라."
여주는 승관이 주는 수건을 건네받았다. 백색(白色)의 비단 위에 금빛으로 수가 놓여진 수건이었다.
겉보기에 별 다를 것이 없어보여 이리 저리 살펴보다 귀퉁이에 글이 쓰여진 것을 발견했다.
[今夜月汝抱 靑蝶飛汝抱]
"금야월여포.... 청접비여포...?"
"나는 글을 읽을 줄 몰라서..... 뭐라고 써있는 거야?"
"너 기방에 온 지 몇 년인데 아직도 글을 몰라? 내가 꼬박꼬박 공부하라 했지!!!"
"아!!! 미안하다고오오!!! 그래도 요즘 열심히 하고 있다고오오!! 아무튼 무슨 뜻인데?"
"오늘 밤 달이 너를 안으면 푸른나비가 날아들어 너를 안을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몰라 나도.... 아마 도겸님께서 나에게 미문(謎問 , 수수께끼)을 던지시는 것 같다."
"미루 너 또 하루종일 이거 붙잡고 있겠네...... 에휴..."
"아무튼 전해줘서 고마워, 승관아."
여주는 승관에게 간단한 인사를 전하고 기생들이 모여있는 소사랑방(小舍廊房)으로 향했다.
기생들끼리 악기를 다루고 창을 연습하기 위해 모여앉아있는 자리에서도
여주는 석민이 낸 문제를 골똘히 고민하느라 연주에 집중하지 못했다.
"미루!!!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집중해도 모자를 판국에 잡상(雜想)을 하고 있으니 연주가 흐려지지 않느냐!!"
"죄... 죄송합니다 행수님."
여주의 시원찮은 연주를 보고있던 황진이는 그녀를 크게 나무랐다.
"어제부터 일을 그릇치더니..... 오늘부터 미루 너는 일을 나가지 말고 방에서 옷감에 수를 놓고나 있거라!!!"
"예.... 행수님....."
미루는 명월에게 꾸짖음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녀가 방에 앉아있자 다른 기생들이 비소(菲笑, 비웃음)를 던지며 옷감을 가지고 왔다.
"그러게 왜 잡상을 하니? 어제 진사님께 그 정도 했으면 가만히, 열심히라도 해야지."
한 기생이 여주 앞에 옷감을 던져놓고 실실 웃으며 사라졌다.
그녀는 수를 놓으면서도 석민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요새 대사랑방(大舍廊房, 기방에서 손님을 모시는 곳)보다 어째 거처에 계시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 한솔 도련님. 어젯밤 잘 주무셨습니까?"
"걱정해주신 덕분에 평안했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신겝니까?"
한솔은 어제와 다르게 담장 앞에 나무 의자에무릎을 괴고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을 물어왔다.
"악(樂)을 연마하는 시간에 잡상이 들어 벌을 받는 중입니다. 어찌 하지도 못하게 제 잘못이지요."
"아.... 무슨 생각이 그리 많으십니까? 어제 진사님 일 때문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진사님이 오늘 아침 승관이를 통해 서찰을 보내오셨습니다."
"?? 무슨 서찰입니까?"
"오늘 밤이면 달이 너를 안으면 푸른 나비가 너를 안을 것이다 말을 보내셨습니다."
여주의 말을 들은 한솔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아.... 아직 못 푸신겝니까?"
"예..... 제가 글솜씨는 없는지라...... 성균관 유생들의 글솜씨는 확실히 다르긴 한가봅니다."
한솔은 묘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여주 낭자라면 충분히 풀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어찌됐든 오늘 밤은 채비를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아닙니다. 그저 오늘 밤에도 밝은 보름달이 비추길 바라는 장님의 원(願, 소원)일 뿐입니다."
"아, 그럼 한솔 도련님. 잠시 기방 담장쪽으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한솔을 목장(木杖, 나무 지팡이)을 짚고 기방의 담장 쪽으로 왔다.
여주는 한솔이 벽에 다다르자 손을 내밀라고 하였다.
"어찌하여 손을...."
"한솔 도련님께서 진심으로 되고싶은, 보고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여주 낭자의 얼굴이 보고싶습니다."
"진심이십니까?"
"그럼요. 저는 김 생원처럼 농을 하지 않습니다."
여주는 웃으며 한솔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한솔의 손 끝에 온전히 집중했다.
"어.....? 이 모습이 정녕 여주 낭자입니까?"
"보이십니까?"
한솔의 눈에는 새하얀 피부에 칠흑같은 검은 머릿결. 수줍은 듯 도화(桃花, 복숭아꽃)가 핀 듯한 볼과
붉은 구순(口脣, 입술). 맑은 안정(眼睛, 눈동자)를 가지고 고운 수지(手指, 손가락)로 그의 손을 잡고있는
여주의 모습이 나타났다.
"보입니다... 아주 선명하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 신기(神氣) 중 하나입니다. 그 사람이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을 허상(虛狀)으로 보여주는겁니다."
"그렇다면 여주 낭자가 매일 이렇게 제게 세상을 보여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저 허상일 뿐입니다.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어찌....."
"제 나라가 패망한 것이 어찌하면 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살펴가세요."
여주는 씁쓸한 미소를 짓다 금새 눈물이 괴였다.
그녀는 다급하게 한솔의 손을 놓고 기방으로 손살같이 들어갔다.
"여주낭자...... 그나저나 손이 차갑습니다....."
"이 진사!!! 방금 내가 한 말을 다시 읊어보게!!"
명륜당(明倫堂, 성균관의 강의를 담당하는 곳) 한가득 박사(博士)의 노음(怒音)을 쳤다.
"....예?"
"어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야!!"
"...죄송합니다. 박사님. 그저 날이 좋기에...."
도겸은 꾸짖음을 받는 도중에도 눈꼬리가 휘어지게 눈을 접으며 답했다.
"정말 통제를 할 수 없는 놈이로구나.... 어디까지 네 놈의 행동이 도를 지나치는지 두고 볼 일이다."
'도겸!! 내 아까부터 이 구절을 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옆에 앉아있던 찬이 석민에게 구상(口狀,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자네가 계속 이 구절이 무어냐, 여긴 무어냐 하고 계속 질문한거지 보라고 하지는 않지 않았는가?'
하고 석민이 찬에게 대답을 하던 도중, 박사의 불같은 음성이 들렸다
"도겸!!!! 내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허허~ 저도 잘 들었습니다만."
"저... 저..... 당장 나가거라!!! 네 놈은 이제 내 수업을 유(喩, 깨우치다)할 이유가 없다!!!"
박사는 결국 동서재(東西齎, 성균관 유생들이 거처하는 곳)에 강압적으로 끌려오게됐다.
"도겸.... 나는 자네가 언젠가 이럴 줄 알고 있었네."
"알았으면 의홍께서 진작에 저를 말리시는 것이 올바른 쪽 아니겠습니까. 어찌 말리지 않으신겝니까."
석민을 동서재에 바래다주던 지수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석민에게 말을 건넸고 석민은 그런 그에게 웃으면서 답했다.
"오늘처럼 명륜당 수업에서 자네가 당하는게 보고싶었던 이유지요."
옆에서 따라오던 정한이 살풋 웃으며 말했다.
"화윤.... 너무 한 것 아니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유생끼리 너무하십니다."
"너무한 것은 도겸, 자네겠지. 매번 명륜당에서 멍-하니 있으면서 예조월강(禮曹月講, 성균관의 시험)에서 수석을 하니, 이보다 너무한 것이 어디있겠소."
"그러게말이오. 나와 화윤은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하여도 도겸을 따라가지 못하니 속상합니다."
"하하. 제가 잘난 것을 어쩌겠습니까. 억울하면 자네들의 머리를 탓하시오."
"거참 겸손할 줄 모르는 양반입니다. 물론 이게 이 진사의 매력입니다. 하하하."
정한과 지수는 장난스런 석민의 말에 웃으면서 거, 오늘 밤은 조용히 가만히 계시게나. 라는 말을 전하고 동서재를 떴다.
석민은 걸어가는 지수와 정한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소. 명색이 이 석민인 것을"
'금야...월...여포..... 오늘 밤 달이 나를 안는다고...? 어떻게 안아?? 나를??'
계속 같은 생각을 하며 수를 놓다보니 어느 덧 밤이 깊어 부산스럽던 기방이 점차 조용해지고 있었다.
여주는 더 어두워지기 진 줄도 모르고 깊은 생각에 잠겨 등장을 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보름달이 밝게 떠올라 달빛이 방을 한가득 품었기에 그 어둠을 인식하지 못했다.
''잠깐만..... 금야(今夜).... 벌써 오늘 밤이잖아.... 월여포(月汝抱)는......?'
여주는 급히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름달이 정확히 여주의 정면에서 환하게 본질을 밝히고 있었다.
"금야월여포(今夜月汝抱)!! 오늘 밤 달빛이 나를 안을 때!!! 달이 나를 정확히 마주본다는 거야!! 근데.... 그럼 청접비여포(靑蝶飛汝抱)는 뭐지...?"
"푸른 나비가 너를 품으러 온게지."
담장 너머로 푸른 도포를 입은 석민이 달빛을 받아 더욱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내 너에게 문제를 내지 않았느냐."
"금야월여포(今夜月汝抱)는 달빛이 연화기방을 정면으로 마주 볼 때를 말하는 것이고....."
"청접비여포(靑蝶飛汝抱)는 못 푼게구나."
"푸른 나비가...... 혹 진사님이십니까?"
"역시 연화기방의 기생 답구나."
"진사님이 어찌 저를 품는다는 말씀을 하십니까."
"난 그저 내 두루마기를 받으로 온다는 뜻으로 말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
여주는 괜히 얼굴을 붉혔다.
"네 얼굴이 마치 도화(桃花)가 핀 것 마냥 붉구나. 설마, 내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을 기대한 것이냐?"
"아..... 아닙니다...."
도겸은 그런 미루를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내가 어찌 이 늦은 시간에 기방을 찾아왔겠느냐. 영업도 끝난 때이거늘."
"......예?"
"너를 내 혼자 보고싶은데 마땅한 이유가 없지 않느냐."
"두루마기는 너라면 분명 승관이에게 맡겨 건넬 것이 뻔한데."
".......농이 지나치십니다."
"내가 지금 농하는 것 같으냐?"
달빛에 비친 석민의 안정(眼睛, 눈동자)이 그 어느 때 보다 생기가 가득했다.
"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담장을 끼고 얘기하려니 영 답답하구나. 넘어오지 않겠느냐."
"예?"
"아까부터 하는 말이 '예'라는 소리 밖에 없는 것 같구나."
"아...아니 진사님!!!"
석민은 가뿐하게 담장을 넘어 여주의 손을 잡았다.
"오늘 밤은 나와 함께 있어야겠구나."
"도...도겸님!! 들키면 행수님께 경을 치르고 말것입니다!! 도겸님께서도 동서재(東西齎) 통금시간이 있지 않으십니까?"
"실은, 오늘 명륜당 수업에서 쫓겨나 외출을 금지당했다."
"그럼 더더욱 나오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너와 있고 싶다는데 그 보다 더 중한 이유가 있겠느냐."
"...진사님도 생각보다 고집이 센 것 같습니다."
"역시나 너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석민은 여주를 품에 안아 담장을 넘어 빠져나갔다.
"이 진사님!!!"
"쉿. 이러다 행수님께 들키겠다."
석민은 담장을 넘자 여주를 조심히 내려놓고 예쁜 웃음을 보이며 그녀의 수수(手首, 손목)를 채어 대나무 숲 사이로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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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거의 일주일 만이죠ㅎㅎㅎ
제 딴에는 더 빨리 연재하고싶은데ㅠㅠ 현생이 못그러네요ㅠㅠ
[암호닉]
마듀 제성 꼬솜 해리포터 17 햄찌 휴지 녕미 설피치 채이
세네 여운 챈솔 호시 꼬앙 릴리 17뿡뿡
아직 2화밖에 안 됐는데 벌써 17명이네요ㅠㅠ(세븐틴!!)
너무 감사드려요♥ 신알신 해주시는 분들도ㅠㅠㅠㅠ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궁금한점이나 질문도 댓글로 받겠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 부탁드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