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과거.
Focus. 김원식
"야 김원식"
"하사 김원식"
"갑자기 궁금해지네."
"뭐가 말씀이십니까?"
"이대위님. 이대위님은 무슨 개인 임무를 받아서 너 먼저 온거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히 거기서 더 받을 개인 임무가 없었는데 이 대위님은 도대체 왜 개인임무를 받으셔서 3개월째 감감무소식이냐.."
"..."
-
그러니까, 대위님이 마지막으로 받으셨던 임무 전에, 차소령님을 제외한 우리팀은 파병을 나갔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포함한 단순한 파병이었고, 그 훈련이 끝나갈 즈음 이 대위님은 남은 임무가 하나 있다며 우리를 먼저 군용헬기에 태웠더랬다.
'잘가라. 차학연한테 내 안부 전하는 김원식 죽여버릴거니까 전하지 마. 알았냐?'
그의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재환은 웃으며 말했고 원식은 거수경례 후 군용헬기에 빠르게 올라탔다.
입국하자마자 눈에 띈 얼굴은 단연 차소령님이었다. 파병 직전에 진급하여 파병팀에서 빠지게 됐던게 서운했던건지 그 당시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가고 난 뒤 소령님의 아버지인 차사령관과 한판 했다고 그 먼 오지까지 소식이 들렸다. 학연은 주위를 계속 두리번 거리며 재환을 찾는 듯 했고 그 모습에 원식은 한숨을 한번 쉬곤 거수경례 후 재환의 개인 임무 소식을 전했다.
"이대위님은 개인 임무 차 저희와 함께 입국하지 못했습니다. 차소령님"
"뭐야, 이새끼 또 날랐어?"
얼굴까지 빨개지며 학연은 손에 쥐었던 베레모를 바닥에 던졌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씩씩대다 결국 욕 한마디를 내뱉었다. 오늘은 사과하려고 했는데...씨발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는데. 원식은 중얼거리는 소리를 애써 못 들은 척 하며 정자세로 서있을 뿐이었다.
차소령님과 이대위님의 사이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굉장히 나빠졌었다. 평소에도 씨발씨발 거리긴 했지만 애정 기반 욕이라는게 확실히 느껴졌었는데 파병 가기 3일 전, 그러니까 차소령님이 진급하신 날. 둘의 사이는 평소에 쓰던 씨발씨발도 진심을 담아 했던 욕으로 변질되었다.
"그만 좀 피하지..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같은 땅에 없으니까 할 수가 없잖아.. 야 이거 나만 속터지는거 맞지, 그치"
"성급히 말씀드리는것일수도 있지만, 걱정하는 말투였습니다"
"걱정이고 나발이고.. 그런 지랄을 내 눈앞에서 하라고.. 이제 받아줄 수 있는데.. 짜증나 씨발.."
원식은 몇 마디를 더 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2개월 쯤 흘렀을 때 이대위의 일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이대위가 맡을 개인 임무는 사실 애초에 없었다고, 국가가 왜 이재환을 불렀는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리고, 차학연만 모르게 암묵적으로 이재환이 죽었다고 윗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돌고 있는 것도, 차소령만 제외하고 군 내 공공연하게 돌아가고 있던 소문이었다. 원식은 이대위의 단독 임무가 신경쓰였지만 쉽사리 학연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확실치 않은 일에 자신의 한 마디로 어떤 상황을 초래할 지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약 4달 뒤, 재환이 돌아왔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