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과거 2
Focus. 이재환
"씨발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누굴 실험체로 보내요?
그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세상은 조금이 아니라 존나 좆같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까,우리는 몇달 간 셀 수 없는 훈련과 파병으로 지쳐있었고 그 사실에 사령관 특별 지시로 알파팀에게 10박11일의 휴가를 명받았었다. 그 어느때보다 나와 차학연의 사이는 참 평화로웠었다.
하지만 너무 꿀같은 시간들이라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질투를 했던 모양인걸까.
휴가를 마치고 다시 돌아와 훈련을 받던 중 소장의 갑작스러운 부름으로 꽁무니 빠지게 달려갔더니 소장씩이나 달고 있는 새끼가 은밀히 내게 와 하는 얘기는 내 손을 떨게 만들었다. 내용의 중점은 알파팀의 인원을 차출시켜 미국의 생체실험에 투입시키라는 것이었다. 당연 실험자가 아닌 피실험자로서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군에서는 암묵적으로 행해진 일이라고, 이게 아니면 미군의 협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라는게 그의 변론이었다.
이게.. 이게 무슨 엿같은 말이야 씨발.. 꽉 쥔 주먹이 떨려왔고 참지 못해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안돼. 난 그렇게 못해. 내 사람을 어디로 데려간다는 거야 이 개새끼가.
"차라리 어디서 사람 하나 납치를 해오라고 그래. 우리 애들 마루타 만든단 소리 아냐, 그러니까? 이거 생각보다 더 좆같은 새끼였네?"
"ㄴ너, 너 상사한테 지금 무슨 소리야, 무슨 새끼? 어? 너 지금 군법 위반이야 새끼야, 상사 명령 불복종으로 큰 일 치루고 싶어!?"
"한 마디만 더 해 씨발 여기서 바로 니 머리에 총구멍 하나 날 테니까. 너 같으면 지금 내 새끼들이 도살장 끌려가게 생겼는데 눈에 뵈는게 있겠냐?"
소장은 씩씩거리며 명령 불복종으로 영창을 가네, 파병을 가네 지랄 발광을 떨어댔다. 나는 결국 성질머리를 이기지 못하고 소장의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고 소장실을 나섰다. 내 새끼들은 절대 안 넘겨. 아니, 못 넘겨. 형형한 눈빛과 그의 얼굴에 맞닿은 주먹으로 나는 내 긍지와 신념을 지켜냈다.
결국 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나오게 되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이빨 나가게 때릴걸.. 괜히 신사인 척 한다고 이빨 안 나가게 때렸네.. 머리를 긁적이며 원식과 같이 짐을 싸 군용 헬기에 올라탔다. 거의 유배라고 불려질 만 했다. 와중에 차학연은 파병을 가장한 유배가 떨어지기 직전 진급하여 헬기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 즈음에 우리는 대판 싸웠었다. 물론 논점은 차학연의 진급이었다. 불공평하다며 항의하겠다는 너를 뜯어 말리느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어버렸고 그 거짓가시에 너는 크게 찔려 아파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너를 떼어놓고 가야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테니. 그 때의 나는 아주 많이 이기적이라,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 줄 명분이 있어야 했다.그게 차학연이라는 존재였다.
당신은 그렇게 아버지 그늘 밑에서 안전하게 있어. 좆같은건 내가 다 할테니까. 그냥, 숨만 쉬고 있어 제발. 내가 어떻게든 살아서, 그 곳으로 갈게. 넌 그냥 거기서 숨만 쉬고 있으면 돼.
"내 사람은 못 보내. 차라리 가도 내가 갑니다. 실험체든 나발이든 씨발이든, 다 내가 할테니까. 우리 애들 건드리지 마. 만약에 우리 애들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니네 전부 다 사살이야."
소장의 얼굴에 주먹을 꽂으며 했던 그 말에 후회는 없다. 누군가가 무조건 가야한다면, 그게 불이익을 받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당연하게 내 몫이어야 했기때문이다. 적어도 내신념은 그러했다.아프가니스탄 파병 마지막 날. 나는 김원식과 나머지 새끼들을 헬기에 태워 보냈다. 군용헬기가 보이지 않을때 까지 손을 흔들었다.살아서 돌아갈 수 있든 없든, 그냥 다 집어 치우고 지금 이 순간, 차학연이 가장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