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치피스님
V, Vernon, and SEVENTEEN
...부디 행복하십시오.
너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직명 : 세븐틴(SEVENTEEN)
3년 전 새롭게 등장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
잘 짜여진 위계와 상당한 실력의 조직원들이 세븐틴 성장에 한 몫 하고 있음.
10
생각해보니 존나 좆같은 거였다.
나도 조직원인 만큼 자존심이 강했다. 그런 내가, 우지의 손안에서 놀아나다니. 화가 뻗쳐 이건 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잠깐이지만 그에게 설렜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만큼 화가 나는 거였다. 당장 내 눈앞에 우지가 있다면 존나 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막상 우지 앞에 서면 꿀 먹은 벙어리마냥 쫄게 분명했지만.
우지를 존나게 씹고 있는데 17의 수신이 왔다.
'C, 06-15-16 전략 다 짰습니다.'
"지금 저 기분 나쁜 거 고려하고 읊어보세요."
'...네. 암살팀이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경비병을 장거리가 한 번에 몰살시킵니다.'
"거기 경비병만 50명인 거 아시죠? 그리고 거기 경비병들은 경비업체 경비들이에요. 조직이 아니라."
'압니다. 근데 경비병 뚫을 방법이 없습니다. 걔들이 얼마나 주도면밀한 지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이미 여러 번 도둑맞았는데."
'도둑맞았던 방법이 참 다양했는지 해결책들 또한 아주 다양하게 마련해 놔서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아예.'
그냥 죽여 버릴까, 17을. 그걸 왜 나한테 따지는 거지? 내가 낼 수 있는 한 가장 나긋한 목소리로 17을 불렀다.
"원우야."
'응?'
"내가 이거 허락하면 나 진짜 보스한테 뒤질지도 몰라."
'......'
"내가 요즘 얼마나 깨졌는지 아니? 나 그냥 조직원이었으면 지금쯤 처참한 몰골로 바다 한 가운데 고기밥으로 던져졌을 거야."
'...열심히 해 볼게.'
"응, 그래. 이딴 거 한 번만 더 가져오면 나 죽으라고 가져오는지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보스한테 올릴게."
'정말 열심히 해볼게. 3일만 더 줄래?'
"그래. 수고해."
'응. 쉬어.'
씨발 좆같은 일 투성이다. 오늘 왠지 하루 종일 엿 같을 것 같다.
개발팀 팀장이 된 B에게 전해줄 서류가 있어 가는 길에 우지를 마주쳤다. 존나 속이 뒤집어지게 웃으며 인사를 해 오는 것이었다.
"안녕?"
"응."
"화가 많이 났나봐? 주제도 모르고 말을 까고."
"......"
"보스 아니었으면 넌 이미 내 손에 죽었어."
"알아. 그때 죽이지 왜 아직까지 살려뒀니?"
"...내 손에 너 피 묻히는 것만큼 더러운 일이 없거든."
"아, 그래? 나 너 존나 좋아해. 보스한테 일러 개자식아."
우지의 표정이 처참하게 망가졌다. 가식적으로 웃고 있느라 호를 그리던 눈과 입이 사정없이 굳었다. 덕분에 내가 웃음이 나왔다. 와, 속이 다 시원하네. 우지와 마주쳤을 때처럼 웃으며 인사해주곤 마저 개발팀으로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뒤에서 총 장전하는 소리만 들리지 않았다면.
"어디가? 말 아직 안 끝났잖아."
"......"
"날 이겨먹으려고 들어? 네까짓 게?"
"......"
"뭐하는 거예요?!!!!!"
갑자기 등장한 디에잇이 소리쳤다. 덕분에 가까이에 있던 현장팀 사무실 문이 열렸고, 그 안에서 현장팀 애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버논도 뛰쳐나와 우리를 보더니 입을 떡 벌렸다. 뭐하시는 거냐며 우지 쪽으로 디에잇이 향했고 버논은 내 어깨를 감싸듯 부축해주며 가까이 있던 계단 쪽으로 끌었다. 우지의 눈에 내가 보이지 않을 때 쯤 주저앉았다. 버논이 잡아줘서 거의 안겨있는 꼴이 됐지만 상관없었다. 그 순간의 공포는, 그때와 맞먹었으니까.
"...요즘, 왜 그러십니까."
"......"
"걸을 수 있겠습니까? 업어드리겠습니다."
"됐어."
날 받쳐주던 버논의 팔을 힘없이 치니 알아서 날 놓아주었다. 나, 어디로 가고 있었더라.. 개발팀.. 아, 맞아. 개발팀으로 향하고 있었지. 여기가.. 3층이니까.. 두 층은 더 올라가야겠다. 계단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좁은 시야에 검은 구두가 보였다. 고개를 들고 보이는 얼굴에 아까와는 상상조차 안 되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C, 우지랑 같이 내 사무실로 와."
"......"
"대답."
"...네."
보스가 뒤 돌아서 위로 올라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올라가면 거기서 죽으려나.
보스의 사무실에서 뒷짐을 진 채 우지와 나란히 서 있다. 보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를 느릿하게 번갈아 보셨다. 그게 더 무서웠다. 곧 보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앓는 소리도 내면서. 마치, 진짜 아끼던 소유물을 버리기 직전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나와 우지가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거였다.
"...아아, 어떡할까."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아니, 벌을 주려는 게 아니야."
놀라서 보스를 보았다. 벌을 주려는 게 아니라니? 보스도 그런 나와 눈을 맞추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또 앓는 소리였다.
"으으, 너희 둘 다 내가 아껴. 그런 애들끼리 죽자고 싸우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
"지금 여기서 화해 시켜봤자 나가면 문 닫자마자 째려볼 게 뻔 하고, 그렇다고 간부들 분위기 흐리는 너희를 죽이기엔 내 마음이 너무 아파."
맞다. 보스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잠시 동안 잊고 있었나보다. 우리를 절대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보스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다치면 다친 우리보다 자기가 더 아파했으니까. 우지도 그걸 느꼈나보다. 계속 긴장하던 표정을 풀었다. 보스도 그런 우지를 보았는지 미간을 피며 말했다.
"싸우지들 마. 사이좋게 지내."
"네."
"알겠습니다."
"하여간 대답은 잘해요. 가 봐."
"네."
"아참, 왜 부른지는 알지? 난 기회 3번 줘. 너희 두 번째야."
"네."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보스 사무실에서 나왔다. 문을 닫자마자 서로 쳐다도 보지 않은 채 각자 길을 갔다. 아, 저번부터 궁금하던 거 있었는데.. 타이밍은 그지 같지만 우지에게 묻고 싶은 건 물어야겠다. 이번 아니면 평생 못 물어볼 것 같았으니까.
"하나만 대답해줘."
나의 말에 우지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 우지를 확인하고 물었다.
"저번에 구름다리에서, 왜 나 뒤로 감췄어?"
"......"
"어려운 질문이야? 그럼 다른 거. 왜, 다쳤으면서 연구팀이 아니라 나한테 먼저 왔는데?"
"......"
"이것도 어렵니? 마지막이야. 죽이고 싶어 할 만큼 날 증오하면서 왜 방금 내 한 마디에 멈춰선 거야?"
우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발걸음을 재촉해 계단 밑으로 빠르게 사라질 뿐이었다. 정말, 모르겠다.
내 사무실 앞까지 어거지로 왔다. 그 앞엔 버논이 서 있었다. 한숨을 내쉬던 버논은 인기척에 놀라 내 쪽을 보더니 헐레벌떡 뛰어와 내 앞에 섰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우지가 허벅지 다쳐서 왔을 때. 그때와 겹쳐졌다. 우지는 뛰어오는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도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을까? 잔뜩 걱정하던 내 표정을 보면서 죽여 버리고 싶단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지금의 나처럼, 그나마 기분이 풀렸을까..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셨습니까?"
"...넌, 왜 이렇게 항상 유난이니?"
"좋아합니다. 그래서 항상 유난인가 봅니다."
"......"
"팀장님처럼 그런 이유가 아닙니다. 순수하게, 좋아합니다. C를."
"...넌,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십니까?"
버논을 바로 보았다. 처음 보는 붉은 얼굴을 한 채 나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능글거릴 땐 언제고,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 맞는지 정말 수줍은 소년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난 그런 버논에게 한 가지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
버논을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왔다. 문을 닫자마자 문에 등을 기댔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와 주저앉았다. 오늘이 내 인생 중 가장 지랄 맞은 날이다. 내 암담한 과거보다 더더욱 지랄 맞은 날이었다.
'애증인가 봐. 그거 밖에 답이 없어.'
우지의 수신이 왔다. 한참이나 고민한 우지의 답이었다. 차라리 묻지 말 걸 그랬나보다.
***
C는 애증의 우지와 순수한 버논 중에 우지에게 더 마음이 있는 것 같죠?
참, 어려운 사랑을 즐기네요.
오늘이 가장 우지다운 편이었어요. 원래는 전략팀과 첩보팀이 나왔어야 하는데,
우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니까 겁나 재밌는 거 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지는 과거 때문에 C가 진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데,
막상 C가 자신을 걱정하고 그런 것을 보면 마냥 미워할 수가 없는 거죠.
말은 막 해도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는 것처럼, 말 그대로 애증인거죠.
그게 잘 표현이 됐나 모르겠네요8ㅁ8
버노니는 언제나 그렇듯 C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계십니다..8ㅁ8
우리 병아리.. 남주인데.. 맴찢이야8ㅁ8
+
한 편이 나올 때마다 텍파로 만들고 있거든요?!
텍파로 만드 거 읽어보니까 전개가 무지막지하게 빠르더라구요.
그래서 아마 텍파엔 본편에는 안 나오는 내용들이 추가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듭니다~^0^/
★암호닉입니다!★확인부탁드려요!★
암호닉은 최근편에 신청해주세요..!
이번(4차)에 신청해주신 분은 번외나 특별편 못 드릴지도 몰라요..8ㅁ8
<1차>
자몽소다, 전주댁, 뿌랑둥이, 치킨반반, 최벌넌, 수학바보, 솔찬히, 성수네꽃밭, 한화이겨라, 꼬솜,
파루루, 햄찡이, 노랑, 치피스, 블유, 수녕텅이, 남융, 순수녕, 볼살, 제주도민,
예에에, 제주시, 밍꾸, 애쁠, 버눗방울, 마르살라, 열일곱, 겸손, 연잎, 세봉윰
<2차>
투녕, 씨그램, 쑤녕둥둥, 코스모찌, 챈솔, 햄찌, 문홀리, 1103, 란파,
비행기, 논쿱스, 김민규오빠, 닭키우는순영, 홍슈아, 두유워누, 곰부승관, 바람개비
<3차>
말미잘, 공오, 마릴린, 뿌야뿌야, 망구, 닝냥, 허긩, 발꼬락, 조아, 헕,
양양, 셉요정, 너누, 미세먼지, 두루마리, 뿌야
<4차>
17뿡뿡, 뱃살공주, 쭈구미, 메뚝, 매직핸드, 고라파덕, 순별, 꽁냥꽁냥, 갈비, 초록별,
11023, 둥둥떠, 조아, 사랑둥이, 한울제, 순주, 너누리, 심장한솔대란, 쿠조, 아리아리,
문과생, 내일, 이월십일일, 채꾸, 팽이팽이, HVC, 뽀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