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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김원식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했던 말이 있다.



"야 김원식"

"이병 김원식"

"군복은 뭐라고 생각하나"

"군복은.. 수의라고 생각합니다"

"에헤이, 얘가 초장부터 사람 잡는 소리하네?"

"아. 사회에서 봤던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말했지 말입니다"

"미치겠네"



그는 바람 빠진 듯 피식 웃으며 나를 봤다. 쭈그리고 앉아 나보다 낮은 시선에서 그는 나를 올려보더니 쉬어를 외쳤다. 차렷 자세로 있으니 그는 담배를 한 대 입에 물고 나를 다시 올려다봤다.


"군복은 우비야 알아둬 새끼야"
"...예?"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순간 이 새끼가 복날인데 목욕한 닭국이 나와서 더위먹은건가 싶었다. 잔뜩 물음표를 띄운 채 차렷자세를 하고 그를 내려다보니 그는 호탕하게 웃어제끼며 그 이유를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희생하면서 지켜주는 것. 그래야만 하는거. 군복은 그런 존재야. 내가 뱉는 말. 행동 하나 하나가 내 조국을 위한 일이고 내 나라의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는 우비가 닳아 없어질때까지 자신의 나라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었고, 조국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어쩌면 나는 아버지보다 그를 더 존경할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단독 임무를 맡았다고 우리를 먼저 돌려보낼때의 그 눈빛을 잊지 못했다. 살려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도대체 왜. 그는 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고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특전사 임무 기록장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워낙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기록장이다보니 뚫는데 꽤나 오래 걸렸었다. 조국의 공기를 맡은지 두어달이 흘렀을까, 결국 기록장은 내 손에 들어왔고, 한 장을 넘기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임무가 있었다.



대위 이재환. 특별 개인임무. 사항 기록 금지.


그에 대한 물음을 가득 띄우고 군화는 복도를 가로질러 어느 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관등성명과 거수경례를 모두 마치고서야 방 안의 존재는 나를 인식했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이재환 대위님은, 무슨 임무를 맡으신 겁니까.

그는 내가 질문을 던지자마자 손을 떨었다. 그 미세한 떨림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 행동을 내 눈에 그대로 담았다.

아버지는 살아 생전 거짓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들었던 그의 말은 분명한 거짓이었다.


"특별임무 수행중이다. 나라를 위한 것이니 네가 상관 할 일이 아니야"

"나라를 위한 것이라면, 왜 나라는 그가 맡은 임무를 숨기는 겁니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 아닙니까.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 사람이 하는 일을 도대체 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입니ㄲ.."

"시끄럽다. 그만 나가. 군대가 언제 이렇게 쉽게 상관의 방을 방문했던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고개를 저으며 그는 내 말을 가로 막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계속 내 상관이 명령받은 임무를 물었다. 결국 호통을 크게 친 그는 내 뺨을 내리쳤다. 고개를 꺾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꺾일 수 밖에 없었고, 나는 또 옛날의 말을 되새길 수 밖에 없었다. 제 상관이 그랬습니다. 아버지


'쳐, 씨발'


군인은 나라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상관의 명령이 내 사람들에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앞 뒤 안가리고 쳐. 뒤는 내가 막아줄테니까. 니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의심 없이 덤벼. 알았냐?


그 뒤 봐줄 상관이 없어서 제가 이렇게 아버지한테 맥을 못 추리고 있잖습니까. 대위님. 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자신의 행동, 말, 그의 뼈부터 혼까지 그의 것 하나하나가 전부 조국의 것이었던 그를 조국은 도대체 어디로 그를 흘려보낸 것일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독자1
너무 재밌어요.. 왜 이걸 이제 봤을까ㅠㅠㅠㅠㅠ 돌아와주세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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