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STEM] 당신의 잠든 연애세포를 깨워드립니다.
( 부제 : 내 맘 때리는 최승철 )
강의실에서 빠져나와 계단을 서둘러 내려가는데 느껴지는 비 냄새에 가방을 뒤져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비를 막을만한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 맞고 가야하나. 이따가 약속도 가야하고..
핸드폰 액정에 내 머리를 한 번 비추어 보았다. 오랜만에 머리 예쁘게 했는데.
" 엄마, 엄마 집이야? "
' 회사지-. 왜? '
" 비오는데 우산이 없어서,
일단 끊어요, 엄마."
전화를 주머니에 쑥 넣고는 입술을 깨문채로 구멍이 뚫려버린 듯 비를 쏟아내는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왜, 그런거 있잖아요. 비 오면 평소에 나 좋아하던 남자애가 우산 씌워주고, 이런거.
그런거 현실에는 없나봐요.
" 할 수 있다. 가자! "
텅 빈 학교 현관에 내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 뭘 할 수 있어, 비가 저렇게 오는데. "
마음을 가다듬고 가방을 머리위로 올려 뛰쳐나갈 찰나에 뒤에서 누군가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에, 나 학교에 아는 남자 없는데.
뒤를 돌아봤을 때는 그가 저 혼자 쓰기에는 꽤나 큰 우산을 들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아, 안녕하세요-. "
" 인사는 나중에 하고, 집 어디쪽이에요? "
그에게 대충 집으로 가는 방향을 설명하자 그는 아니라고 사양하는 내 팔을 잡아끌어 제 옆에 딱 붙혀놓고는 우산을 내쪽으로 기울였다.
어깨, 젖는데.
그가 입은 셔츠가 떨어지는 빗물로 적셔져갔다.
제 옷은 젖어도 돼요. 약속있어서 꾸미고 온 것 같은데 젖으면 안되잖아.
아아, 그의 매너란. 심쿵.
" 저 여기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편의점에서 우산 사서 쓰고 갈게요. "
" 괜찮으니까 데려다줄게요. "
" 제가 더 괜찮은ㄷ.. "
" 내가 좋아서 데려다주는거니까, 응? "
둘이 있으니 좁아보이는 우산 안에서 너는 내게 키를 맞춰서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얼굴이 빨개지는게 느껴져서 고개를 푹 숙여 고개만 끄덕이자 그는 손으로 가만 내 고개를 들어주고는 나와 함께 걸었다.
그게 그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이었다.
***
연애 1년만 되도 서로가 편해져서 사랑이 점점 식는다고,
흔히 들려오는 말이었다.
그 흔한 말이 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네가 너무 좋아.
그날처럼 우리는 우산을 쓰고가고 있었다.
겨울로 접어든지 한참, 꽤나 추운 날씨탓에 그는 내 손을 잡아 제 주머니에 넣고는 내 손을 꽉 잡아왔다.
오늘 눈 온다고 했는데-.
그가 아쉬운 목소리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는 우산을 접어 카페의 우산꽂이에 꽂아놓고는 카운터 앞에서서 메뉴판을 살펴보더니 내게 물었다.
" 딸기 요거트 스무디? "
" 와, 기억력 진짜. "
저번에 지나가는 소리로 딸기 요거트가 먹고싶다는 내 말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던건지 그는 내 음료와 제 음료를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내 손을 가만히 잡아 가만 보더니 그는 나를 보며 물었다.
네일 색 바꿨네? 예쁘다.
내가 그리 튀는 색을 바르는게 아닌데도 그는 내 모든 변화를 한 눈에 알아채고는 그 말 끝에 항상 ' 예쁘다. ' 라는 말을 덧붙혔다.
" 아, 온다. "
그의 말에 카페 밖을 내다보면 하얗고 하얀 눈이 바닥에 내려 앉고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벌써 웃음이 가득했다.
잔뜩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그의 기분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내려올 생각을 않았다.
그는 바깥 풍경에 한참 넋을 놓고있다가 위잉, 하고 울리는 진동벨에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가지고 왔다.
밖에서 눈이 온다며 신나서는 이리저리 뛰는 어린아이와 그의 표정이 자꾸만 같아보여서 웃음이 났다.
선배, 눈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장난으로 던진 질문일 뿐인데 그는 너무나도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보다가 내 코를 손가락으로 톡 치며 입을 열었다.
" 당연히 너지, "
" 역시 나죠. 내 인기는 참 안 식어. 그런김에 선배 커피나 한 번 먹어볼까요? "
그는 내게 제 커피를 건네고는 창 밖을 다시 바라보고는
밖에 나가자.
하고 나와 카페 밖을 나섰다.
작년에도 올해에도 눈이 올때면 항상 찾아가는 놀이터가 있었다.
단지 안의 외진 곳에 있어서 어린아이들도 많이 없는 곳이어서 둘이 놀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다.
그가 멍하니 하늘만 보고있을 때 이때다, 싶어서 눈을 잔뜩 뭉쳐 그의 등을 향해 던졌다.
퍽,
하는 소리를 내고서는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눈들을 뒤로하고 그가 뒤돌아서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퍽, 퍽, 양쪽에서 번갈아 들려오는 눈뭉치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고 나서야 선배와 나는 놀이터의 벤치에 앉았다.
서로의 머리 위에 잔뜩 얹어진 눈을 보고서는 마주보고 웃음이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
[승철선배] 감기 걸릴 수 있으니까
[승철선배] 집가면 꼭 씻어
[승철선배] 알겠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수수 쏟아지는 메세지들에 그에게 알겠다고 답을 하고는 축축해진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로 씻으니 몸이 녹으면서 노곤해지는 기분에 쇼파에 거의 눕듯이 앉아 티비를 틀었다.
한창 인기있는 드라마가 티비 속에서 흘러나오고 나는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다시 들어 전화를 받았다.
' 집 앞인데 잠깐 나올래? '
" 선배, 아직 집 안갔어요? "
' 근처에서 친구 만나기로해서 기다리던 중이었지. '
" 아, 잠시만요. 바로 나갈게요, 빨리 갈게요! "
하고는 내 방으로 뛰어들어가 씻어서 말끔해진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얹으려고 했지만,
귀찮아. 이따 다시 씻기도 귀찮아.
그래서 그냥 모자만 눌러쓰고 집 밖으로 나왔다.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건지 그는 무릎을 굽혀 내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헐, 왜요. 못생겼어요? 아, 바르고 나올까요?
온갖 울상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나를 보며 그는 더 크게 웃다가도 내 손을 내려 다시 눈을 마주했다.
" 고등학생같다, 화장 안하니까. 귀여워. "
" 뭐에요, 놀리는거야? "
" 놀리는거 아니야. 진짜야-. "
집 밖에 나와서는 계속 내리깔고있는 고개를 제 손으로 천천히 들어 저와 눈을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는 볼에 한번, 입에 한번 입을 맞추고는 내 눈을 다시 뚫어져라 들여다봤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놀리고싶다. 왜 나만 항상 놀림당해?
나는 발꿈치를 들어 그의 코앞에 내 얼굴을 들이밀고는 아까의 그처럼 웃어보이자 그는 몸을 뒤로 빼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왜 뒤로 빼요? 내가 싫은가? "
" 아니, 아니 그런건 아니야. "
그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나는 발꿈치를 든 채로 한발 더 다가가서 다시 그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
내 한쪽 팔을 잡고 나를 벽으로 밀어 붙힌 그에 의해 한껏 올라가있던 내 발꿈치는 어느새 내려와있었다.
" 자꾸 그럴거야? "
" 네? "
" 자꾸 그렇게 끼부릴거냐고. "
" ..에 "
아무도 없는 거리의 가로등 밑에는 그와 나 둘 뿐이었다.
괜히 긴장되는 분위기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의 얼굴만 보고있자 그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훑었다.
잘못 걸렸다. 잘못 걸린 기분이다.
여러분, 장난은 아무 상황에서나 치는게 아닌가봅니다.
" 약속깨고 지금 너희집 들어가서 내일 아침에 나올까? "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갛게 물든건지 그는 내 표정을 들여다보다가 풉, 웃었다.
그는 내 볼을 아프지않게 꼬집으며 말했다.
" 장난도 못치겠네, 뭘 그렇게 울려고해-. "
" 아, 선배! "
" 자꾸 그러면 나도 어떻게 할지 모른다-. "
내 뺨을 그의 손으로 붙잡고 수차례 입을 부딪혀오다가 마지막에는 길게 입을 맞추고서는
아, 약속시간 다 됐네.
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가 놓고서는 다음에 보자며 나를 와락 안아왔다.
그가 걸어간 그 길 뒤로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을 쳐다보며 아이처럼 멍하니 거리에 멈춰 서있을 그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카톡,
울리는 알림소리에 핸드폰을 들어 확인해보면 네게서 온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승철선배] 결혼하고싶다
[승철선배] 너랑
:) 사담
노잼이라구요? 하나도 안설렌다구요? 맞아요^^*
연애세포를 살려드린다던 제가 연애세포를 잃어서 1도 안설레나봅니다.. (오열)
여러분, 지금 비와요!
이제 더위도 끝나가나봐요! 다들 힘내요 우리♥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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