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겨울이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백현을 위해 제 옷을 벗어 덮어준 경수가
슬그머니 백현의 손을 잡았다
백현은 괜히 인상을 한번 찌푸렸지만 잡힌 손을 빼지는 않았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바닥의 냉기가 신경쓰여
누워있는 백현을 일으세우려던 경수가 백현의 콧노래에 멈칫한다
백현이 기분좋은 모습은 오랜만이다
눈을 감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백현은 겨울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거린다
슬금 슬금 올라가는 백현의 입꼬리를 가만히 보던 경수는
속삭이듯 백현에게 말을 붙인다
' 너 아웃팅 당한거말이야'
백현이 눈을 번쩍뜨고는 경수를 매섭게 노려본다
'그 얘기를 지금 왜 꺼내, 기분 잡치게 '
'..백현아, 많이 힘들었지?'
'됐어, 다 지난얘기 꺼내서 뭐해
곁에 둘 사람 정리하고 잘됐지 뭐
역겨운 호모 포비아들 '
백현이 경수의 옷을 턱끝까지 끌어올리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경수는 백현의 눈 위에 제 손을 올린다
추운날씨에도 따듯한 손이 기분 좋은지 백현이 불평없이 가만히 경수를 내버려 둔다
경수가 낮게 웃으며 백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현아, 그 소문 내가 낸거야'
백현은 숨이 탁 멎는 기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