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살 아저씨랑 연애한다
w.1억
"흐아어아아아아아아아암."
"졸려~?"
"완전이요..........."
식탁 의자에 앉아서 분주하게 막 움직이는 아저씨를 보고있는데 어찌나 설레는지 모른다.
아저씨랑 결혼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나는 워낙 요리를 못해서 아저씨가 다 하겠지..?
"와 진짜 아저씨 짱이다. 진짜 시집가도 되겠어!!"
"라임아.. 누가보면 내가 만든 줄 알겠어."
"헤헤헤헤."
사실 배달음식 데운 것 뿐인데 그래도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에헴.....
아저씨랑 마주보고 앉아서 늦잠을 잔 후에 1시에 점심을 먹는 것이란.. 이거시.. 행복이다..음하하
"아저씨 근데요 뭐 좀 물어봐도 돼요?"
"응?"
"…아저씨 전애인이랑은 왜 헤어진 거예요?"
전혀 듣고 꿍해있으려고 물어보는 건 아니었다. 정말로 궁금했다. 아저씨라면 다 이해해주고 맞춰주는 성격일 텐데 왜 헤어졌을까?
"나는.. 라임이랑 만나면서 전에 만났던 사람 얘기 하고싶지않은데."
"에헤이~"
"……."
"에이이이이이이~알겠어요...!"
어색하게 에이이~하면 아저씨가 웃어주었고, 나는 바로 수긍했다. 그치.. 물어보는 내가 바보지....
저걸 누가 대답해주겠어.
"……."
그래도 궁금한 걸 어째? 아저씨가 차였을까? 에히! 저렇게 잘생겼는데 차이겠어?
혼자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아저씨를 뚫어져라 보니, 아저씨가 '왜 그러는데'하고 웃는다. 아, 아닙니다요~~!!
"아 맞다 나 인스타그램 아이디 만들었어."
"오 진짜요!?!?!?드디어!?!?!?!?!?내꺼에 막 댓글 달아줘요! 얼른!!"
"ㅋㅋㅋㅋㅋ댓글?"
"오예! 아저씨랑 꽁냥거려야쥐~~"
"그런 걸 왜 물어보냐??ㅋㅋ 너도 참 이상해~"
"왜요! 궁금할 수도 있자네!!!"
"근데 내가 살면서 네 남친처럼 잘생기고 다 맞춰주고 이해해주는 사람 봤거든? 대부분 헤어지는 이유 보면~ 다 차이거나?"
"그쵸!?!!? 왜 차지? 저 얼굴을?"
"아니 들어봐."
"예."
"차이거나~ 애인이 씨게 선을 넘었거나. 둘중에 하나야~"
"선을 씨게 넘는다고라...."
"ㅇㅇ."
"저렇게 잘생기고 착한 아저씨한테 선을 어떻게 세게 넘지?ㅠㅠㅠㅠㅠ"
"어휴...."
"히이잉 진짜 어이없어! 이해할 수가 없어!!"
"암튼..! 연애할 때 애인한테 전애인 얘기 물어보는 거 아니야. 극혐."
"…그쵸? 내가 생각해도 나 좀 극혐이긴했으.."
"그래 ㅡㅡ그러니까 네가 선만 안 넘으면~ 전애인 꼴 안 난다~"
"무슨 전 애인 ㄲ..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창섭오빠랑은 잘맞았다. 서로 개그코드도 잘 맞아서 뭐만하면 빵터지고 아저씨 얘기만 하면 지겹다면서도 다 들어주고 참 좋은 사람이다.
뭔가 저러니까 더 궁금해졌다. 아저씨는 왜 헤어졌을까?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애들이랑 같이 강릉에 가지 못했다...원래는 버스타고 같이 가는 건데.
아저씨가 데려다준다해서 애들한테나, 아저씨한테나 대역죄인처럼 울상지으며 가는데..
괜히 가서 놀 생각하니까 현타가 오는 것이다...
현타의 이유를 말하자면..
"무슨 일 있어?"
"…에?"
"표정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그냥요.. 가서 잘 놀 수 있을까..하는 마음? 솔직히 말해서 손절한 친구 말고는 친하다는 생각 한 번도 못했는데. 저 불러준 게 고맙기도하면서도.. 왜 부르지..싶어요. 내가 맨날 연락도 씹고 그랬는데도 부르고싶나.."
"……."
"그냥 느낌이 이상해요. 가면 뭔 일 날 것 같고 찝찝하고."
"너무 신경쓰지 마."
"……."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일어나지않을 일도 일어나게 되더라고. 그리고.. 라임이가 연락을 씹어도 다시 찾게될 만큼 좋은 친구니까 부른 거 아닐까?"
"…치."
"그거 때문에 계속 표정이 안 좋았구나."
"……."
"친구라고 뭐 매일 매일 연락해야되나? 보고싶을 때 연락하고 만나는 게 친구지."
"…치이이이이이."
"가서 스트레스 받지 마."
"…그랬음 좋겠네요."
아마도 제일 친했던 하나뿐인 친구와 손절하면서 혼자 예민했던 거일 수도 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난 또 하나의 친구가 있었다. 그게 아저씨라는 걸 생각도 못하고있었다. 애인이기 전에 친구같은 아저씨.
"라임이 짜증나게하는 친구 있으면 나한테 카톡으로 그 친구 욕 한바가지 보내. 무슨 욕이든 다 이해할 수 있어. 라임이를 짜증나게하는 사람은 누가봐도 잘못된 행동을 했을 거니까."
"……."
"알았지?"
"…쓸데없이 스윗해 증말?"
"쓸데없어? 버릴까?"
"아니! 쓸데없는 게 아니라!!!! 완전 다정해!!!!!! 역시 내남자! 뭘 버려! 버리지 마!"
헤헤- 하고 웃으면 아저씨도 베시시 웃어보였다. 무슨 세상에 이런 아저씨가 다 있어? 진짜.
"헤헤헤헤헤헤ㅔㅎ헤ㅔ 바다다!!!!!!!!!!!!!!!!!!!!!!!!!!!!!!!!!!"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참 잘놀았다. 애들이랑 바다에 와서 쉴 틈도 없이 놀고 튜브를 들고선 바다에 들어가 둥둥 떠있기도하고
몇년동안 놀지도 못한 물놀이를 한꺼번에 한 느낌이라 너무 힘들었달까.
"나... 지쳤어.."
내 말에 4명 모두 고갤 끄덕였다. 늙었나봐 나 이제....
"야 근데 너 남친 진짜 스윗하다. 내 남친은 데려다달라니까 엄청 짜증내던데."
저 말을 듣자마자 생각이 든 게.. 아저씨는 짜증이란 걸 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라임이 남친 존잘이잖아. 막 우리끼리 연예인 사진 올린 거 아니냐고 막 난리였어 ㅋㅋㅋㅋ."
"맞아 잘생겼더라?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오랜만에 만난 애들은 내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고기를 구우면서 그때 얘기를 하면 애들은 소녀들처럼 꺄아 꺄아 소리를 지르는데 귀가 다 아팠다.
이미 우리는 술을 많이 마셨고, 전애인 까기도 바쁘고.. 좋아하는 사람 얘기하기도 바쁘다.
내가 걱정했던 건 다 별 거 아닌 게 되었다. 괜히 걱정했네. 와서 잘도 놀 거면서. 어우 어지러워. 너무 오버해서 마셨나..
"근데 얘네들 언제 와?"
"얘네? 누구?"
또 누가 오기로했었나? 내 말에 친구가 아 맞다! 하고 까먹었다는 듯 날 향해 말한다.
"도현오빠랑 성찬이 온다고했거든.."
"…야 네가 말한다며!"
"…깜빡했어 미안해."
"어쩌겠어~ 그냥 놀아! 남자친구가 싫어해? 남자들이랑 같이 노는 거..?"
"뭐 어때!!! 그냥 말하지 말고 놀자!"
저 말에 나는 벙쪄서 아무 대답도 하지못했다. 아저씨가... 싫어하는데.
"야 김라임 얘는 술을 왜 이렇게 마셨어?"
"뭐야 이도현.."
"너 눈 완전 풀렸어."
"어 많이 마셨어."
도현은 오자마자 라임이 취해있자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였다. 도현은 여자 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도현이 오자마자 분위기부터 달라졌고 그중에도 시연이라는 친구는 도현을 좋아하는 듯 했다.
오자마자 자신에게 관심없고 라임이에게 관심을 두고 챙기는 도현에 서운한지 시무룩해있다.
"그만 마셔라. 내일 일어나면 속 안 좋아서 어쩌려고 그러냐?"
라임이는 도현이 저렇게 말해도 대충 됐다는 듯 손사레를 치며 더 마셨고 도현은 소주잔을 뺏어든다.
"아 내놔."
"쉬었다가 마셔. 무슨 하마야? 하염없이 들어가네."
"내가 하마면 어쩔 건디."
"뭐 어쩔 건 아닌디~?"
"그럼 내놔라 ㅡㅡ."
"너 토하면 우리가 다 치워야되잖어~"
"안 할게!!"
"토가 안 한다고해서 안 해지냐?"
"어허."
시연은 그런 둘을 보고선 한숨을 내쉬며 술을 더 마셨다.
라임이는 술을 많이마셔 먼저 방에 들어가 누워있었고, 그런 동안에 시연은 술을 마시며 괜히 애들에게 떠본다.
"라임이 남자친구 있잖아. 마흔살이라면서.. 돈 때문에 만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옆에 있던 친구들은 흐으음- 하고 고민하는 듯 하다가 말한다.
"돈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생겼는데?"
"ㅇㅈㅇㅈ."
뒷담이라도 할라했더니 애들은 오히려 라임이를 부러워했고 미워하는 건 시연 뿐이었다.
미운 것도 아니었다. 도현이 아직도 라임이 한테만 저렇게 잘해줄 줄 누가 알았겠냐고.
"근데 라임이 남자친구 자랑 엄청 하니까 엄청 부럽더라."
"……."
"남자친구도 라임이처럼 좋아해주려나? 딱봐도 엄청 여자 많게생겼어 그치. 걱정이다.. 나도 저렇게 생긴 사람 만나봤는데 바람끼 장난 아니었잖아."
시연의 말에 그런가? 하며 친구들이 대답하면 시연이 뿌듯한 듯 웃었다.
"엄청 자상해보이던데."
"…네?"
"잘 만나는 것 같았고 잘 어울리더라고."
"아, 실제로..봤어요?"
"응."
도현의 말에 '잘어울리긴해~'하며 웃었고, 시연은 얼굴이 붉어졌다.
"나 좀 취했다..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시연이 멋쩍게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고,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괜히 말했나.. 짜증나 진짜.
라임이 애는 착하고 좋은데.. 도현이 오빠가 저러니까 너무 짜증나. 부들부들 떨며 방에 들어가려던 시연은 곧 발걸음을 멈추었다.
"……!"
어느샌가 안 보였던 성찬은 앉아서 졸고있던 라임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고, 시연은 그 짧은 순간에 급히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라임이는 취해서 정신도 못차리고 성찬을 힘 없이 밀어냈고, 성찬은 사진 찍는 소리에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야! 이시연...! 이건 그냥! 내가 취해서...!"
"그래도.. 그건 아니지않냐..김성찬.."
"애들한텐.. 말하지 마!"
"……."
시연은 대답도 않고 밖으로 나와서 심장이 너무 빨리 뛰자 심호흡을 한다.
"미친놈 아니야?..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라임이 잘 있는지 확인하러 방에 잠깐 간 도현을 본 시연은 곧 sns에 들어가 라임이의 게시물 댓글을 본다.
준혁의 댓글을 본 시연이 곧 준혁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 저 라임이랑 같이 강릉 놀러온 친구인데요
- 취해서 성찬이라는 친구랑 키스하고있길래요
- 알고계셔야될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일을 하던 준혁은 바빠서 빠르게 메세지를 보지못했고, 시간내서 메세지를 확인한 준혁은 표정이 굳었다.
"……
쉬면서 간식을 먹던 알바생이 준혁의 처음보는 표정에 당황해서 물었다.
"……"
"왜 그래요..사장님...?"
"…형빈아.. 손님 받지 말고, 저기 손님들 가시면 바로 문 닫고 퇴근해."
"에?"
"나 잠깐 강릉 좀 다녀와야겠다."
준혁이 강릉에 도착해서 라임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번만에 라임이가 전화를 받았다.
말도 어눌하게하며 전화를 받은 라임에 준혁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잠깐 밖으로 나와볼래?"
- 에..? 흐음..알겠어요..잠깐만여...
준혁은 차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고, 라임이 저 멀리서 속이 안 좋고 어지러운지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
준혁의 앞에 선 라임이 말하길.
"엇 아저씨.. 근데 여기 갑자기 어떻게 온 거예요????? 짱신기하다..꿈인가............??"
"……."
"…무슨 일 있어여?"
"라임아."
"……."
"술을 왜.. 그렇게까지 마셨어."
"……."
"왜..."
"……."
"왜 그랬어."
"에?"
라임이는 눈도 풀려있었고 자기가 하고싶어서 행동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아보였다.
라임이 '아으 머리야..'하며 벤치에 앉아서 준혁을 올려다보면...
준혁은 화가난 듯 심호흡을 하고선 곧 라임이를 뒤로한 채로 차에 타 자리를 떴고, 라임이는 혼잣말을 한다.
"…진짜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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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하 바쁜 현생 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