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늘어진 흰색 런닝에 무릎 나온 검정 츄리닝 바지를 입은 옆집 오빠가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다 나를 발견하곤 상체를 숙여 날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슬쩍 허리를 숙여 나도 인사를 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윗집 오빠가 밖에 나와있는 걸 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기만 했다.
손목에 채워진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 신발 앞 코를 바닥에 툭 툭 가볍게 쳤다.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까 천천히 걸어가면 되겠네…. 대문을 열고 발을 디디려는 순간 윗집 오빠가 날 불렀다.
"ㅇㅇ아."
"네?"
"학교 몇 시에 끝나?"
"네? …9시 30분 쯤에요."
"늦게 끝나네…."
내 대답을 듣곤 까슬한 턱을 쓸며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내게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데리러 갈게."
"오늘은 밤에 일 안 나가요?"
"응, 휴일이야."
"알았어요."
"조심히 가."
또 활짝 웃으며 내게 손을 크게 휘적휘적 흔들어 보이는 윗집 오빠를 보다가 대문을 쾅 닫았다.
원래는 아랫 집도, 윗 집도 우리집이였는데 집안 사정으로 윗 집을 전세를 내놓게 되었다.
그 윗 집에 몇 달 전 이사 온 사람이 바로 저 오빠였다.
나이는 나보다 6살이나 많다고 했다. 근데 이름은 모른다. 권… 뭐랬는데….
어쨌든 상당히 넓은 윗 집엔 저 오빠랑 졸리만 산다. -참고로 졸리는 저 오빠가 키우는 못생긴 개 이름이다-
정확한 직업도 이름도 모르는 저 오빠는 매일 아침, 낮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다가 별이 뜨는 야심한 시각에 기타를 들고 나갔다.
자기 말로는 일하러 간다는데… 잘 모르겠다.
딱 보면 백수인 거 티 나는데 일은 무슨 일. 그냥 카바레에서 기타나 치는 딴따라겠지.
"ㅇㅇ아!"
"어? 야, 너 부르는 것 같은데?"
"헐, 훈남이다."
"너 저 사람이랑 아는 사이야?"
응, 아는 사이야. 나랑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저렇게 잘 생기지 않았었는데?
금발로 목을 덮을 정도의 길었던 길이의 머리는 어느새 짧게 잘라져 있었고 늘어난 런닝과 츄리닝이 아닌 말쑥한 차림으로 교문 앞에 서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저 오빠가 정말 윗 집에 살고 있는 그 백수 오빠가 맞나 싶었다.
윗집 오빠가 불러도 대답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않는 내가 이상했는지 내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왜 그래?"
"어… 아녜요. 머리 잘랐어요?"
"응. 어때?"
"멋있어요! 짱!"
나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가만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짱, 짱 거리며 폴짝 폴짝 뛰었다.
아, 가만히 좀 있어. 괜히 밀려오는 창피함에 친구들의 어깨를 꾹 꾹 잡아 누르며 진정시키는데 윗집 오빠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하하 낮게 웃어보였다.
"귀엽다."
어… 이상하다. 별 것도 아닌 그 말에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오른쪽 귀가 뜨거워 지는 느낌에 차가운 손으로 귀를 감싸니 그걸 본 윗집 오빠가 추워? 하며 제 겉 옷을 벗어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그걸 본 친구들은 자기들 끼리 꺅, 꺅 거리며 윗집 오빠에겐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물어봤다.
그런 친구들을 슬쩍 밀어내고 발걸음을 뗐다. 얼른 집에 가고싶었다.
"같이 가."
"…빨리 와요."
"친구들아 다음에 또 보자."
"오빠,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꼭 또 뵈요!"
쟤네들은 언제 봤다고 오빠래….
내 부끄러운 친구들에게 인사까지 해 준 윗집 오빠는 내가 걷는 보폭에 맞춰 뒤에서 날 따라왔다.
그게 또 어색해서 괜히 보폭을 크게, 빨리 걸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윗 집 오빠는 쉽게 쉽게 날 따라왔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난 앞에서, 윗 집 오빠는 내 뒤에서 그렇게 걸었다. 그러다가 집에 도착했다.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잘 자."
"네, 오빠도요."
"응."
진짜… 아무 일도 없이 오빠는 내게 잘 자라며 손을 흔들어 주곤 윗 집으로 올라갔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나도 집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밖과는 달리 포근한 집의 온도에 몸이 뜨거워졌다. 아니, 원래부터 뜨거웠던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빠는 일주일 동안 내가 학교가 끝 날 때 까지 날 기다렸다가 매일 말 없이 집에 같이 왔다.
그리고 주말엔 자기 집에 초대해 기타 연주도 해줬다.
오빠의 못생긴 강아지 졸리를 무릎에 앉히고 띵, 띵 오빠가 연주해 주는 기타 선율을 들으며 나 자신도 모르게 잠들기도 했다.
그렇게 몇 주를 지내다보니 설마 하는 마음이 생겼었다. 설마 오빠가 날 좋아하나? 라는 생각.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몇 주일 동안이나 주인 집 딸을 매일 데리러 올 생각을 해?
맞아, 오빠는 날 좋아하는거야…. 근데 우린 6살이나 차이 나는데….
오빠가 다시 밤에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 날 나는 학교가 끝나고 혼자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혼자 가는 골목길이 익숙하지 않았다. 괜히 더 깜깜하고, 무서웠다.
노란 달빛이 골목을 비춰주는데도 외롭고 무섭고, 쓸쓸했다.
얼른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오빠 오는 거 기다려야지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ㅈ…용아…."
"……많이 좋아해."
집 앞 가로등 불빛 아래에 남자와 여자가 서있었다.
처음엔 누군지 몰랐었다. 눈살을 찌뿌리며 얼굴을 확인하려 애썼다.
"아……."
익숙한 모습이, 윗 집 오빠였다.
하지만 같이 있는 여자에게 자신의 입술을 부딪히고 있는 저 남자는 익숙한 윗 집 오빠가 아니였다.
무언가가 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불빛을 받으며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남녀가 떨어졌다.
"정말, 많이 좋아해."
"널 죽이고 싶어, 권지용."
"날 죽여도 상관 없어. 네 손에 죽는다면 행복할 거야."
여자는 뚝 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윗 집 오빠의 마지막 말에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고운 손으로 오빠의 목을 졸랐다.
컥, 컥 대며 몸을 비트는 윗 집 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오빠는 목이 졸리고 있는 상태로 날 보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가득 찬 채로.
"……."
후다닥 달려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막 눈물이 나오는대도 방금의 기억을 없애고 싶어서 달빛이 묻어 난 내 몸을 털고 또 털었다.
모두가 자고 있는 집 안은 깜깜했다. 그 암흑 속에서 나는 울고, 또 울었다.
* * *
요즘 쓰는 글 마다 왜 이렇게 다 암울한 분위기 인지 전혀 모르겠어요ㅜㅜ
제가 기분이 좋으면 이런 글이 나오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달달한 글이 나오더라구요
저도 달달한 글을 쓰고 싶은데 머릿 속엔 저런... 암울한 소재 밖에 없네여ㅋㅋㅋㅋㅋ 아마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며칠 간 자꾸 이런 똥 글만 투척하고 사라져서 정말 마음이 안 좋아요ㅠㅠ 진짜 죄송합니다 헠헠
이번 편은 이야기 속 고등학생인 '나'가 진짜 저 일지 아니면 권지용의 목을 조르고 있는 여자가 진짜 나일지 모르겠네여
여러분 상상에 맡기겠습니다(_ _)헤헷ㅋ.....ㅋ....쿡...!
오늘도 읽어주셔서 무쟈게 감사합니다! (_ _)꾸벅♥
※오늘 오타 확인을 안 해서 오타나 끊어지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어여..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겨 읽어주셨으리라 믿슴다..허허
메모리즈 메일링에 관하여♣ |
Caught in memories. 제가 5번 째로 쓴 글 그 뒷이야기 메일링에 관한 글이예요 (무슨 글 인지 생각이 안 나시면... 그.. 쥬얼리 디자이너 권지용 이야기욤^ㅅ^) 사실 저 이야기는 연재를 목적으로 쓴 글이라 저렇게 짧게 끝나지.. 않슴당ㅋㅋ 메모장에 적어뒀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뒷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이 몇 몇 계셔서 메일링을 한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그게 오늘입니당ㅋ 처음에 써놨던 파일은 진짜 레알 연재 목적! 길게 길게! 이렇게 써서 엄청 분량도 많고 번외편도 있었는데 그 파일을 동생이 삭제한건지 도통 찾을수가 없더라구여ㅋ..ㅋ... 그래서 며칠 전에 다시 썼습니다....☞☜ 내용이 살짝 틀려지고 분량도 짧아지고 번외도 없어졌지만 결말은 똑같아요 혹시 원하시는 분 계시면 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내일 안에 보내드릴게요 (과연 있을지.. 모르겠네여.. 없으면 휴지통으로 짜져야져ㅠ) 맛 보기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없슴당^^!! 왜냐하면 실망하실까봐! 결말은 새드라면 새드고 해피라면 해피예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