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w.1억
팬미팅은 끝났다. 끝나고 차를 타고선 집으로 가는 길에 괜히 매니저 언니한테 말을 걸어본다.
"언니 근데 어쩌다 오게 된 거예요?"
"뭐? 이준혁?"
"네!"
"뭐 어쩌다가 그쪽 매니저랑 연락하게 됐는데. 너 팬미팅이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축하해주고싶다고 온다그러대?"
"누가??"
"이준혁이."
"이준혁이 먼저???????????아니 선배님이 먼저????"
"어. 그랬다니까? 그나저나 너 진짜 언제까지 선배님이라고 할 거야 ㅋㅋㅋ엄청 안 친해보여."
"그렇긴한데.. 갑자기 막 오빠라고 하기엔 좀 어색하니까...하핳..."
하핳- 하고 어색하게 창밖을 보다가 이준혁이 또 떠올랐다. 이준혁.. 진짜.. 어이없는 사람.. 나 보려고 팬미팅까지 오고...나를 위해서 온 거잖아..빵도 그렇고..
혼자 헤헤- 하고 웃는데 전화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이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두 번째 전화다. 분명 연락한다는 말을 들어놓고도 나는 이렇게 놀란다. 헙-하고 놀랐다가도 급히 목을 가다듬고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어..네! 선배님..!"
- 팬미팅 끝나고 들어가는 길이야?
"어! 네! 어떻게 아셨어요?"
- 끝까지 보고갔지
"아, 정말요..!? 아, 참..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ㅠㅠ 팬분들도 엄청 좋아하셨어요 ㅎㅎ..!"
- 아니야. 고맙긴 ㅎㅎ
"정말 ㅠㅠ기분 너무 좋습니다..."
- 그래? 아, 오늘 스케줄 더 있어?
"어.. 아니요. 바로 집으로 갈 것 같아요!"
- 음.. 그럼.. 오늘 저녁에 뭐해?
"아무것도 안 해요..!"
- 같이 저녁 먹을래?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대답을 너무 안 해서 이준혁이 '오늘 안 되면..'하고 말을 이으려고했고, 나는 급히 말한다.
"좋아요! 오늘..! 몇시가 편하세요?"
-주효 편한 시간 말해주면 맞춰서 데리러갈게.
"1시간 뒤에요!"
- 늦어도 상관없는데.. 괜찮겠어?
"네! 그럼요!"
- 그럼 출발할 때 연락할게.
"네! ㅎㅎ."
전화를 끊고나서 괜히 혼자 좋아서 얼굴을 가린 채로 웃고있는데 매니저 언니가 말하길..
"근데 주효야.. 너 이준혁이랑 통화할 땐 완전 다른 사람이다?"
"네? 왜요?"
"평소에.. 애가 좀 조용한 편이기는 해도.. 아저씨같은 면이 있었는데.. 이준혁이랑만 있으면 애가 좀.. 순둥해진다고 해야되나."
"아니 언니!"
"어?..."
"솔직히 이준혁 선배님께서! 저렇게 얌전하고 순둥순둥이인데! 제가 어떻게 혼자 막 떠들겠어요! 그쵸!?"
"들떴네 아주..."
"음하하하하하하핳."
이준혁은 센스쟁이다. 차에 타자마자 나에게 아이스티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까 아이스티 좋아한다길래'라는데. 팬미팅 끝나기 직전에 아이스티 좋아한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진짜 이 사람은 미쳤다.
"어.. 근데 뭐 먹으러 가는 거예요?"
"지인이 오늘 고깃집 오픈했거든."
"아아.. 고기요!? 너무 좋아요!!!"
"손님이 생각보다 없다고해서."
"네?"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이준혁은 다정했고, 섬세해보였다.
"앞머리 내린 거."
"네?"
"잘어울린다."
앞머리가 없었다가 최근에 앞머리를 잘랐다. 잘 어울린다며 날 보고 다정하게 웃어보이는데 내 얼굴이 붉어진 걸 들킬까 급히 기침을 하는 척 창밖을 보았다.
"왜 그래. 괜찮아?"
얼마 가지않아서 가게에 도착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저 멀리 많아보였고, 다행히도 우리가 갈 곳은 사람이 많지않은 곳이였다.
"어서오세요~ 어~ 준혁아~~ 어!!! 여주효!!!"
날 보자마자 여주효!!하고 입을 틀어막는 사장님에 나와 이준혁 둘다 빵터진 것 같다.
주변에 앉아있던 손님 두명이 사장님 목소리에 놀라 우리를 보았고, 우리를 알아보고서는 숙덕이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 방에 들어가. 아 주효 씨 진짜 실물..와.."
"핳ㅎㅎ..안녕하세요.."
"좀있다가 사인 해주셔야 돼요????"
"ㅎㅎㅎ네네.당연하죠!"
가게 안에는 작은 룸이 두개가 있었고, 한곳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사장님이 따라 들어와서는 메뉴판 보지 말라며 알아서 주겠다고 하고선 나갔고, 나와 이준혁은 어색하게 앉아있다.
"엄청 밝지..ㅎㅎ?"
"네..진짜 ㅎㅎㅎ..."
어색 그 자체인데.. 이준혁이 먼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뭐하고 지냈어? 스케줄하느라 바빴지?"
"어.. 요근래 스케줄은 없었어요 ㅎㅎ 선배님..이 아니라 오빠는요?"
"나도 좀 쉬었어. 그 덕분에 오늘 주효 팬미팅도 가보고."
"아, 진짜 오늘 너무 놀랐어요 진짜! 꿈인 줄 알았다니까요!"
"주효가 너무 놀라줘서.. 내가 엄청 뿌듯했지..ㅎㅎ"
생각보다 어색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가고.. 사장님이 불판과 고기를 갖다주며 말하길.
"한우랑~삼겹살~~ 내가 삽니다~ 여기 홍보 좀 많이해줘요. 이렇게 찾아와줘서 너무 고마워서 사는 거예요! 그럼! 맛있게 드세요~ 저는 방해 안 하고 갑니다."
찡긋- 윙크를 하고선 사라진 사장님 덕에 우리는 빵터졌다. 그렇게 이준혁이 자기가 구워주겠다며 구워주는데 구워진 고기를 다 내 앞에다가 몰아놓고선 물었다.
"요즘 고민은 없구?"
그냥 물어본 거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의지가 되는 말이었다. 이 사람에 대해서 다 아는 것도 아닌데 나는 원래 알았던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레 내 얘기를 시작했다.
"대본 몇개 받아서 보고있었거든요.. 근데.."
"……."
"제가 순식간에 인기가 많아졌잖아요. 그렇다보니까.. 다음 작품들을 할 자신이 없어요. 전처럼 좋은 성과를 낼 자신도 없고.. 괜히 다른 작품했다가 전처럼 잘하지 못하네? 소리 들을 것 같구요..!
"……."
"해야될지.. 말아야될지 모르겠어요. 쉬어야 마음이 편해질까 싶기도하고....아니 오빠는 이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고르는지도 궁금하구..."
"음.."
"……."
" 주효가 보기에 끌리는 작품이 있으면 안 어울릴 것 같아도 다 해봐. 그러다보면 본인한테 잘 맞는 작품이 나올 거고.. 사람들도 인정해주고, 주효도 만족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거야."
"……."
"하지만.. 주효가 힘들다면 쉬어도 좋아."
남들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달랐다. 저 말을 듣자마자 엄청 울컥하고 기분이 좋았다.
"후배가 너무 배부른 소리했죠...ㅠㅠ"
"후배라고 생각 안 해."
"네?"
"내 주변 사람이라 생각하고 들었어."
이 사람은 진짜 미쳤다. '먹어'하고 나부터 챙겨주는 이준혁에 더 감격했고.. 난...
"……."
이준혁을 이제 팬으로써..가 아닌.. 사람으로써 좋아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난 이준혁을 좋아했던 거일 지도 모른다.
"아, 저희 노래 쉿이요..! 다음주부터 챌린지 영상 많이 찍을 것 같아요!"
"응? 쉿?"
"아, 저희가 해체는 했지만.. 아직 그 회사에 있는 멤버들이 있거든요. 다들 대표님이랑 친하기도하고.. ㅎㅎ"
"아, 정말? 요즘 챌린지 많이더라구.."
"오빠는 안 해봤죠? 어! 그럼 저희꺼 챌린지 해주시면 안 돼요!?!?!?!?!"
"내가..."
"네!!"
"몸치거든... 그래도 해도 될까?"
"아, 그럼요!!!!!!ㅎㅎㅎ"
"ㅎㅎ.."
이제는 딱딱한 대화가 아닌 서로의 일상 얘기까지 하게 되었다.
"어제 너무 먹어서.. 얼굴이 부었거든.."
"티 하~~~~~~~나도 안 나요! 그런 얘기 다른 곳 가서 하면 안 돼요 진짜!!!"
"왜 이렇게 화났어..ㅋㅋㅋㅋㅋ"
"화난 게 아니라!!!!!!!너무 잘생기셨다구요!! 이게 부은 거면......"
내가 수줍음 버리고 진짜로 화난 것처럼 말하자 이준혁이 빵터지는 걸 볼 수가 있었다.
어느새 나와 이준혁은 처음보다 지금이 편해진 게 딱 봐도 보였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멜랑꼴리..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방에서 나왔는데 아까 우릴보고 숙덕이던 사람 두명이 다 먹었는데도 안 가고 우리를 보고있는 것이다.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해주고선 사장님이 우리 앞에 서기에 얘기를 들었다.
"주효 씨! 준혁아.. 혹시 부탁 하나만....들어줄 수 있나~? 우리 가게에 사진 걸어놓고 사진이랑 싸인 좀...ㅎㅎ어뜨케...으흐흠.."
저 말에 이준혁이 나를 보았다. '괜찮겠어?'하고 묻기에 나는 '왜요?'하고 묻다가도 생각이 났다.
아, 우리 둘이 같이 먹으러 오면 사람들이 오해할까봐 걱정했던 걸까? 안 그래도 유튜브 인터뷰 댓글로 우리를 엮는 사람이 좀 있었는데.
따로 밥먹고 다니는 거 알면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해야되는 건 맞지만.. 근데 이상하게도.
"전 좋아요!"
하고 당당하게 외쳐버렸다. 그럼 이준혁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사장님에게 '그래'하고 대답을 한다.
"58삼겹한우니까! 손으로 5이랑 8 만들어줘!"
그 말에 어색하게 둘이 서서는 서로 손을 어떻게할까 고민하다가
사진을 찍는데도 왜 이렇게 간질간질한지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싸인을 해주는데...
"주효 싸인이야?"
"네!"
"싸인이 왜 이렇게 귀여워."
"헿ㅎ...ㅎ.."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바보같이 웃으니까 이준혁이 빵터져버린다.
그러다가 우리를 계속 보고있던 두명의 사람이 조심스레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저기 혹시 죄송한데...사진 한장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ㅠㅠㅠㅠ.."
너무 순수해보이는 여대생들 같았다.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그래요!ㅎㅎ'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물론! 이준혁도 따로 다 찍어주었다. 그리고선 나가면서 하는 말이..
"시발 진짜 존나 잘생겼어. 존나 예뻐 미친 거 아니야???"
"너무 너무 잘먹어서요ㅠㅠㅠ다음에 한 번 멤버들 데리고와서 먹어야겠어요!!"
"맛있게 먹었어? 얼마 안 먹던데."
"하.. 솔직히 진짜 ㅎㅎㅎ..더 먹을 수 있는데.. 오빠 앞이니까요.."
이준혁과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인 공원 뒷편에 주차를 해놓고 얘기를 하고있다.
"아, 참!! 저 오늘 이영지 씨랑 찍은 거 올라오는 날인데! 차쥐뿔!!"
"아, 정말? 그거 볼까?"
"지금요!?"
"응. 보고싶은데ㅎㅎ."
표정을 보니 정말로 보겠다는 표정같아서 괜히 부끄러워서 입을 막고선 말했다.
"좀 부끄러운데..."
좋아요! 봅시다아.. 저도 처음 보는 거예요!하고 어색하게 말하면 이준혁이 날 보고 한 번 웃어주고선 핸드폰을 켜 유튜브에서 영상을 튼다.
뭔가 신기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핸드폰을 보다니... 이 사람의 생활에 묻어있는 이 핸드폰!! 신기해서 빤히 보다가도..
시작부터 이영지의 텐션에 이준혁이 당황한 듯 했었다.
"목소리... 엄청 크시다."
"어 맞아요 근데 그게 또 매력이에욬ㅋㅋㅋ."
내가 나오자마자 이영지가 감탄하니 괜히 민망해서 이준혁을 힐끔 보니 이준혁도 나를 보았다.
"주효가 진짜 예뻐."
"네에...? 아앍.."
진짜 뭐예요-하고 얼굴을 가리니 이준혁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영상을 보니.. 내가 정말 말이 없었다는 게 느껴졌다.
"근데요.. 저 원래 저렇게 말 없지않은데... 이상해요 요즘.. 다들 놀래요. 멤버들이 왜 이렇게 조용하냐구.. 가식 부린다구!"
"맞아. 주효 말 되게 잘하던데?"
"네? 어떻게 알아요!?"
"최근에 유튜브로 멤버들이랑 브이로그 찍었던 거 봤거든."
"진짜요!?!?!?!?!?!?왜요!?!?!?!"
"응? 보고싶어서 봤지."
이준혁은 유죄다. 내가 궁금해서 유튜브에 나를 검색하고 봤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않게 말한다.
저 사람.. 알고보니 연애고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쳤다. 혼자 감격하면서 뒤로 몸을 빼니, 이준혁이 '왜 그러는데 ㅎㅎ'하고 웃는데 난 말을 하지않았다.. 아니 안 나왔다...
그러다가...
- 언니 이상형 뭐야.
저 말이 나오자마자 난 급하게 영상을 정지시켰다.
"왜 왜."
"안 돼요!"
"어?"
"안 돼요 정말 이건 안 됩니다."
"보면 안 되는 거야?"
"정말 이건... 하.."
입을 틀어막고선 안 된다고하니 이준혁이 웃으며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안 돼! 안 돼!!!!!!!!!!
- 언니 말해. 최초지? 이상형 말하는 거 최초 맞잖아.
안 돼.
-무조건 말해.
말하지 마!!!!!!!!!!
내가 이준혁을 외치는 타이밍에 급히 손을 뻗어 이준혁의 귀를 막으면서
"아아아아아아ㅏ앙아~~~~~~~~~~~~"
하고 소리를 묻히고 뿌듯해했는데.
"…내가 이상형이야?"
"네? 들렸어요!?!?!"
"자막 뜨는데.."
"…아."
최고로 부끄러웠고.. 수치스러웠고...(왜 수치스러운지는 몰라)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인★그램
(사진)
오늘 여주효 팬미팅에 이준혁 깜짝방문함..
심지어 팬미팅 끝날 때까지 맨뒤에 서서 끝까지 다 보고감
둘이 뭐 있는 거 아님?
ㄴ 그러기엔 둘이 너무 어사같았는데..
ㄴ됐고 둘이 사겨라 걍..
ㄴ됐고...멜로 하나만 찍어줘라...
ㄴ 말랑말랑한 그 분위기였긴했어
ㄴ그러니까 너무 어색해보였는데 근데 어색한데 팬미팅에 와준다...? 더 수상함
ㄴ 솔직히 둘다 예쁘고 잘생겼는데 안 반하겠냐..
인★그램
(사진)
오늘 삼겹살 먹으러 갔다가 이준혁이랑 여주효 봤다ㅠㅠㅠㅠㅠㅠ
둘다 너무 예쁘고 잘생겼다ㅠㅠㅠㅠㅠㅠㅠ너무 착하다! 두분다!!! 너무 너무 착하셔서 놀랐음...!! 두분 다 수줍어하다가 사진 찍어달라니까 흔쾌히 찍어주심!!!!!
ㄴ 팬미팅 끝나고 둘이서 밥 먹으러 간 거야?? ㄷㄷ
ㄴ 와 진짜 폰카로 저렇게 예쁜데 실제로는 얼마나 예쁘고 잘생길 거냐
ㄴ 난 왜 저 사람들 못보냐고 나 왜 안 서울.
ㄴ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
ㄴ 둘이 도도한 고양이같이 생겨가꼬 수줍음 잘타는 거 왜케 귀엽냨ㅋㅋㅋㅋㅋ
ㄴ사겨...사겨서 사진 많이 올려...킹받게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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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헤헤 화면도 가렸어야지~!
두뤼~~ 저런 글 올라온지도 모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