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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이동욱 샤이니
민트맛설탕 전체글ll조회 548l 1

Rain

 

 

 

그 날도 그렇게 비가 왔다. 눈을 떠 보니 숙소 침대 위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어제 새벽까지 작업 하고, 그 다음엔 뭐지. 그렇게 작업을 하고, 숙소에 어떻게 어떻게 들어와서 거의 기절하듯 잠들었던가. 맞다, 그랬다. 뻐근한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몸을 일으켰다. 눅눅한 공기와 시큰거리는 어깨. 방음이 잘 안 되는 숙소 창문 사이로 톡톡거리는 소리가 스며들어왔다.


오후 세 시의 숙소는 고요했다. 빡빡한 일과 사이에 나름 휴일이라고 준 오늘을 숙소에서 보내기는 싫었나 보다. 날 안 깨운 걸로 봐서 단체로 어디 나간 건 아닌 것 같은데. 하필 이런 날에 비가 오냐. 우산들은 갖고 나갔는지 모르겠다. 비 다 맞고 오는 거 아냐 이러다. 누굴 고생시키려고.


얼굴을 한 번 쓸고 소파에 앉았다. 불을 켤까. 어두컴컴한 숙소 안을 눈으로 한 번 쓸었다가 그만두었다. 혼자 있는데 굳이 불을 켜기에는 전기세가 아까웠고, 무엇보다 스위치가 너무 멀었다. 안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 상관없다. 소파에 몸을 깊이 묻었다. 나름 휴일인데, 이렇게 숙소에서만 보내기는 좀 아까운가. 뭐라도 해야 하나. 어디 나가라도 볼까. 떠오르는 게 작업실밖에 없었다. 작업실에나 갈까 싶다가도, 그래도 휴일인데 뭔가 새로운 걸 해야 할 것 같았다. 휴일, 쉬는 날이니까, 일 말고 다른 거.


생각해 보니 어딜 나간 게 너무 오래 됐다. 숙소, 연습실, 작업실. 매일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하루에 어디 다른 곳을 갈 생각을 안 했다. 솔직히 저 사이사이 비는 시간은 있었다. 단순히 나가는 걸 막지도 않았다. 단지 내가 안 나간 것뿐이다. 굳이 나갈 이유도 없고, 나가기도 싫고. 나가서 좋을 것도 없으니까. 나가서 갈 곳도 없었다. 누가 불러 주지도 않고, 불러 줄 사람도 없다. 만날 사람이 없다. 아무도.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작업실이나 가자 그냥.



*



우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묵직한 회색빛 하늘이 가깝게 깔려 있었다. 우산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빗방울 아래, 잠시 고민을 하다 우산을 접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정도 비에 우산 쓰기는 뭐하다. 젖어버린 바닥은 흙이 굴러다녀 버석거렸다. 빨간 컨버스화가 점점히 색을 바꿔 나갔다. 눈이 아플 만큼 쨍한 빨간색이 약간은 탁한 붉은빛으로, 빗방울은 착실히 제 흔적을 남겼다.


비 오는 날의 공기는 축축하고 서늘하다. 대충 걸친 후드티는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다. 몸이 으슬으슬 떨려 왔다. 몇 걸음 앞에 보이는 갈색 카페 간판. 맨날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치던 곳이다. 아메리카노나 한 잔 사 갈까. 따듯한 걸로.



*



꽤나 넓은 카페 안은 따듯했다. 카페 테이블을 절반쯤 채운 사람들을 눈으로 훑자 숨이 조금 답답해져 왔다. 짧게 숨을 몰아쉬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신경쓰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세 사람쯤 서 있는 줄에 몸을 끼우고 차례를 기다렸다. 한명, 한명, 그리고 또 한명.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에 덤덤한 척 카운터에 지폐를 내밀며 급하게 주문을 뱉어냈다. 아메리카노 따듯한 거 하나요.


진동벨을 받아들고 테이크아웃 매대 앞에 섰다. 뒤쪽을 메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귓가에 사부작거렸다. 공기는 따듯하고 건조했다. 나른했다.


천둥소리가 갑작스럽게 카페 안을 때렸다. 순간 얼어붙은 공기. 긴장한 얼굴로 사람들은 밖을 내다보았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 아까보다 더욱 짙어진 회색빛, 아스팔트 바닥 위로 튀어오르는 물방울들, 젖은 바닥을 이리저리 헤집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 아까보다 빗줄기는 심해져 있었다. 지금 나가는 건 무리일 것 같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앉았다 가야 할 것 같았다. 손 안에서 진동벨이 울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최대한 구석자리에 몸을 웅크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아무도 내게 신경쓰지 않는다, 머리로는 아는 사실이지만 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언제나 나를 덮고 있었다. 사람들은 언뜻, 내게로, 시선을 준다. 온 시선에 내가 담긴다. 모든 시선이, 이 공간의 모두가 내게 닿아 온다. 사라지고 싶다. 이 사이에서. 여기서.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으로. 숨이 막혀 왔다. 당장이라도 내게 닿아가는 시선들이 나를 우그려트려 찢어낼 것만 같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막힌 목은 소리를 뱉지 못하고 그저 억눌린 신음만 얕게 뱉어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왼쪽, 오른쪽, 왼쪽, 천장, 아니, 바닥. 그리고 점멸.


입에서 비릿한 맛이 퍼져나갈 때에서야 숨이 터져나왔다. 잠시 얼어붙었던 공기는 어느새 풀어져 있었다.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급해진 숨을 몰아쉬며 흐릿해진 시야를 문질렀다. 길게 한번 숨을 뱉어내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몸을 때리던 심박수가 제 속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새삼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누구의 시선도, 나를 향해있지 않았다. 고개를 몇 번 흔들고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컵을 손에 들었다.


어느 정도 카페 안에 녹아들고 나자, 두려움이 있던 자리에 어색함이 밀려들어왔다. 이렇게, 느긋한 공간 속에 있다는 게 생소하다. 항상 긴장된 분위기 사이에서, 데뷔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불안하던 매일매일. 그 사이에서 지금의 순간은, 이상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서로 깔깔대며 웃는 사람들, 아이를 유모차에 눕히고 앞뒤로 흔들어 주며 대화하는 아주머니들, 책에 얼굴을 파묻고 부지런히 펜을 놀리는 학생들, 좋아 죽겠다는 듯 붙어있는 커플들,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보며 미소짓는 사람들. 각자 제 색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혼자 동떨어진 것 같았다. 공허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화려한 수채화들 사이에 불편하게 끼어 있는, 미완성으로 엉망이 된 무채색의 캔버스.


입이 텁텁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머금고 입 안에서 굴렸다. 씁쓸한 커피맛이 입 안을 메웠다. 넘어가는 목구멍이 꺼끌했다. 창 밖에서는 비가 그쳐가고 있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제 색을 찾은 바깥의 풍경. 나가야겠다. 나무로 된 바닥이 의자에 긁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



좁고 눅눅한, 지하 작업실. 어제 새벽 이후로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작업실은 그새 서늘해져 있었다. 아까 그 느긋하고 평온했던 카페보다 오히려 이곳이 나에게는 더 편안했다. 나만의 공간, 아무도 오지 않을, 오직 나만 있을 수 있는 공간. 익숙하게 컴퓨터를 세팅했다. 작업실에 흐르는 향이, 색깔이, 분위기가. 채워나가는 내 비어있던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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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검은여우예요!!
작가님 글 진짜 감정묘사 진짜 잘하시는거같아요ㅠㅠ
읽고나니까 뭔가 씁쓸하기도하고 묘한 감정이드는거같아요 ㅎㅎ

7년 전
민트맛설탕
안녕하세요 검은여우님!
칭찬 감사합니다 감정묘사 최대한 세세하게 하려고 해요(본인취향)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니 뭔가 너무 감격스러운 것...앞으로 오래 보아요 우리♥

7년 전
독자2
와.... 제가 방탄소년단 rain 참 좋아하는데요..크으...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글에서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여...ㅠㅠㅠ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드는 윤기가 짠하기도 하고..ㅠㅠ결국 윤기의 영혼의 고향은 작업실인 듯한..ㅠ 잘읽고가요..!
7년 전
민트맛설탕
Rain 진짜 너무 좋아여ㅠㅠㅠ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글에서도 느껴지신다니 워 너무 감사한 것...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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