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를 읽는 작은 팁
1. 글은 항상 상황-제목-일지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황과 일지는 별개이나 같은 시점에 있을 때도 있습니다.
2. 이 글의 배경은 세계 제 3차 대전 이후입니다. 최대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재앙이 만들어 낸 이후의 사회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독재가 판을 침에도, 여러분의 자유가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에 반기를 들지 않는 사회, 즉 모두가 무기력한 사회가 배경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명목으로 독재는 당연시 여겨집니다. 독재에 대한 정당성이 여러분의 자유를 이긴 것이죠.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나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설국열차>를 참고하시면 이해하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그에 반기를 든 것이 이재환 대위입니다. 그 또한 독재의 한 축에 있으나 그는 그의 지위를 여러분의 안전과 여러분의 자유가 같은 선에 있음을 말하는 데에 이용합니다. 그래서 그는 여러분의 신의를 얻고 높은 자들에게 미움을 사죠. 그가 ‘쿠데타 모의’라는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는 ‘그분’이 이재환 대위가 대중을 업고 힘을 키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4.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에서 시작됩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글에서 과거를 찾기는 어려우실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단지 단종과 수양대군의 관계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허구적 상상에서 비롯됩니다. 김종서의 섭정으로 인해 무너진 왕권을 다시 강화시키는 데에 수양대군이 섭정을 시작하는 게 어찌 보면 수양대군의 입장에선 당연하지 않았을까, 하는 해석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서 기반을 다시하고 단종, 즉 이 글에서는 ‘그분’을 돕는 조력자 역할로 이재환 대위를 세운 것이지요. 하지만 ‘그분’은 그의 세력이 커짐을 두려워해 자신의 가장 큰 조력자를 쳐내게 됩니다. 이재환 대위가 ‘그분’의 자리를 넘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5. 이 글에서 대중은 우매愚昧한 존재입니다. 저는 이 존재에 대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우매하다의 매昧자는 한자로 새벽 매, 동트기 전이니까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두우나 동이 트는 것이 당연한 것 또한 새벽입니다. 그 새벽이 길어진다 해도 역시 동은 틉니다. 해는 뜰 것이고 달은 지겠지요. 어둠이 빛에 자리를 비키기 전, 새벽이 길어지는 그 가운데에 여러분이 글 속의 ‘나’라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요.
글로 이 모두를 풀어낼 자신이 없어진 것은 아마 3-4개월 전부터였을 것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잠수 아닌 잠수를 타게 되었고, 여러분께 기약 없는 기다림을 안겨드렸습니다. 그에 대해선 면목이 없습니다. 여전히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글을 보았노라, 짧게라도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저는 조금씩 자신이 생길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끝까지 쓴 이후에 또 다른 해석과 BGM 리스트를 드릴 수 있습니다ㅠㅠ)
끝까지 부탁만 드리는 제가 부끄럽고 죄송하네요. 죄송합니다.
길다 하면 길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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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쟈니]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