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서 노래소리가 들린다. 웅웅거리며.
아무리 다음곡으로 넘겨봐도 다 같은 사랑노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다시는 부르지 않을거야. 너를 위해가 아니니까.
어느새 까만 바닥에 발이 닿고. 앞을 보니 별도 하나 없이 까맣다.
손가락을 움직여 g선상의 아리아를 재생시키고 헤드폰을 고쳐썼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어제였다.
나에게서 멀어져간 것이.
만질 수조차 없도록 저 먼 곳으로. 나는 알고있다.
이별이란…….
꼭 바보같았다. 매일 눈치만 봤다. 혹시라도 자기가 실수해서 모든 것이 사라질까봐.
그렇게 손으로 잡을수없는것을 알면서도 늘 조금 초조한 눈치였다.
그런데도 늘 바보처럼 웃었다. 눈웃음을 치면서 헤헤거리며.
뭐가 그렇게 좋냐 물었을 때도 그저 웃기만 했다.
봄이면 벚꽃잎을 잡겠다며 점심시간이고 쉬는시간이고 나무밑에서 있었다.
자연스럽게 끌려나와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늘 다가와서 심심하게 뭐하냐고 쫑알대고 또 그사이에 떨어지는 벚꽃을 놓치고…….
결국 책을 접고 누구랑 그렇게 연애를 하고싶냐며 물으면 늘 비밀이라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걸음이 느렸다. 늘 내가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종종거리며 뛰어왔다.
그리고는 눈을 휘어가면서 하얀 손을 내밀었다. 같이가자.하면서.
손도 참 느렸다. 한참이 걸렸다며 한여름에 수줍게 내밀던 그 흰목도리.
그리고 사준다는 내말에도 기어코 여름내내 목도리를 하나 더 떴다.
그해 겨울 그 흰 목도리를 두르고 걷다가 털실을 닮은 눈이 나풀나풀 내려오자 폴짝폴짝 뛰었다.
진짜 나를 좋아하긴 했을까. 내가 그냥 너를 가둬버린걸까.
그렇게 헤매일때도 그저 뒤에서 날 안았다.
늘 나에게로 돌아서서. 세상을 등진 나에게로.
내가 너를 흘려버렸을 때도 어김없이 뒤에 서있었다. 내가 돌아올 곳을 지키고 있었다.
아프지 말라고 매일 기도했다. 얼굴도 모르는 신들에게.
떠나가지 말라고.
말도 안되는 일이어도 좋으니 기적이라도 일어나달라고.
너는 역시나 내 앞에서 늘 웃었다. 늘 그렇듯이.
그런데 너는 지금 혹시라도 아파하고 있을까.
내가 없다는것에 그 흰 구름뒤에 숨어서 머리를 내밀어 나를 훔쳐보면서 홀로 말을 걸고있는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보이지않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내 꿈에서도 그렇게 내손만을 꼭 잡는걸까.
우리는 아름다웠는데. 그러면 너는 대답해줄까.
여전히 그때처럼 옆에서. 웃는 말투로 꼬박꼬박 말대꾸를 할까.
내가 계단을 오르면 먼저 뛰어올라가서 자기가 이긴 거라며 업어달라고 조를까.
전화를 걸면 차갑게 남은 컬러링대신 수화기를 귀에 대고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너의 아이스크림을 몰래 한입 베어물면 있는 힘껏 눈을 치켜뜨며 괜한 투정을 부릴까.
내가 우울해있는 날에는 쓸데없는 말을 하며 촐싹거려 나를 웃게 해줄까.
난 왜 너를 아낀다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조차 어색해서 하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혼잣말로 중얼대고 있을까.
우리가 함께 매일 걷고 뛰던 그 길도 아직 그대로 있는데, 그곳에 니가 내년에도 이 자리에 눈사람을 만들거라며 표시해둔 흔적도 그대로인데..
아니면 누군가가 그러듯 나를 이미 잊었을까. 이미 다 잊고 새로 시작해버렸을까. 나를 여기두고
누군가에게 찾아오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겠지, 알고 있어.
하지만 부족한 나하나가 널 위해서 존재하는 거라면. 모든 것을 듣지 않고도 살 수 있어.
눈을 떴다.
여전히 보이는 까만 어둠속에 보이는 너의얼굴.
너는 여전히 울고 있지만 나는 웃고 있어.
앞으로 한발, 한발, 한발.
시간아 멈춰.
그대가 외롭지 않게 지금 너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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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모티브는 빅뱅 러브송에서 가져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