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들 잘 지내고 있지? 아마 예상하던데 지금 내 메일을 받고 무지 놀라 있을거 같아.
편지가 너희들에게 도착했다면 그건 나한테 무슨일이 생겼다는 것일 테니까. 아마 내가 크게 다쳤거나... 죽었거나,
엽기적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예상 컨데 빅스를 유지 할 수 없는 꽤 큰 사건이 일어났을거야.
서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을 라나? 궁금하다.
지금 일기를 쓰는 이 시간은 2016년 오전 3시 34분 07초를 넘기고 있어. 그리고 이 편지들은 2년뒤 너희들에게 보내지도록 예약이 되어 있던 편지들이지. 아마 나는 계속 평소와 다름없는 하
루를 보낼꺼야. 레오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할거고,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샌 원식이를 기특하게 바라볼거야. 그리고 구오친구들에게 놀러가 있는 혁이를 잡으러 가겠지. 평소처럼 홍빈의
한순간에 날아오는 홍침에 어정쩡하게 웃기도 하고, 재환이의 재롱을 흐뭇하게 지켜 볼거야. 내가 그 평범한 하루에서 무슨일이 생긴다면 이 편지들은 너희에게 보내질 것이고,
2년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나는 이 편지들을 없앨거야. 그러니까 아쉽게도 너희가 이 편지를 보게 되었다는 건, 내가 사라지고 더이상 우리가 아니라는 상황이지.
우선 너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일상속에 아쉬운, 후회스러운 순간들은 언제나 일어나. 아무도 어쩔 수 없는 사건 같은거. 솔직히 내가 사라져서 조금 슬펐으면 좋았겠지만 말이야.
리본이 자연스레 풀어지는 것처럼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너희들은 평소대로 행동한 것 뿐이니까 너희는 아무 잘못이 없는 거야. 솔직히 그것을 이용한 것은 나니까. 너무 아파하
지 않았으면 좋겠어. 도움을 청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평범하게 행동해서 너희에게 걱정을 안시킬려 한것은 나야.
애초에 너희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었어. 솔직히 아무도 잡지 않았던건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지.
이건 내가 너희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인사이겠지. 인사도 못하고 헤어져서 미안해. 왠지 완벽한 끝이 없으니 왠지 텅빈 생활을 하고 있을거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 너희들, 몰이몰이
해도 결국 착한 애들이었잖아. 그렇게 믿고 싶어.
나는 내가 사라지는게 틀린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게 옳은 일이었어. 명확한 대답은 할 수 없지만 난 더이상 너희와 같이 생활을 없는 상황에 가까워져 있었으니까. 미친듯 해서
살아 남은 공간인데 나 때문에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 다들 더 큰 꿈이 있고, 미래가 있는데 빅스라는 틀에 묶여 있는 것도 아쉬웠고. 아마 다들 빅스로 활동하지 않고 있겠지?
아이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역을 확장해 있을거 같아. 태구니는 뮤지컬, 홍빈이는 연기, 원식이는 랩퍼일거고, 재환이는 노래, 혁이는 뭘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뭐든 잘하고 있을거야. 나도
있었으면 좋았을껄. 사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아쉽기도 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록, 내 선택이 틀린게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네.
어째든, 난 어디에서도 너희를 응원하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다들 나를 찾지마.
***
원식이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 간만에 그들이 모였다. 아침 카페, 저녁에는 클럽이 되는 특이한 구조. 조용한 곳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던 원식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어느 순간 부터, 원식이는 공식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간간히 믹스테잎을 내놓거나, 가수들의 노래를 작업해 주긴 하지만 2년전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 원식은 아이돌로의 활동을 멈춰버렸다. 아니, 멈춰버린 것은 다들 마찬가지다.
"다들 편지를 받았네요."
원식은 편지를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글씨, 문체, 말투까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자신의 리더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자신에게 옛날에 써줬던 편지와 함께 필적 감정까지 해서 알아낸 진실. 그리고 그것은 제법 큰 파장을 끌고 왔다.
"자, 이제 어쩔거야?"
홍빈이 말했다. 홍빈은 지금 제법 화가 난 표정이었다. 학연이 없어진 이후 가장 많은 악플과 괴로움에 시달렸던 홍빈이다. 그 당당했던 아이가 우울증 치료를 받기를 시작했고,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그런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떡하니 이렇게 편지가 왔다. 2년 전이라 하여 더욱 짜증이 났다. 전에, 그런 말을 했으면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모르겠어. 형이 그렇게 감추는게 무엇인지."
재환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빅스로 활동 했을 때의 노래는 부르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고, 음료수를 마시지 않게 되었으며 군것질을 끊었다. 전 처럼 잡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활동 하나 하나를 조심하며, 예전에 사랑둥이 켄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점잖아 졌다. 그리고 스스로 하는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당황 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요."
화가난 것은 혁이도 마찮가지 였다. 한상혁은 노래를 아예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혁과 엔은 제법 창법이 닮아 있었다. 때문에 혁은 노래를 하면, 분명 자신의 목소리인데도 엔이 부르는 것 같았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려 사람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그는 반 강제로 가수를 접어야 했다.
"화가나. 멋대로 끝내버렸어."
택운은 조용히 편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끝난게 아니었다. 그들은 아직 제대로 끝낸게 아무것도 없었다. 한쪽만 먼저 인사를 구한다고 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렸고, 그들은 그 이유를 묻고 싶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작은 그녀석이 했으니, 끝은 우리가 정해."
그의 편지속 메세지가 너무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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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크기를 11 px로 해서 편지의 첫글자만 쭉 읽어보세요. ㅎ 핸드폰으론 안읽힐 수도 있어요 ㅠㅠ
암호명은 언제든지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