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네요.”
폭동은 길어졌고-아무래도 아버지 때문이었겠지- 나는 그의 독방에 와 그의 건강을 체크했다. 내 옆에는 교도관이 아닌 그의 추종자가 함께 있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잖아요.”
그는 말이 없었다. 단지 눈을 감았을 뿐이었다.
“‘그분’ 때문이었든, 지금 이 사태가 되었든,”
“…….”
“결국 우린 죽어요.”
그가 눈을 떠 날 바라봤다.
“왜…….”
“…….”
“왜, 우립니까……?”
“…….”
“죽음을 감당하는 건 저 하나면 됩니다.”
나는 웃었다.
“아시면서 그러시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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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r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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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동의 배후로 내가 지목되었다. 그들은 수술실에서 그의 추종자가 내게 전한 쪽지와 내가 그에게 했던 말과 CCTV를 바탕으로 폭동의 배후가 나라고 밝혔다.
그것을 죄수들 앞, 그리고 교도관들 앞에서 밝힌 것은 제복을 입은 나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실망했다, 고. 아버지는 ‘쿠데타 모의’라는 죄목으로, 대한민국을 배신한 대가로 이 곳에 들어온 그를 돕는 내게 실망했다고 말하며 모두를 처단하되, 나와 그를 생포해 공개 처형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의 추종자에게 나는 내 가방을 건넸다. 판단은 알아서 하라는 말과 함께 나는 내 아버지의 앞에 가서 섰다. 제가 이 폭동의 배후자입니다, 아버지. 쓸 모 없는 인력 낭비 하지 마시고 잡아가세요. 아버지와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내 양 팔을 잡고 데려갔다. 내가 아버지 편으로 가자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무지막지한 총알들이 튀었다. 바닥은 이미 피로 흥건했고 시체들은 쌓여있었다. 나는 그만 멈추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로 서있었다. 학살을 방관했다. 그런 나를 데리고 아버지는 또 다른 독방에 날 가두었다.
아버지와 나는 독대를 했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이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답했다. “높은 자들은 다 뜻이 있어 하는 것이겠지, 이것이 대중이다. 우매하고 우둔하고 아둔하기 짝이 없지. 그들은 이미 생각을 멈춘 지 오래이다. 그런 그들에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어리석은 소리. 그들은 바뀌지 않아. 세상을 바꾸는 것은 우리 같은 자들이다. 그리고 세상을 안정시키는 것 또한 우리 같은 자들이 하는 일이다.”
나는 그의 추종자가 절름발이임에도 불구하고 잘 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가 진실을 밝힐 것이란 건, 무리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