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
w.1억
"왜 출근 안 해."
"…네? 분명히 출근 안 한다고.."
"내가 그러라고 한 적 없을 텐데."
저 말을 듣자마자 벙쪄서 있으면 부장님이 손목시계를 한 번 슬쩍 보더니 내게 말한다.
"20분 줄테니까 준비하고 나와."
"네? 20분이면 머리 감고.. 말리면 끝인..데.요..!?"
"그래서."
"네?"
"그래서 어쩌라고."
"너무 짧아..서요.."
"내가."
"……."
"널 기다려줘야 하는 상황으로 보여 넌?"
"…아니요."
"가."
"…엇..네.."
쫄아버렸다. 안 가겠다고 해놓고.. 저렇게 나오니까 또 고분고분해져서는 바보같이 '네!'이러더니 빌라 문 열고 들어와버렸어.
아니 근데... 나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왔는데... 다시금 문을 열고 나오면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문 부장님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괜히 찔려서 말한다.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왔던 거라서요.."
"……."
'어쩌라고'하는 듯 날 보는 부장님에 쓰레기를 버리고선 후다닥 뛰었다. 내가 왜 뛰어야돼? 나는 출근 안 한다고!!!!
"뭐야 너 어디 가?"
"출근."
"안 한다며."
그니까 안 한다며 나는 왜 이렇게 분주한 거냐고!
심지어 겁나 폐인인데 부장님 앞에서 바보같이 서서 대화나 했으니!!! 미쳤어 미쳤어!!
급하게 앞머리만 감고서 화장을 10분컷을 했더니 너무 못생겼다. 심지어 아이라인도 못했어.
20분 딱 맞춰서 나오면 차에 기대어 서있던 부장님이 날 보더니 곧 차에 올라탔다.
괜히 머쓱해서 헛기침을 하며 차에 올라타면 부장님은 말 없이 그냥 밟는다. 정적 속에서 들리는 띵- 띵- 소리에 괜히 그 소리에 집중을 하고있으면 부장님이 날 부른다.
"야."
"네?....................."
"시끄러워."
"네? 저.. 아무말도 안 했는데."
"안전벨트."
"…아! 넵! 죄송합니다.. 아, 깜빡..했네요.."
"깜빡? 소리가 이렇게 들리는데?"
"…죄송해요."
난 왜 죄인 모드인가..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난 잘못한 거 없잖아.
왼쫀 손목에 크게 들어버린 멍이 보이자, 나는 급히 멍을 옷소매를 끌어당겨 가렸다.
그렇게 정말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않는 정정 속에서 내 침 넘어가는 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어느새 회사 지하주차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면 부장님이랑 눈이 마주친다.
아무말도 안 할 것 같은 부장님은 무심하게 내게 말을 건넸다.
"어제는 그렇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떠들어대더니, 오늘은 왜 벙어리처럼 그러고 있어?"
"…그 내일에 부장님이 없었으니까요."
"…참."
"근데! 이렇게 찾아오시는 게 어딨어요? 어제는 제가 안 나간다고 했을 때 아무말도 안 하셨잖아요."
"그런 걸 아무말도 안 했다고 그러나?"
"…그..그렇잖아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서 사라져버려놓고. 아무말도 안 해?"
"…그러기는 했는데.."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혼자 난리쳐놓고 뭐? 너 장난해?"
화가 난 것 같았다. 평소에 항상 저런 저기압 텐션이기는 했다만.. 오늘은 유독 뭔가 나한테 짜증 앤드 화를 내는 것 같아서 순간 욱하면서도 서러워서 눈물이 차올랐다.
"왜 화내세요...?"
"…뭐?"
"왜 자꾸 화내시냐구요..! 제가 부장님한테 그렇게 잘못했어요.......?"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맨날 화내시잖아요!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화 한 번이라도 안 내신 적 있어요? 화 안 내시면 뭐해요 맨날 나만 보면 똥 보듯이 보는데."
"……."
"제가 뭐가 그렇게 싫은데요? 이유라도 제대로 알려주던가요! 그냥 싫다고하면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하나요! 아, 내가 싫구나! 아쉽다! 이래야 돼요!? 저 싫다고해서 안 나가겠다고도 했는데! 이렇게 찾아와서 괴롭히시고!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저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속 화만 내시면 저도 사람이라 기분 나쁘고 속상하거든요?"
"회사에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주변에 있던 사람 한두명이 우리를 보며 지나갔고, 나는 주변 눈치따위 보지않았다.
나도 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건 아는데..! 뭐 어쩌라고! 어쩌라고 !!!!!!!!!
"부장님은 회사에서 맨날 화내시면서 저는 그러면 안 돼요!?완전 이기적이신 거 알죠?!"
"넌 이게 울 일이야?"
"제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요."
"너 지금 울고있잖아."
"이건 슬퍼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화나서 나오는 눈물이거든요! 그리고! 부장님 잘생겼다고 말한 거 취소예요. 진짜 하나도 안 잘생기셨어요."
"……."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통쾌는 했는데 너무 서러워서 계속 히끅 히끅 소리를 내버렸다. 몰라! 부장님이고 뭐고 내가 왜 나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저렇게 비위 맞춰줘야해? 나도 하고싶은 말 할 거야.
나 싫다는 사람한테 맞춰줄 필요 없잖아.. 아니 근데 하필 또...왜 문이 안 열려?? 비밀번호를 눌러야 된다고? 지하 주차장 비밀번호를 내가 어떻게 알아.
잠시 벙쪄서 가만히 있으면, 부장님이 내 옆에 오는 듯 부장님의 냄새가 퍼졌고.. 부장님이 카드를 대면 그제서야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
창피해 죽겠다. 쿨하게 문열고 들어갔어야 됐는데.
그대로 엘레베이터까지 같이 타다니. 훌쩍 훌쩍.. 콧물이 자꾸만 나와서 코를 먹으면, 부장님이 힐끗 나를 보았다.
저건 마치 시끄러우니까 울지 말라는 거겠지.................. 우리 부서 앞에 도착할때 쯤.. 부장님이 무심하게 내게 말했다.
"야."
"네?"
"그러고 들어갈 거야? 세수라도 하고 들어와."
"…에?"
아 진짜 저게...가 아니라.. 저 부장님이.. ㅡ_ㅡ 어떻게 저러지 사람이 진짜? 완전 별로야. 잘생겼다고 혼자 헤헤 히히 이런 게 후회가 될 정도라니까.
저 얼굴을 잘생겼다고 하하호호 하다니.. 심지어 키까지 크잖아.. 솔직히 피지컬은 좋은데....
"싸가지가 없어."
"누가."
"…엄갸ㅐㅓㅐ멎ㅇㅁ어아밍미얌ㅈ야ㅐㅁ엄ㅇ!"
"오늘 어떻게 출근했어? 어제 출근 안 한다더니."
"…엇. 안녕하세요.."
옆에 팀장님까지 보이기에 꾸벅- 인사를 하면 팀장님이 넉살 좋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출근 안 한다는 얘기 듣고 서운했는데~ 출근했네? 아이고 울었어요? 왜 왜."
"엇.. 아닙니다! 안 울었습니다!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랬습니다!"
"그래? 우리 카리나 닮은 이재 씨~ 울면 안 되는데~"
저 말에 나랑 최대리님이랑 짜기라도 한 듯이 서로 눈이 마주쳤고, 최대리님이 푸흡! 하더니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팀장님ㅋㅋㅋㅋㅋㅋㅋㅋ캌ㅋㅋ카카ㅏ카..캌ㅋㅋㅋㅋㅋ카리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카리나 모르세요?"
"왜~ 닮았잖어~"
"카리나는 진짜 아닌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똑같은데 왜~~"
"아 웃기다.. 코가 닮았네 코가.. 코리나네 코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짜증나. 가만히 서서 최대리님을 경멸하듯 바라보면, 메롱- 하고 들어가는 최대리님이 곧 부장님을 보더니 놀란 듯 허리를 숙였다.
부장님 없는 줄 알고 밖에 나왔다가 딱 걸렸네. 꼴 좋다.
"저기.. 코리나 씨.. 저랑 같이.. 밥 먹을래요...?"
"아, 진짜 하지 말라구요."
점심시간 되자마자 아주 신나가지고
"인턴 카리나 닮았죠. 왜요 그 에스파! 에스파!"
저러고 다니는데 얄미워 죽겠다. 진짜 사람이 어떻게 저래?
"너 최대리님한테 카리나 닮았다고 그랬어?"
"제가 안 그랬거든요!!"
"…오바야."
"아니! 송주임님..!"
오늘 진짜 여러명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남한테 관심 죽어도 없을 것 같은 송주님이 저러니까 타격이 더 크잖아!!!!!!!!!!!!!!!!!
"칼국수나 먹으러 가자!"〈- 최대리님
"…저는 안 먹을게요."
"왜애!!!코리나! 별로 안 끌려!?"
"…네에. 드시고 오세요.. 저 할 것도 있어서.."
"그럼 덮밥? 덮밥 먹을까? 하면서 먹어~ 하면서 먹으면 되지! 아니면 구내식당!?"
아니요.. 알아서 먹을게요... 삐졌..다가 아니라 화났다.. 가 아니라.. 삐진 게 더 맞는 것 같다. 고개를 저으며 안 먹는다고하면, 최대리님이 왜앵- 하고 내 팔을 잡고 흔들었고..
김과장님이 최대리님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인턴이랑 먹을게. 칼국수 먹고와."
저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래... 계속 놀리기만하는 최대리님보다 어색한 김과장님이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래 백배 낫지.
"하아......"
"……."
"하아아아ㅏ..."
결국 식당에 와서 일들을 펼처놓고 하면서 먹는데.. 일도 집중이 안 됐다.
부장님한테 하고싶은 말 다 한 것도 신경쓰이고.. 저 코리나도 짜증나 죽겠고... 과장님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니 사실 보이기는 하는데.... 없었으면 아마 우와아앍하고 화냈을 거야.
"에휴우우우우...."
"무슨 일 있어?"
"…네."
"……."
"니요!? 아니요..."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 밥 먹는 시간보다 한숨 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
"…죄송해요. 신경쓰이게했죠...? 죄송합니다아.."
"닮았어."
"…에?"
"카리나?"
"네에?????????????????????? 과장님도 저 놀리시는 거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과장님도 이제.. 같이 놀리시는 거예요?????"
"그 친구보다 네가 더 예쁜 것 같은데."
"네에!?!?!??!?!?!?!?!?!??!!!"
분명하다. 김과장님도 한통속이야..
"왜 놀리세요ㅠㅠ진..짜...."
"놀리는 거 아닌데."
"놀리시는 거잖아요ㅠㅠㅠ진짜 너무하세요ㅠㅠㅠ"
"ㅋㅋㅋㅋ."
"차라리 코리나라고 불러주세요ㅠㅠㅠㅠ그럼 덜 서러울 것 같네요 증말 ㅠㅠㅠㅠㅠ"
"코리나는 뭐야?"
"코만 닮았다고 코리나라잖아요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봐요ㅠㅠㅠ웃으시잖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웃기신 거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냐,아냐."
"ㅠㅠㅠㅠㅠㅠ진짜 너무해요.."
"……."
"근데요..."
"……."
"진짜..카리나보다.. 더 예뻐요...? 진짜루요..?"
"……."
"진짜 너무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흐어어엉 - 하고있고, 과장님은 푸흡- 하고 날 보고 웃는다.
김과장님 저렇게 안 봤는데... 너무해...
난 계속 우울하고.. 과장님은 날 보고 푸흡- 푸흡- 계속 웃는데 저게 더 기분 나쁘다!!!!!!!!!!!! 그냥 웃어요! 그냥 푸하하하 웃으라구요!!
"웃지 마세요오............ㄱ-"
"ㅋㅋㅋ알겠어."
"……."
"풓.."
"하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해."
"아, 맞다!.. 네.."
회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생각했다. 내가 아까 화낸 건 화낸 것도 아니지.. 어제 이상한 말들을 했잖아.
사별했다는 사람한테 죽어난다 뭐다 얘기했는데.. 그것부터 사과를 했어야됐어..
그거 때문에 찾아온 거 아니야? 나 괴롭히려고.. 그러면 진짜 미친사람인 거야..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천천히 한두명씩 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부장실 안에만 하염없이 바라보고있다.
어제 일을 사과하고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러고 있다.. 노크해서 들어가는 것도 웃기고.. 들어가면 또 화낼 것 같고.. 그리고 아직 퇴근 안 한 사람도 있으니까...
라고 생각한 순간 나머지 사람들도 퇴근을 하는 듯 했고, 나는 부장실 안을 또 들여다본다. 퇴근 안 하시나...? 안 되겠다.
물론! 어제 일을 사과하겠다는 거지..나도 양심이있는 사람이니까! 그래 그래!! 나는 사람한테 상처주는 건 곧 죽어도 싫은 사람이니까... 그래 그래!!
"……!!!"
갑자기 부장실 문이 열리고 너무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있으면,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넌 왜 퇴근 안 하고 여기있어? 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부장님에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부장님 국밥 좋아하세요?"
"……."
"제가.. 드릴 말씀도 있고.. 그래서.. 밥을 좀.. 사드릴까 하는데요.. 근처에 국밥 맛집이 있는데.."
"말?"
"네!"
"말해."
저래놓고선 나를 그냥 지나쳐가는 부장님에 나는 또 저 사람한테 농락이나 당하고있다.
부장님을 졸졸 따라가 엘레베이터 앞에 서면, 부장님은 시선이 엘레베이터 층수를 향해있다.
이 상태로 말하라는 거야?
"여기서.. 말씀 드리는 건 좀.."
이 말에도 답이 없는 부장님에 나는 또 쩔쩔 매고있다. 아까 그렇게 내가 화냈는데도 통하지않는구나.. 이 사람 진짜.. 돌맹이야 뭐야...
엘레베이터를 타고선 내려가는 동안에도 말 한마디 못하다가 1층에 도착했을까..
그냥 가려고하는 부장님에 나는 우뚝 멈춰섰다. 됐어.
"ㄱ-.."
말 안 해. 사과는 무슨.. 저런 싸가지없는 사람한테 굳이 내가 사과해야돼? 내가 사별한 거 알았냐고.
우뚝 멈춰서서 바보처럼 부장님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으면, 부장님도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고갤 돌려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안 가?"
"…네?"
"밥 사준다면서."
그럼 나는 또 저 대답에 단순하게
"어..? 네!!가요...."
하고 바보처럼 부장님에게 총총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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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바빠요 나?
왜 바빠요? 왜 바쁘냐고 김일억? 왜? 외밥빠........?
집순이 그만 불러! 그만 불러어어어어억!!!!!!!!!!!!!!!!!(기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