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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국대로 쓰는 조직물 |
[ BGM : 에픽하이 - 우산 ( Feat. 윤하 ) ]
햇빛이 너무나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현우가 끙, 소리를 내며 간신히 일어나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사반 안이었다. 용대가 복장을 갖추어 입은 채로 뒤돌아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일어났어?"
현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제의 일을 기억하려 했지만, 선명하게 기억을 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복부에 크게 생긴 멍은 어제 그 싸움의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현우의 꽉 쥐어진 손이 부르르 떨렸다. 용대는 뒤에 서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는 자철과 학선이 나란히 소파 위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둘의 얼굴에서도 상처가 보였다. 용대가 현우의 맞은 편에 있는 의자에 앉더니 조용히 말을 걸었다.
"... 어젯밤부터 쭉 생각해봤던게 있어." "그게 뭐지?" "... 이 사건, 내가 단독으로 맡을까?"
준호는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워서 눈을 뜬 채로 몇 분 동안 멍하니 천장만을바라보고 있었다. 준호의 얼굴은 붉어져있는 상태였다. 그 때, 누군가가 노크를 몇 번 하고는 들어왔다. 성용이었다. 갑자기 들어오는 성용때문에 준호는 깜짝 놀라며 이불로 자신의 전신을 가렸다. 성용은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뭐하냐 거기서. 빨리 내려와, 점심 먹어야지." "알았으니까 좀 나가 있어라! 내 지금 꼴이 말도 아이다." "뭔 개소리야, 평소랑 다를게...."
성용이 혹시, 라고 중얼거리며 준호의 하반신을 덮고있는 이불을 향했다. 그 시선을 느낀 준호는 귀까지 붉어지며 소리쳤다.
"뭐, 뭘 보는기고 머스마끼리!" "그래 남자끼린데 뭐 어떠냐. 이야, 조준호. 어제 싸우고 들어와서도 그런 일 치를 정신력이 있다니."
준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성용은 그런 반응을 보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킥킥 웃으며 준호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그의 하반신을 꾹꾹 누르며 물었다.
"그래서, 꿈에 누구 나왔냐?" "저... 그게 말이다... 이상한 상황이...."
성용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준호를 바라보자 준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내, 꿈에서 어제 봤던 그 수사반의 형사 새끼가 나왔다... 뭔일이고 이게..."
태환의 팔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태환은 어제 있었던 도주를 회상했다.
성용을 부른 태환과 쑨양은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도로로 도망쳤다. 학선은 작은 체구였지만, 역시나 경찰인 것인지 지치지도 않고 둘을 계속해서 쫓았다. 맞은 편 도로에서 달려오는 성용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향해 쑨양과 달려가는 순간, 또다른 차가 코너에서 들어오더니 맞은편으로 건너가려는 태환과 쑨양의 앞을 막아섰따.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췄고, 동시에 그 모습을 본 성용도 차를 세우고는 차에서 내려 둘을 향해서 달려왔다. 앞의 차에서는 자철이 내렸고, 그가 경찰임을 알고있는 태환과 쑨양 뒤에는 학선이 두 명을 막고 있었다. 태환이 어떻게해야 할 지 몰라서 당황했을때, 멀리서 성용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태환! 쑨양! 이쪽으로 뛰어!"
서로 눈치를 보고있는 네 명 사이로 성용의 목소리가 들리자, 자철이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쑨양이 자철을 향해 달려가서 그를 밀쳐서 넘어뜨렸고, 그 모습을 본 학선은 쑨양의 돌발 행동에 약간 느리게 반응한 태환의 팔을 잡았다. 쑨양이 자철을 막는 틈을 타서 성용이 태환의 팔을 잡고있는 학선을 밀어 넘어뜨리며 태환의 팔을 잡아 끌었다. 태환의 팔이 날카로운 경찰 뱃지에 긁히며 얇은 옷을 찢고, 살갗을 찢었다. 태환의 팔에 생긴 상처에서 피가 흘렀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인상을 찌푸리고는 죽을 기세로 성용의 자동차를 향해 뛰었다. 학선이 일어나며 태환을 쫓아가려 했으나, 성용이 학선의 앞을 막아석 있었다. 자철은 그 모습을 보고는 움직이려 했으나, 쑨양에게 제압당한 상태여서 그것도 힘들었다. 태환이 차를 운전해 근처로 다가왔고, 그것을 본 성용은 자철을 일으키고는, 학선에게 밀어서 넘어뜨리고는 차에 탑승하며 약올리듯 소리쳤다.
"어이! 미안하지만 우린 바빠서 먼저 간다!"
그 모습을 본 자철과 학선은 번호판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으나, 태환이 그 짧은 틈에 번호판을 철저하게 가려놓은 상태였다. 자철이 짜증난다는 듯 주변의 차를 주먹으로 내려쳤고, 학선은 힘이 풀린 것인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자철은 한 집 안에 있었다. 그 집 안에는 울고있는 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의 옆에는 두 구의 시체가 있었다. 아이가 울자, 문이 열리며 경찰복을 입은 한 사내가 들어오더니 그 장면을 보고는 기겁했다. 아이가 뒤돌아서서 그에게 안기며 울었다.
"삼촌... 엄마하고 아빠가 안움직여..."
아이의 삼촌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휴대폰으로 경찰서에 전화를 했다. 자철은 둘의 뒤에서 그 장면을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철은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는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 아이가 어린 시절의 자신이라는 사실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용대는 현우를 계속 흘겨보고 있었다. 자신이 물은 것에 대해 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것은 충분히 미칠 만큼 신경쓰였다. 용대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1주일 전 그 밤, 준호에게서 받은 구겨진 종이 쪽지를 펼쳤다. 반듯한 손글씨로 이대훈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었고, 다른 한 쪽 구석에는 조준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찾아낸 번호와는 다른 번호였다. 용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인지 용대는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우는 잠시 전화를 하러 나간다고 말하고서 돌아오지 않는 용대가 조금씩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학선은 죽은 듯이 자고있었고, 잠에서 깬 자철은 부모님 산소에 가봐야겠다며 빠르게 수사 본부를 나간 상태였다. 현우가 한숨을 쉬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 밖에 나가자,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와 조심스럽게 통화를 하고있는 용대가 보였다. 그는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고, 평범하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목소리로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현우는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 것인지, 용대가 자신을 보지 못할 곳에서 그의 대화를 엿듣기로 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뭘 말하는건지 내는 잘 모르겠는데. 니한테 필요한거 아이가?" 「아, 이걸로 번호 추적해서 너희 새끼들 싸그리 잡는 용도라면 필요하겠지!」 "... 니가 원하는게 그기라면, 그리 해라." 「... 뭐?」 "내는 지금 니한테 기회를 주는기다. 진짜로 니가 원하는게 우리륻 다 잡아서 깜방에 쳐넣는게 목적이라면, 그리해라."
용대는 당황한 것인지 말이 없었다. 준호는 눈을 감은 채로 용대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기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용대가 정적을 깨며 무엇을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 우리가 기성용을 검거했던 그 바에 오늘 8시까지 와.」 "와 하필 거기고? 거긴 영 찝찝한데." 「그 장소가 너희, 아니지. 너와 가장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소거든.」
준호는 용대의 당돌함에 놀란 것인지 픽, 웃었다. 기대한다는 말을 끝으로 용대는 전화를 끊었다. 준호는 자신의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용대는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숨을 쉬고는, 일어나 뒤돌아보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화가 난 듯한 현우였다. 용대는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지만, 현우가 그의 휴대폰을 들고 있는 팔을 부숴버릴 듯이 움켜쥐었다. 용대가 고통에 얼굴을 찌푸렸지만, 현우는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우가 용대를 노려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누구랑 통화한거야."
자철은 산 속에 있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세 개의 무덤에는 세 구의 시체가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철은 검은 양복을 입고 무덤 앞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웃으며 하고 있었다. 자철이 미소를 지으며 얘끼를 하는데, 맞은 편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자철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철은 올라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 구자철?" "기성용.... 네가 여길 왜..."
둘은 서로 당황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철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자, 성용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자철은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성용에 대한 경계심을 푼 것인지 자신이 가져온 검정 비닐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자철이 안에서 귤을 꺼내고는 성용에게 하나 던져주며 무심하게 말했다.
"... 원래같으면 잡으려고 난리쳤겠지만, 부모님 묘 앞이니까 참지." "부모님?"
성용의 시선이 자동적으로 남아있는 하나의 묘지로 향했다. 성용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눈치챈 자철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삼촌의 묘." "... 삼촌 기일이기도 한건가?" "아니. 그냥, 같이 하는거다. 세 분다 같은 이유로 돌아가셨으니까." "무슨이유?"
자철이 하나의 묘 앞에 귤 하나를 놓고는 말했다.
"너희 같은 사람들때문에 죽었다는 공통점."
성용의 입술이 굳어졌다. 자철에게 무어라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서로를 위로해줄 정도의 그런 관계도 아니엇을 뿐더러, 위로를 한다고 할지라도 무엇이라고 위로를 해주어야 할지도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성용이 자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자철에 대한 연민 때문인지, 성용은 자신의 가슴이 조금씩 뛰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성용은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자철의 옆에 꿇어앉아 남은 하나의 묘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성용이 자신의 셔츠에 꽂아둔 브로치를 빼고는 묘지 앞에 놓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 아저씨. 나 왔어."
자철의 눈이 옆에 있는 제 삼촌의 묘를 향했다. 그의 눈은 놀람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었다. 1주일 간 내리지 않던 비가 다시 내릴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