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좋아" 오빠가 날 계속 쳐다보다가 뱉은 말이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숨 참고 있다가 저 말 듣고 숨 내뱉었지 그래 원래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니까 난 오빠한테 가는게 맞는 것 같아 "기분좋다" 오빠도 표정 풀고 막 수줍게 웃어주는데 좋았어 좋았나? 음 좋았던것같아 "징어야" "응?" "고마워" 내 얼굴 쓰다듬으면서 내 머리 정리해주고 내 눈 보면서 천천히 다가왔어 그리고 난 눈 감았지 "고맙고 사랑해" "나도ㅎㅎ" "전화할게" "응 조심히 가 오빠ㅎㅎ" 오빠 차 사라질때까지 손 흔들고 들어가려했는데 오세훈이 집 앞에 서있더라 "김징어" "왜 왔어" "너 뭐야" "뭐가" "너 지금 저 형이랑 뭐한거냐고" "봤어?" 오세훈은 아무 감정없이 말했어 걔 속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랬어 그냥 그러길 바랬어 "나한테 기회도 안주고" "..." "왜 도망가" "도망가는거 아니야" 오세훈 두고 그냥 빨리 걸어갔어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오세훈이 나 잡아채더라 "김징어!!!!!" "놔!!!!" "너 지금 비겁해" "아니? 난 그냥 내 맘 가는 곳 따라 간거야" "거짓말" "내가 뭐하러 거짓말을 해" "너 진짜 못됐다" "알면 가" 진짜 세게 뿌리치고 엘레베이터 탐 올라가는데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냥 빨리 침대에 눕고싶다고 생각했어 "징어와쪄어~?" "놔" "응" 김종인이 나 잡는데도 그냥 무시함 만사가 귀찮았어 핸드폰 끄려고 켰는데 문자가 2통이 와있는거야 '잘 들어갔어?'-백현오빠 '너 마음 정리되면 연락해'-세훈이 그냥 핸드폰 끄고 생각 없이 씻고 침대에 누웠어 근데 눈물이 막 나는거야 진짜 왜 그렇게 오세훈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가만히 누워있는데 세훈이랑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어 강아지랑 찍은 사진이었는데 오세훈 완전 겁먹은 표정이더라 근데도 강아지 안고있는 내 옆에 꼭 붙어서 어색하게 웃고있는거야 "세훈이 강아지 무서워하는데...." 나랑 김종인이랑 세훈이 놀린 거 생각나고 "순대도 못먹는데" 억지로 같이 먹어주는 세훈이 생각나고 "나 자전거도 알려줬는데" 자전거 못타는 나 데리고 일주일 동안 넘어지는 나 케어하느라 무릎 성할일 없던 세훈이도 생각나고 "내 머리 빗어주면서 재워줬는데" 세훈이 무릎에 누워 잠들던 것도 생각나고 "세훈이 계란 프라이 잘 만드는데" 밥 먹을때마다 계란 없으면 밥 안먹는다고 떼쓰는 나때문에 프라이 달인 된 세훈이도 생각나고 말 할때는 내 눈 봐주던 세훈이, 중3때 나랑 싸운 여자애한테 골탕 먹여준 세훈이, 고1 입학식날 긴장한 내 손 잡고 같이 들어가주던 세훈이, 급식 욕 할때마다 맞장구 쳐주던 세훈이,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사주던 세훈이, 치마 짧다면서 욕하던 세훈이, 축제때 앞에서 춤 춰주던 세훈이, 춥다니까 목도리 벗어주던 세훈이, 매일 아침 나 깨워주던 세훈이, 매일 밤 날 집까지 데려다주던 세훈이 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다음날 일어나서 폰켜니까 백현이 오빠한테 부재중 전화랑 문자 잔뜩오고 또 세훈이한테도 한가득 왔어 '무슨 일 있어?'-백현 오빠 '징어야 전화 왜 안받아'-백현오빠 . . . . . . '보고싶어'-세훈이 '전화 안할게 꺼놓지마'-세훈이 눈물이 막 났어 그냥 내가 내 마음 감당 못해서 욱해서 한 결정에 두 사람 다 상처 입었잖아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고 그냥 한없이 미안했어 마음 좀 추스리고 거실로 나왔는데 백현 오빠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어 "오빠.." "일어났어?" 힘없이 웃는데 또 눈물이 막 나는거야 진짜 미치겠더라 "왜 울어 징어야" "몰라" "씻구나와 오빠랑 나가자" 찬물로 세수 하고 머리 감고 나갈 준비 다하고 나왔어 오빠는 아무 말도 없이 내 손 잡고 나갔어 1층으로 내려왔는데 오세훈이 서있더라 진짜 심장 내려앉았어 "오빠 가자" 오빠 잡고 빨리 나가려고했는데 오세훈이 나보고한숨 푹 쉬면서 얼굴 가렸어 백현 오빠는 그냥 내 손 꽉 잡고 가고 "징어야" "오빠 그냥 가자" "그래..." 오빠랑 가만히 차 타고 가는데 솔직히 우리 둘 다 끝은 알고 있었어 근데 그냥 서로 말을 안했을뿐이지 오빠랑 처음 갔던 놀이동산도 가고 밥도 먹고 여러곳 돌아다니다가 오빠가 갈 데가 있다고 하는거야 그래서 같이 가자고했지 근데 오빠가 가자고 한 곳이 공항이었어 오빠랑 내가 헤어진 공항 "여긴 왜..." "그냥 오고 싶었어" "..." "여기서 너가 나 끌어안고 울었었는데" "기억해?" "다 기억해 그 날 입었던 옷 머리 스타일 그리고 네 말까지 다" "..." "미안해" "오빠가 왜.." "나 사실 니 맘 알았어 근데 내 욕심에 그냥 모른척했어 욕심 안부리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미안해하지마" "아냐" "내가 더 미안해" 오빠 보면서 얘기하는데 너무 슬펐어 "한번만 안아보자" "..." "너 딱 안고 마음 접을게" "..." "쉽진 않을 것 같아 뭐 다시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나 싶겠지만 지난 9년동안 난 너 모르게 네 옆에 있었어" "오빠..." "이제 니 사진도 지우고 내 마음도 정리하고 깨끗이 너 지우고 다른 여자 봐야지" "..." "그래도 우리 사인 변함없어 그치?" "응.." "일로와" 오빠가 나 부서질듯 껴안으면서 흐느꼈어 오빠는 참는다고 참는 것 같았는데 다 느껴지더라 너무 미안하고 미안해서 나도 꽉 끌어안았어 "아 첫사랑은 안이뤄진다더니 맞는말이네" "그러게..." "잘살아라 내 첫사랑" "오빠도 잘 살아!" "아 이제야 시원하네" 오빠 첫 사랑이 나인진 몰랐어 근데 그냥 받아들여졌어 오빠가 막 우니까 그냥 그 마음이 내 마음같아서 "노력해볼게 쉽진않겠지만" 그렇게 우린 헤어졌어 단 하루만에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_조진국 기다리지 않겠다 원하지 않겠다 그리워하지 않겠다 마음을 꾹꾹 눌러 밟으며, 겨울의 한기에서 벗어나려고 뒷걸음 친다 하지만 쾅 아무리 세게 마음을 닫아도 봄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스르르 문이 열리고 제 아무리 차갑게 얼었던 마음도 결국 봄에게로 흐르게 된다는 것을 안다 겨울 끝에는 항상 봄이 오듯이 내 끝에는 항상 네가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