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은 모르는 팅커벨의 의문사 00
어느덧 서른의 봄이 왔다. 그때의 나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이미 과거가 돼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그대로였다. 나의 집, 나의 일터, 그리고 너의 마지막 말까지. 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수년 동안 참아왔던 의문이 터진다. 시간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매 순간이 후회의 연속이다. 조금만 더 다가갈걸. 조금만 더, 웃어줄걸. 조금만 더, 네 말을 들어줄걸. 이미 나에게 과거가 되어버린 너와의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리고, 여전히 너는 추억으로 나를 따라다닌다.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이곳으로 내려온 지 한 달 만에 동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부전화였다. 잘 지내고 있느냐. 도 아니고 있는 거냐라는 물음에 바로 '응'이라고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잘 지내는 것도, 못 지내는 것도 아닌 딱 그 중간이었기에 나는 장동우에게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어쩌면 남우현이 이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동우에게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무작정 내려왔다. '찾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동우를 걱정시키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장동우를 걱정시키고 있었다.
“…….”
-못 지내는구나.
“서울 날씨 좋아?”
-어, 엄청. 근데, 너 서울은 언제 올 건데?
“아직.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올라갈게.”
-벌써 한 달이다. 조금만 더 얼마나 기다릴 건데? 육 개월? 일 년? 오 년, 십 년?
“…….”
-네가 그 애 찾아다닌 것도 벌써 6년이야. 그 애도 어느 정도 컸겠지. 6년이면 이제 어린애 아니잖아.
“…….”
-잘 살고 있겠지. 자리 잡는 중이겠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 네가 걱정하는 그럴 일 없으니까. 돌아와.
동우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동우는 지금 나에게 한심하고 미련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의 말이 맞다.남우현이 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도 어느덧 6년 전이었다.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남우현은 성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주 멋있는 사내가 되어있겠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동우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내 귀에 박힌다.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려놓은 휴대폰에서 희미하게 동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애를 몰아낸 건 너면서, 이제 와서 찾는 이유가 뭐야? 동우의 물음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때의 남우현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지만, 스물여섯의 남우현이 보고 싶었다. 열아홉의 남우현이 나의 24살 선물은 스무 살의 남우현이었다. 나는, 끝끝내 그 생일선물을 받지 못했다. 내 생일날 이후로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우현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부산히도 따라다녔다. 눈을 뜰 때마다, 잠을 잘 때마다 무얼 하는 남우현은 나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성큼 다가와서 나를 괴롭혔다. 잊고 살려고 했지만, 남우현은 낙인 같았다. 스물여섯의 남우현을 만난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때, 너를 너무 모질게 몰아내서 미안하다고, 사죄하고 싶다. 그리고 면죄부를 받고 싶다. 24살 생일의 그 환멸감은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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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화라 굉장히 짧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ㅠㅠ.. 아고물도 아니고 고딩대딩물이라고 해야할까요.. 잘사는 고딩 남우현과 과외쌤 성규의 이야기입니다. 소재는 발랄하지만 이야기는 우중충은 넘어선 우울의 극치를 달할 예정....이긴하나 나름 커플링이 현성이니 만큼 달달한 현성도 있을겁니다. 암요! 0화긴 하지만 내용은 에필로그(....)는 아니고 00화가 현재. 1화부터는 과거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00화는 엄청난 스포를 담고있습니다... 엄청난......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사랑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