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다각] 사인 온(Sign on) 번외, 우현 성규
w.규닝
이브 특집, 굵은 글씨로 쓰여진 글자에 밑줄이 그어졌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시간은 벌써 저녁 10시. 테이블 위로 꾸벅거리던 고개를 고쳐 든 성규가 가볍게 도리질을 쳤다. 이틀 내내 스튜디오에 살았던 성규는 이제서야 점점 눈이 침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잠도 한숨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샘작업을 했기 때문에 감기려는 눈을 번쩍 뜨고서는 계속해서 시놉시스에 글씨를 끄적였다. 이미 오탈자는 스무번도 넘게 고친 것 같아. 꾸벅,하고 떨어지려는 고개를 바로 세운 성규가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손으로 비볐다. 졸리기도 졸린데다,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트리와 꼬마전구들이 이틀 내내 성규의 눈을 아프도록 비춰댔다.
그런 성규의 옆 쪽에 놓아두었던 휴대폰이 벌써 두시간째 진동음을 울리고 있었다. 삐뚤삐뚤하게 글씨를 끄적이던 성규가 홱,하고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보나마나 남우현이겠지. 전화하지 말랬어도 이렇게 끝까지 전화 해대는 거 봐. 끈질긴 우현에 지쳐 고개를 저은 성규가 드디어 끊긴 진동음에 다시 시놉시스에 눈을 돌리려고 했을 때였다.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던 우현이 보낸 문자가 반짝 하고 액정 위로 떠올랐다.
무시할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던 성규가 이내 고개를 좀 더 숙여 액정을 확인했다.
「일 핑계대고 피디랑 놀고있지?」
우현의 문자를 읽은 성규의 미간이 보기 좋게 찡그려졌다. 뭐? 놀고 있냐고? 어이 없는 웃음을 뱉은 성규가 들고 있던 시놉시스와 펜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야!"
신호음이 두번도 채 가지 않아 전화를 받은 우현에 냅다 소리친 성규가 씩씩거렸다.
"너 죽을래? 내가 진짜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뭐, 놀고 있냐고?"
-그러니까 전화를 왜 안 받아!
"일하고 있으니까 못 받은거지! 안 받은 게 아니라."
-무슨 라디오가 공휴일에도 하냐고. 너 당장 여기로 튀어와.
"미쳤어? 크리스마스시즌이면 평소보다 더 바쁜 게 라디오지, 쉬긴 뭘 쉬어. 말이 되는 소릴 해."
-너야말로 미쳤냐? 어떻게 크리스마슨데 얼굴 한번을 안 비춰?
이브 내내 일했으면 됐지, 시끄러우니까 당장 와.
못, 발끈한 목소리로 못가!라고 말하려던 성규의 말문이 딱 막혔다. 저가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전화는 뚜,뚜,뚜 하는 어이없는 통화 종료음만 남겨놓고 있었다. 뭐 이런 이기적인 놈이 다있어? 입을 떠억 벌린 채 배경화면으로 돌아가버린 휴대폰을 쳐다본 성규가 재빨리 우현의 번호를 찾았다. 나라고 뭐 일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나. 잔뜩 뿔이 난 성규가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서 키패드를 쳤다. 나 못가니까 그렇게 알아.
「나 못가니까 그렇게 알아. 기다리지 마」
전송 완료.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성규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실 분에 받쳐 미친놈아 기다리지 마. 하고 보내려던 문자를 순화시켜 말 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잠도 못 자 예민해진 기분에 우현이 화를 지핀 것이다. 짜증나 짜증나. 휴대폰을 저 멀리, 소파 끝으로 던져버린 성규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잔뜩 심술이 난 성규의 눈 앞으로 반짝반짝, 제각기 화려한 빛을 내고 있는 꼬마 전구들이 보였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튜디오 여기저기에 걸린 전구들은 이틀 내내 반짝거리며 성규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브 전전날부터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밤샘작업을 했던 성규는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즐기지도 않았는데 캐롤송만큼은 백번도 더 넘게 들은 마당에, 사실은 모든 것이 다 지긋지긋해져있었다. 라디오 시작 30분 전, 여지없이 시작되는 캐롤송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헝클어뜨린 성규가 던져놓았던 펜과 종이를 다시 집어들었을 때였다.
"성규야!"
눈에 불을 켜고 글씨를 읽어내리려던 성규가 고개를 돌려 저를 부르는 쪽을 쳐다보았다. 이제 막 스튜디오를 들어선 동우. 물론 그 옆엔 세트로 호원까지 붙어있었다. 활짝 웃으면서 성규를 부른 동우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먼저 와 있었네! 동우에게서 바깥의 찬바람이 느껴진 탓에 몸에 오한이 서린 성규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대본 좀 줘!"
"…저기 있어, 가져 가."
성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테이블 끝에 있는 원고를 가리켰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도 나타난 둘의 옷은 볼만 했기 때문이었다. 누가 라디오 공식 커플 아니랄까봐, 커플 목도리에 커플 털모자까지. 눈꼴시렵다고 생각한 성규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절대 부럽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눈꼴이 시렵다고 생각해서. 그게 진짜, 유난이라고 생각해서.
"넌 어제 남우현하고 만나서 뭐했냐?"
저만치 뒤에 있다가 어느샌가 성큼 다가온 호원이 성규에게 툭 던지듯이 물었다. 뭐 했냐고? 비실거리는 웃음으로 대답한 성규가 어깨를 으쓱했다. 동우의 뒤에 서서 동우의 털모자에 내려앉은 눈을 툭툭 털어주던 호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것도 안했어? 그에 성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응. 안 했어.
"만나지도 않았어. 나 계속 스튜디오에 있어서."
"안 만났다고?"
"안 만났어?"
동시에 이호원, 장동우. 성규가 꽤나 큰 목소리로 반색한 둘에, 귀찮은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니네 대본 저기 있으니까 가져가서 리딩이나 해. 펜을 잡은 손으로 두 귀를 꾹 막은 성규가 보고 있던 시놉시스에 코를 박았다. 그 때까지도 제 옆에서 저 대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동우의 행동은 느껴졌다. 진짜? 안 만났으면, 어…우현이가,
"우현이가 많이 서운하겠, 읍!"
생각 없이 머릿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꺼내려던 동우의 입을 틀어막은 호원이 테이블 끝에 있는 대본을 집어 들고서는 부스 쪽으로 동우를 끌었다. 막힌 입으로 발버둥쳐가며 질질 끌려가는 동우를 힐끗, 쳐다본 성규가 아무렇지 않게 종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동우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기는 했지만.
서운하겠다. 서운하겠다. 무척 안됐다는 듯 했던 동우의 목소리가 성규의 귓가를 괴롭혔다. 진짜 짜증나. 남우현 생각은 하면 안 되는데. 성규가 아까 집어던진 탓에 뒤집어져 있는 휴대폰을 살펴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또 생각나 죽겠다, 남우현. 아마 지금쯤이면 문자를 받았을텐데.
계속해서 도리질을 치며 우현을 머릿속에서 지우려던 성규가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한시간 반 남았는데…. 살짝 뜬 눈으로 벽면에 걸린 시계를 살핀 후에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 부스에 나란히 앉아 리딩 연습에 한창이던 호원과 동우가 한 숨 돌리려 스튜디오로 문을 열고 나왔을 땐, 애먼 다른 스태프만이 성규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시놉시스에 글씨를 끄적이고 있었다.
-
목도리를 코까지 둘둘 만 성규가 다급하게 택시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택시 기사에게 꾸벅, 인사를 한 성규가 타 방송사 앞에 뻘쭘하게 내려섰다. 남우현이 여기서 방금까지 녹화를 마쳤다고 했지. 찬 공기에 두 뺨이 발갛게 물든 성규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생겼다. 빨갛게 언 코끝을 목도리 안에 파묻은 성규가 아까부터 전활 받지 않는 우현의 번호를 다시 한 번 눌렀다.
자기가 당장 오라고 했으면서, 전화도 안 받는 건 무슨 경우래. 혹시 화난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괜히 툴툴댄 성규가 연결음이 끊어질 때까지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우현을 기다리며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아아 춥다, 춥다. 성규가 코를 훌쩍이며 남은 한 손을 겉옷 주머니에 쏙 집어 넣었다.
아까부터 펑펑 내리고 있는 눈을 피해 나무 아래로 들어간 성규가 충혈되어 있는 눈을 꼭 감았다. 괜히 서럽다. 일까지 땡땡이치고 나와 있는데 삐진 남우현은 전화를 받지도 않아. 어느새 목도리 위로 쌓인 눈을 탈탈 손으로 털어낸 성규가 다시금 코를 훌쩍이고 있을 때였다.
-왜!
신호음이 끊겼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들려온 심통난 목소리가 성규의 귓가에 들렸다. 느닷없는 우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성규가 홱 고개들 들었다. 어, 남우현!
"너 왜 이제 받아! 추워 죽겠네."
-나야말로 추워 죽겠다. 야, 라디오 하지 말고 잠깐 아래로 내려와 봐.
"…뭐?"
퉁명스럽지만 그래도 반가운 우현의 목소리에 슬쩍 웃음이 번지려던 성규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아래로 내려오라고? 순간 제 귀를 의심한 성규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입꼬리만 달싹거리고 있었다.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 나는 너 얼굴 한번이라도 봐야겠으니까 내려오라고.
"……."
-안 내려와? 내가 올라가?
대답이 없는 성규에, 나중에는 짜증이 난 듯 화난 목소리가 성규의 대답을 추궁했다. 그, 그러니까. 성규의 눈꼬리는 어느새 보기 좋게 쳐져 있었다.
"너 설마…우리 방송국이야?"
-아쉬운 사람이 와야지 어쩌겠냐. 빨리 내려와, 추워서 돌아가시겠다.
수화기 너머, 우현의 옆 쪽에서 달리는 차 소리와 씽씽 부는 찬 바람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이…미친. 답답한 마음에 제 앞머리에 손을 얹은 성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이게 뭐야. 본인이 오라고 해놓고선 말도 안하고 찾아오면 어떡해. 울상을 지은 성규가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남우현."
-왜?
"나는 지금 니가 방금까지 있던 방송국이니까, 우리 딱 중간 지점에서 만나."
-……뭐? 어디라고?
"한 시간밖에 안 남았으니까, 딱 중간에서 만나야 돼! 어딘 줄 알지?"
김성규, 너 왜 거기 가있어?????? 아마 우현의 심정도 자신만큼이나 어이없으리라. 저 못지 않게 흥분한 우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택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성규가 빠른 발걸음으로 도롯가로 걸어나갔다. 한 번 만나기 되게 힘드네. 작게 툴툴댄 성규가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으면서 머리 위에 쌓이는 눈을 털어냈다.
-야! 미친! 나 지금 케이크에 불 붙여놨는데!
빨갛게 언 코에 와 닿는 눈송이가 차갑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호들갑을 떨면서 욕을 남발하고 있는 우현의 목소리에 피식 웃은 성규가 생각했다. 귀엽네. 한 살 어리기도 한 데다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쭈욱 유치했다. 이게 뭐야! 나 이거 어떻게 해? 흥분한 채로 틱틱거리고 있는 우현의 목소리를 듣던 성규가 몇 초 후에는, 킥킥거리며 소리내서 웃었다.
"너 케이크 준비했어?"
-당연하지. 니가 좋아하는 생크림으로 골랐단 말이야.
"눈 안 들어가게 조심히 다시 포장해서 갖고 와. 같이 촛불 끄자."
-이미 촛불 썼다고! 다 망했어. 진짜 되는 게 없다.
"나는 선물 준비 안 했는데."
마침 제 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빈 택시를 눈으로 포착한 성규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 택시 쪽으로 손을 뻗은 성규가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한 손으로 녹이면서, 제 앞에 멈춰 선 택시의 손잡이를 잡을 때 쯤엔, 역시나 어린애처럼 투정부리는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줄 알았어. 김성규가 그렇지 뭐. 그러면서도 우현은 택시를 잡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모양이었는지, 미끄러질 뻔 했다며 툴툴댔다.
"대신 내가 키스해주면 되지."
-또, 또. 그렇게 대충 대충 넘어가지?
"뽀뽀 말고 키스로!"
그래도 싫어? 잠시 후 택시에 올라탄 성규가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볼에 뽀뽀하는 것도 아니고 입에다가 해주겠다는데? 새침하게 한 말 치고는, 수화기 너머 우현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저 실실 웃기만 하던 성규가 나중에는, 소리내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끄러질 뻔 했다며 짜증을 내던 우현이 성규의 말에 긴 침묵만 지키다가, 픽 웃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짜증기 가득한 목소리로 했던 말 때문에,
-…미친. 존나 아름다운 메리크리스마스다.
그럼 콜? 성규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가ㅡ 우현의 귓가에 들려왔다.
안늉 |
비록 지금 나의 기분은 so sad 하지만 현성이들은 행쇼하실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좀 울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정말 슬픈 날이엥ㅇ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인온이 정말정말 마지막으로 정말 정말 정말 정말저알마정람ㄹ 마지막으로 끝난건 축하..자축....나에게 자축! 하지만 슬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속상해ㅠㅠㅠㅠㅠ
p.s 그대들 이 글으로 미리 ★메리크리스마스★(는 한달이나 빠른,)
메일링은 음..언제 할까요? 언제쯤 할까여..으으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