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
"별빛아~"
말꼬리를 길게 늘리며 혀짧은 발음을 하는 재환의 목소리에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고갤 가로저었다. 나이먹고 저게 무슨 짓인가,싶기도 하고 나는 애교있는 남자를 싫어했으니까.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있는데, 연신 옆에서 껄떡대며 방해를 한다. 별빛아, 오빠 심심해요. 내 팔 한짝을 꼭 붙들고 몸을 숙여 어깨에 머릴 부빈다. 찡찡거리는 것에 레벨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몸을 들썩이며 소파를 흔들다가, 리모콘을 뺏어 채널을 돌린다. 홱 째려보자 시무룩하게 다시 리모콘을 돌려준다.
"오빠 심심하다규우우~"
놀자, 놀자. 안놀아 주면 이걸로 인듕맞어. 쿠션을 들이밀며 저혼자 웃는다. 나는 결국 TV를 끄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진짜. 오빤 친구 없어? 나가서 좀 놀아! 나 귀찮게 하지 말고"
"‥별빛아"
"내가 애야? 오빠랑 놀면 뭐하고 놀건데. 술래잡기라도 해줘?"
"야"
재환의 얼굴이 싹 굳었다. 그제서야 나는 입을 합 다물었다. 하,내가 진짜. 머릴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뱉는다. 소파의 한쪽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기대서 일어나있는 나를 올려다 본다.
"별빛아. 오빠 화 안났어."
웃어. 그래, 나는 애교많은 이재환을 싫어한다. 그가 내 오빠라는 것도 싫고, 한번만 소개시켜 달라며 주변에서 벌레마냥 꼬이는 친구들도 싫다. 하지만 이럴때의 이재환은 제일로 무섭고, 싫다. 나는 조용히 재환의 옆에 다시 앉았다.
"미안"
"아냐, 괜찮아. 우리 별빛이 많이 짜증났어?"
괜찮아 괜찮아. 언제 정색했냐는 듯 금새 얼굴에 헤픈 웃음을 가득 띈다. 짜증나. 소름끼쳐.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나의 오빠가 된 이재환이 서울로 올라가기 까지 22일. 그냥 적당히 방 구해서 빨리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차마 입 밖으로 말할수 없는 생각을 하며 리모콘을 잡았다. 그러자 재환의 큰 손이 리모콘과 함께 내 손을 꾸욱 잡았다. 별빛아.
"오빠랑 놀아줘야지"
얼굴은 웃고있는데, 눈은 차갑다. 나는 마지못해 고갤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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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재화니...좋아요 ^^ 이중성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