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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ie_Orrico - Stuck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04
가끔 난 후회를 기반으로 한 반성을 한다.
그때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때 그의 눈빛을 외면했다면,
그때 그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이따위 미친 동거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텐데. 시발.
#16 비밀스런 뱀파이어
생각보다 최뱀파는 비밀이 많은 것 같다. 가끔은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그들끼리 하는 대화를 훔쳐들었을 때였다.
"몇 십 년마다 한 번씩 한 인간만 아끼는 건 무슨 심보야?"
"고약한 심보지. 이기적이고도 이타적인."
"반대되는 성격 아니야?"
"이타적이라 말했지만 사실 이기적에 가까워. 모든 게 그녀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날 위해서니까."
"그니까, 널 위해서 쟬 납치해 온 거다?"
"회유해 온 거지. 말 바로 해. 범죄자 되는 거 순식간이야."
"흐음, 난 이해할 수 없어."
"그건 너가 여우라서 그래. 이럴 땐 늑대랑 좀 통할 걸?"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
김늑대랑 죽일 듯이 싸우면서도 이렇게 여자 얘기엔 마음이 맞는단 말이야.
...그래서 전에 또 데려왔던 여잔 누구냐, 최뱀파. 내가 처음이 아니였냐, 이 능글맞은 영감탱이야.
#17 괴롭히는 걸로는 1등
오늘도 불쌍한 신데렐라인 나레기는 빨래를 다 널고 청소를 하고 있다. 겨울이라 건조한 마룻바닥을 빗자루로 쓸면 호흡기가 약하신 전여우가 고통스럽기 때문에 못하겠고 밀대로라도 열심히 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이렇게 자신을 배려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여우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던 귀를 쫑긋하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소름 돋는 목소리 톤을 장착하고서 말이다. 여기서 소름 돋는 목소리 톤은 땅이 꺼질 듯한 저음이지만 텍스트로는 하트가 붙을 것 같은 톤을 말한다.
"인간♡"
"난 원우님이 이럴 때마다 불안하더라요."
"간은 무사해?♡"
"안 무사할 건 뭐랍니까.. 누구덕분에 금주 중인데. 그리고 제발 청소할 때 말 걸지 마세요."
난 분명 나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한 것 같다. 지나가던 김늑대도 내 표정을 보곤 지레 짐작했을 정도로 아주 확실했다. 근데 왜 전여우는 갈 생각이 없어 보일까? 그렇다고 내가 최좀비님처럼 밀대로 부엌 바닥 밀고 있으면 말을 안해. 아 그나저나 최좀비님 뽀뽀해줘야 돼. 어쩜 저렇게 사람이 바르고, 착하고, 아름답고, 귀엽고, 예쁘고, 세상천지 좋은 것은 다 집결되어 있는 걸까.. 천사를 마주한 듯 황홀한 나를 방해하는 전여우에 인상이 자동으로 찡그려졌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해? 귀엽게♡"
"아..! 소름 돋아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치대는 거죠?!!"
"오늘따라 찍찍이가 내 심기를 거슬렀거든. 지금 걔 인생엔 너가 전부니까 전부를 괴롭혀야 하지 않겠어?♡"
오 신종 지랄인데? 참고로 말하자면 찍찍이는 최뱀파다. 뱀파이어는 박쥐고 박쥐는 쥐니까 찍찍이란다. 물론 최뱀파는 노발대발 겁나게 싫어한다. 지금은 포기한 것 같다만.. 아무튼 더는 상대하기 싫어 밀대를 전여우 쪽으로 빡빡 밀어 재끼니 가볍게 사뿐사뿐 피하면서도 치댄다. 대환장파티네 시발.
#18 18
잘 들어. 내가 다시 돌아오면 널 부숴버리겠어. 아직도 전여우는 내 옆에서 내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 거의 처음으로 나의 천사 최좀비님과 대화 아닌 대화중이었단 말이다.
"최한솔님은 술 마셔 봤어요? 좀비라서 못 마시나."
"......"
"대답도 못 들을 거 걔랑 말하지 말고 나는 어때?♡"
"술 안 먹은지 오래돼서 그런지 금단현상이 오고 있는 중이라니까요."
"......"
"너 이렇게 나 무시하면 큰일 날 텐데~ 알다시피 멍뭉이는 내 명령에 복종하거든."
"아 좀!!! 치사하고 유치하게 왜 날 괴롭히는데요?! 최승철님께 직접 쏘지!"
"너 지금 그거 호형한테 한 말이야?"
"아뇨!!! 저한테 한 말입니다! 그쪽은 보던 tv나 마저 보시죠, 시파!"
"뭐?!!!"
"소파요!!! 아아아!!!! 최승철님!!!!!!"
방문이 빼꼼 열리고 최뱀파가 나왔다. 그것도 잔뜩 힘이 빠진 나른한 얼굴을 한 채로. 저것은 필시 피가 부족하단 뜻이었다. 본능이 이성보다 앞서는 최뱀파라면 분명했다. 일단은 내가 불렀으니 오긴 왔다. 나른한 표정과 몸짓으로 나에게 다가온 최뱀파는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잡으며 말했다.
"나 오늘은 진짜 그대에게 실수할지도 몰라."
"...나 집 나갈래.."
"어? 왜? 갑자기? 아냐, 내가 잘할게.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전원우님이 괴롭혀요.. 전원우님한테 뭐라고 말했으면 저한테 하루 종일 저래요.."
"그거 가지고 괴롭힌 거냐, 여우?"
"나한테는 나름 콤플렉스거든♡"
"알았어, 너 잘생겼어."
"그래♡"
"...원래 뭐라고 했었는데요?"
"선이 곱게 생겼다고 했지."
"그럼 지금 선이 곱다는 그 말 때문에 하루 종일 나 괴롭힌 거라고요?"
"인간은 놀리기 최적화 되었단 말이야♡"
나는 결심했다. 이 시발 같은 집을 나가기로^^
#19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가볍게 방으로 들어온 나는 아주 가볍게 옷 몇 가지만 가방에 챙겨 나왔다. 가방에 짐을 챙겨서 나온 나를 본 최좀비님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고 나른하던 최뱀파의 몸에 힘이 들어갔으며 전여우가 씨익 웃었고 김늑대가 정색했다. 그런 그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그간 즐거웠습니다."
다들 한 마디도 안 하던 그때 최좀비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뽈뽈대며 나에게 다가와 내 소매를 붙잡았다. 아.. 내가 이 최좀비님을 두고 가야한다니.. 가슴이 미어져 살 수가 없구나..
"나 없어도 잘 지내야 해요.. 알죠..? 형들.. 영감들이 막 갈구고 그래도 꿋꿋이 이겨 나가야 하는 거예요. 할 수 있죠?"
"......"
"난 한솔님을 믿어요. 일단 이것 좀 놓고.."
최좀비님 자체가 약간 하얗게 질려있는데, 그 질려있는 피부색에서 더 질릴 수 있다는 것을 난 오늘 깨달았다. 온 몸이 파들파들 떨렸고 동그랗게 떠진 눈에 눈물이 맺힌다 했더니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거였다. 내가 거기다 대고 뭐라 말해. 챙겨 나가야지.
"같이 갑시다. 같이 가요, 우리."
급 뚝 그친 최좀비님은 제 방을 가리켰다. 짐 챙겨 나온다는 거 같았다.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이니 최좀비님이 쏜살같이 달려 들어갔다.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가 싶은 그때 최뱀파가 또 내 앞으로 왔다. 제발, 속도 좀 평범하게..!
"나가봤자 갈 곳도 없잖아."
"죽든 살든 무슨 상관이래요."
"그대는,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그대는, 어찌 그런 말을 그리도 쉽게 해.."
"예..?"
"가지마. 내가 단속 잘 할게. 응?"
애절하다못해 절박하기까지 한 최뱀파의 목소리에 사실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내가 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우리를 보고 있던 김늑대가 최뱀파에게 충고했다.
"자존심은 챙기지."
"그딴 게 어디 있어. 내 전부인데."
"...나 승철님에게 꽤나 소중했나보네요. 이 정도라니.. 아 또 마음 흔들리게.."
솔직히 흔들리다 못해 요동친다. 저렇게 진실성 있는 눈으로 말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남도 요동칠걸? 그러는 사이 최좀비님이 가방을 챙겨 나왔다. 이제 나갈 거라 그런지 상당히 내일이 없는 모양이었다. 검지와 중지로 브이를 만들더니 제 눈을 한 번 김늑대 눈을 한 번 찍는 거였다. 근데, 어떡하지 최좀비님.. 나 이미 마음이 기운 것 같거든..
"좀비야 너 그거 후회하게 될 거야."
"......"
입술을 삐죽인 좀비가 다시 내 소매를 잡았다. 미안해요, 최좀비님. 그렇지만 조금만 더 있다간 최뱀파 울 것 같거든요..
#20 눈칫밥
어제 나가네 마네 하다 결국 집에 남기로 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전여우의 표정을 보고 명치 날릴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물론 난 하루 종일 최좀비님을 살피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김늑대가 최좀비님을 건드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내 옆에 잘 붙어 있어야 돼요. 난 이제 내일이 없는 사람이거든! 얼마든지 개길 수 있어요."
"개..?"
"예..?"
"너 방금 개라 했냐..? 곤란한데."
"어머나 전원우님 어깨가 결린다고요?"
"나 그런 적 없는데♡"
"어휴 안마 해 드려야죠~ 한솔님 왼쪽 맡아 주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최좀비님과 함께 전여우의 안마를 시작했다. 그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더 약한 것이 인생의 진리지.
***
최뱀파에게 인간(주인공)은 전부라는군요..! 엄머머?!(흐뭇)
초록글과 추천, 예쁜 댓글들 감사합니다!
그대들 댓글은 정독하고 있어요8ㅁ8 누가 이렇게 예쁘게 댓글 달라했어요8ㅁ8
내가 잡아갈 거야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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