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ㅡ'..쓰차라니!ㅠㅠㅠ잊지 않으셨죠 저..?
w.네번째봄
항상 밝게 인사하는 평소와 달리 오늘은 아침부터 매우 바쁘셨다. 서류를 뒤적이거나 타자를 치시거나 맘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찌푸리기를 몇 번.
내가 들어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주름 사이로 손을 짚었다.
도저히 방해하고 싶지 않은데 나도 스케줄은 알려줘야 하니까.
"안녕하세요, 전사장님."
"아, 왔어요?"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바쁘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나도 모르는 엄청 바쁜 일이 있나? 간밤에 회사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비서인 내가 모르다니. 엄청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아침에 뉴스라도 보고 올 걸, 아침에 신문을 신청할 걸. 내가 공들여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점점 쓸려갔다. 밑동이 서서히 무너져가려는 찰나 두어 번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모래알 속을 뚫고 나왔다.
"탄소씨?"
"네?"
"미안해요. 귀찮은 녀석이 들러붙어서."
"사장님이 왜.."
"아침에 눈도 못 마주치고 인사해서 정말 미안해요."
"아.. 아닙니다! 바쁘신데 방해해서 제가 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나저나 안색이 안 좋은데 아침에 뭐 먹었어요?"
"아.. 좀 쉬면 괜찮아집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분간 내가 이렇게 바쁘면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해요. 진짜 별거 아니니까."
내 표정 관리가 안됐나? 언제 보신 거지? 질문들이 머리 속에 가득 차기도 전에 사장님은 평소와 같이 웃어 보이셨다.
"그럼 우리 비서님 속 괜찮아지면 죽 먹으러 갈까요? 무리하면 안되니까."
"네."
조금은, 아주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
#
"사장님 내일 스케줄.."
"그건 내일 해요. 우리 비서님은 꼭 밥 먹을 때 회사 얘기하더라. 체하게."
"아.. 명심하겠습니다."
"농담이에요."
사장님의 그런 농담은 농담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구요..
"난 우리 비서님이 밥 먹을 때는 회사 생각은 곱게 접어서 보내고 죽은 입에 맞냐, 후식은 무엇으로 생각하냐, 잠깐 바람이라도 쐬는 건 어떠냐. 이런 거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입니까?"
"그럼 누구랑 해?"
아주 크게 한 숟갈 떠서 입에 다 넣으며 우물우물 말을 더 붙이셨다. 그 큰 게 들어가는구나
. 신기해서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쳐다보니 왜?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다시 입으로 죽을 욱여넣었다.
"맛있으십니까?"
"와."
"왜 그러십니까. 죽이라도 튀셨습니까?"
"아 내가 이래서 우리 비서님 좋아한다니까."
"네?"
"이거봐 이거봐. 내가 하나 알려주니까 바로 이렇게 하잖아. 나 지금 기분 매우 좋아요."
"그렇게 좋으실 일입니까?"
"응응 엄청!"
"많이 드세요. 앞으로는 자주 해드리겠습니다."
"자주 말고 매일."
"..."
"매일 해줘, 매시간마다."
"제가 매 시간마다 같이 있어드리지는 못합니다."
"그럼 나 저녁, 야식, 잠자는 시간에 알람 맞춰놓고 해줘요."
"저 퇴근시간입니다.."
"사장의 명령입니다."
"계약서 위반입니다."
"너무해."
".. 해드리겠습니다."
..내가 뭐 또 잘못했나? 왜 저렇게 쳐다보시지?
이래서 비서일이 무서운 겁니다. 사장님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 맘 졸이며 살아요. 하루살이처럼..
"가만 보면.."
"..."
"가만 보면 우리 비서님은 나 놀리는 거 좋아하는 거 같아."
내 귀에는 왜 사장이 우스워?로 들리지.
"아.. 죄송합니다."
"죄송해할 일이 아니라 이런 비서 처음이야."
"자중하겠습니다.."
"아니. 계속해줘요."
"잘못 들었습니다?"
"맨날 잘못 들었대. 듣기 싫으면 안 듣지 완전."
"앞으로 바로바로 이행하라 이 말씀이십니까?"
"그건 싫어, 우리 비서님이랑 밀당하는 거 재밌어."
"전 밀당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비서님 연애 잘 하죠?"
"아닙니다."
"모쏠은 아니잖아."
이것이 사장의 눈썰미인가. 어려도 세상 사람 다 간파하는 그런 능력은 있다 이 말인가?
"뭐야, 맞아요?"
"아픈 곳 찔러 미안합니다."
전혀 미안한 사람의 태도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사장님은. 뱉지 마, 뱉으면 잘리는 거다.
"우리 비서님은 내가 많이 알려줘야겠네 연애하는 방법이나 이런 거."
"많이 해보셨습니까?"
"딱 각 나오지 않아요?"
"?"
"그 반응 뭡니까?"
"아.."
"하, 우리 비서님 실망입니다. 잘생겼잖아요, 우선!"
목소리 낮추세요.. 책상을 쾅 치며 그렇게 얘기하면 죽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거라 생각 하나도 안 하는 우리 사장님은 계속 자기 자랑을 이어나갔다.
"몸도 좋잖아요, 이거 봐 이 근육들. 돈도 많잖아. 이 나이에 사장이라니."
"네.."
"그리고 매너도 좋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네요.."
"왜 말끝이 흐려져요? 혹시 지금.."
"생각하는 그 무엇도 제 대답에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
"진짜 모쏠이에요?"
그걸 꼭 차에서 물어야 합니까.. 나도 모르게 이를 굳게 물었다. 아아 참아야 해. 곧 갈리는 소리 나겠다.
기사님은 왜 웃으십니까! 제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겁니까? 말해 뭐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내 말 씹었죠? 와.. 이제."
"아닙니다."
"진짜 모쏠이냐고.."
비서님이 알면서 뭣하러 묻냐 라는 눈빛을 시전 하셨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이 매우 썩어 문들어진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모쏠인 게 부끄러운 것도 아닌데 왜 부끄러워해요?"
"그럼 자꾸 놀리시는데 안 부끄럽겠습니까?"
"난 당당할 것 같은데?"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아닌데?"
때릴까? 아 안돼 뭐 하는 거야 김탄소. 잘릴래?
"그럼 나랑 차근차근 배워봐요 연애교육."
"그건 방침에 없습니다."
"뭐야 이것도 따로 돈 줘야 해?"
"배우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근무 시간 내에는."
"많이 바빠서?"
"그것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요."
"그럼 근무 시간 말고 만나지 뭐."
근무 시간 말고도 지금 저를 일 시키시려고 하는 겁니까? 네?
정관장 하나 선물해드릴까.. 하..
"잘 못 들었습니다."
"또."
".. 추가로 일하는건 비서로써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음, 나 일 시키는 거 아닌데?"
"그럼 진짜 연애교육입니까?"
"응!"
당당하게 말하지 마세요. 주먹이 대신 울어주고 있습니다.
"내가 밥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그럴 건데?"
"지금 저한테 작업 거시는 겁니까?"
..농담인데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지을 필요 없지 않습니까..
"뭐야. 우리 비서님 이럴 때는 눈치 하나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
"..네?"
"앞으로 자주 볼 겁니다. 지금 보다 더 많이, 짙게."
"..전 그저 비서일 뿐입니다. 사장님께서 사적인 감정을.."
"가지는 건 내가 판단합니다. 어차피 내가 짱인데 누가 뭐라 해?"
"...사장님이십니다. 어쩌면 회사끼리 이미 혼인이 약속되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거 없는데?"
"너무 당연하게 여기시는 거 아닙니까.."
"나 싫어요?"
"저와 다른 분이니까요."
"난 우리 비서님한테 나를 봤는데?"
"비치지 않았습니다."
"달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랬어."
"전 달이 아닙니다. 지나가는 위성일뿐이지요."
"난 달만 봐. 너무 빛나거든."
"태양의 눈에는 저는 매우 작은 먼지와도 같아서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졌어. 나 지금 진 기분 들었어."
"죄송합니다.."
"나 지구 할 거야. 지구한테는 달이 어울리니까."
"부담스럽습니다.."
"..아 미안해요."
"아닙니다."
"그래서, 나 싫어요?"
"싫어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사장님은."
"우리 비서님은 나 안 좋아하잖아."
"일이니까요."
"흥."
"그런 거 쓰시면 안 됩니다."
"나 좋아하게 될 겁니다."
"..."
"나를 좋아할 겁니다."
"...주문 거십니까."
"나 좋다고 그러지나 마요."
"네."
"대답 왕 빨리 해 이럴 때만."
"압니다."
죄송합니다ㅠㅠㅠ저 많이 기다리셨죠(?)
제 사랑스런 암호닉 분!
☆ 요를레히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