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오직 당신만의.
W. JPD
08
"너 설마 막, 남자친구 생기고, 뭐, 그런 거..."
"아냐, 무슨."
"아, 그러면 뭘 그렇게 핸드폰만 보는데!"
"오늘 약속 있다 그랬잖아..."
"아, 그래도... 오늘 네가 좋아하는, 어? 마카롱도 먹고, 노래방도 가려고 했단 말이다!"
"다음에 꼭 같이 갈게, 응? 아, 미안해, 진짜로, 응?"
"... 에라, 씨..."
어차피 금방 풀릴 거면서 꼭 저렇게 토라진다, 그게 꽤 귀엽기도 하고. 빽빽거리는 게 어린이집 보내야 될 것 같고... 하여튼, 나도 참 단순하다. 문자 하나 왔다고 벌써 기분 좋아져서 주변 신경 쓰는 게, 참. 나도 영향 많이 받고 있구나, 그 사람한테. 어쩌면 내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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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학교 끝나서 가고 있어요, 문자로 온 주소가 저번에 갔던 곳이에요?"
"어, 내가 1층에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와."
"좀 걸리니까 미리 나와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너 뭐 좀 먹이려고 잠깐 나갔다 올 거다."
"그렇다고 너무 늦으란 소리는 아니고요."
"안 늦어, 금방 온다. 조심히 와라."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문자로 다시 한 번 주소를 확인하곤 지하철역을 검색했다. 저번엔 차를 타고 가서 길을 잘 모르겠는 게 사실이라 검색의 힘을 좀 빌렸다. 사람이 적당히 있는 지하철역과 지하철은 항상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그것들보다 더 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만. 뭔가 그 사람과의 만남은 항상 기다려지고, 설레고, 기대되는 것 같다. 그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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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녕하세요."
"... 아, 저는, 그..."
"좀 늦을 것 같다고 대신 마중 나가 달라고 해서요."
"아, 네...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뇨, 아니에요. 일단 올라갈까요?"
처음 보는 남자였다, 어쩌면 사진으로 봤을지 모르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를 향해 다가오길래 우선 경계하고 봤는데 그 사람과 관련 있는 사람 같아서 따라올라갔다. 저번과 같은 연습실에 도착해 들어가면 누가 있는 건 아닌데 분위기가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많은 문들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느낌. 오늘은 이 공간에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연습실을 옮겨서 여기는 잘 사용을 안 해요, 그냥 휴식처 같은 곳으로 쓰이고 있죠. 아니면 연습생들?"
"아... 그렇군요..."
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색하고 또 어색했다. 제발 다른 방에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제발, 제발 말이다. 나는 친화력이 좋지 못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는 정말 한 마디도 안 할 자신이 있는데, 한 사람도 모자라서 더 늘어난다면, 나는 정말 뛰쳐나갈지도 모른다.
"아, 소개가 늦었네요. 내 이름은 김석진이에요, 불편할까 봐 존댓말 쓰는 건데 이게 더 불편하려나..."
"아, 저는 상관없어요, 그냥 편하신 대로..."
"그러면 그냥 반말할게? 뭔가 여동생 같다, 느낌이."
"... 감사해야 하는 거죠...? 감사합니다."
"뭐야, 귀여워..."
"근데 그분은 언제 오시는 거죠...?"
"금방 온다더니 좀 늦네. 걔가 원래 말을 좀 많이 바꿔, 이해해."
이 사람은 내가 어색하지도 않은지 말을 잘만 한다. 되게 활발한 것 같은 느낌, 같이 있으면 저절로 웃게 되는, 뭔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이런 사람이 그 남자 곁에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그저 감사했다.
"다른 멤버들도 불러줄까?"
"아, 아뇨, 아니요."
"팬은 아닌가 보다. 혹시 많이 불편해?"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알았어, 그냥 놔두지 뭐."
마치 이미 나를 아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이 사람 덕분인지, 점차 나도 편안해지고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여전히 낯선 공간, 그래도 이런 사람 하나 있으니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어느새 바닥에 앉아 웃고 떠들면 연습실 문이 열리는 게 거울로 보이고 곧이어 양손에 뭔가를 가득 들고 등장하는 그 남자가 보였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한참 기다렸잖아. 물론 내가 아니라 이 친구가."
"수고했고요, 들어가세요."
"야, 설마 내가 이렇게 네 부탁을 들어줬는데 그거 하나도 안 나눠줄 건 아니지...?"
"먹을 거 아니니까 들어가세요."
"누가 봐도 분식 냄새가 솔솔 나는데, 어디서 나를 속이려고?"
"... 씨발."
방금 내가 욕을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뭔가 이런 모습을 처음 봐서 그런지 재밌고 신기하다. 멤버들이랑 있으면 이런 분위기구나, 나랑 있을 때랑은 또 다르네. 장난 식으로 거짓말도 칠 줄 알고... 좀 의외다. 역시, 사람을 만날 땐 그 사람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만나봐야 한다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이 먹어도 되지?"
"네, 물론이죠. 저 기다리는 동안 안 심심하게 해주셨잖아요."
"봐라, 봐. 먹어도 된다잖아."
"... 드세요, 먹다 배 터지든지 말든지."
"너 그런 행복한 소리를."
"... 아, 진짜 말 안 통해."
"왜요, 귀여운데."
"너 이런 스타일 좋아해?"
"아니, 뭘 또 그렇게 무섭게 정색을 하고 그래요...?"
"장난. 먹자, 배고파."
정말 그 김석진이라고 하는 사람 말이 맞았다,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 메뉴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으니 말이다. 아까 친구들이랑 못 먹어서 속으로 좀 섭섭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먹게 되네, 그것도 이 남자랑 같이. 친구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포장을 뜯고 먹으려 젓가락을 드는데 연습실에 있던 많은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좆, 된 건가... 내가 살면서 이런 욕을 쓰게 되다니.
암호닉
땅위 / 윤기윤기 / 굥기 / 봄 / 굥기윤기 / 왼쪽 / 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 / 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