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제 결혼했어."
Dear My Wife
w.김밥줘요
지민의 말에 잠시 멍해있던 재석은 이내 '장난치지 마-'라고 말하고선, 실없이 웃어버렸다. 그런 재석을 보며 지민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제 연락 안됐던 것도 네가 결혼식 도중에 전화해서 그랬던거야."
재석은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란 것쯤은 알았다. 그러나 부정하고 싶었고,또한 부정해야만 했다. 내일이 결혼식인 신부가 어제, 다른 누군가와 이미 결혼을 했단다.
"…너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나도 알아, 이 상황이 너 아닌 다른 누군가가 들어도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거."
"너 지금 극도로 긴장해서 헛소리하고 있는거야."
"‥재석아."
이 엿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던 재석은 결국 지민의 입에서 나온 세글자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 이야기를 왜 이제서야 하는건데!!사람 엿먹이는것도 정도가 있지, 결혼식 하루 전에 이야기하는게 어딨어!!"
카페 안 사람들의 시선 따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화를 내는 재석과 그런 재석을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지민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런 지민의 표정에 재석은 이젠 꿈을 꾸고 있는건가 싶었다. 악몽‥얼른 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사랑하니까."
"…뭐?"
"너랑 결혼하고 싶었으니까."
하-, 재석은 이제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지민의 태도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저 자신의 앞에 담담하게 앉아있는 여자만 노려보는데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어제 결혼한 그 사람도 사랑하고, 내일 결혼할 너도 사랑하니까. 둘 중 누구라도 포기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 내가 정말 이해심 많은 놈이라고 치자, 그래서 그런 너를 받아줬다고 치자, 법은?왜- 혼인신고서도 두 장 작성하시려고?"
"아니, 혼인신고서는 너랑만 작성할거야, 그 사람도 이해해줬고."
"아주 석가모니 납셨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문득 너랑 결혼한 그 놈 얼굴이 궁금해졌다. 그 놈은 대체 어떤 놈이길래, 이런 비상식적인 너를 받아준걸까.
"그냥 혼인신고서도 그 새끼랑 작성해. 나는 빠져줄테니까."
"재석아,제발.."
덤덤했던 네 표정이 드디어 무너져내렸다. 젠장스럽게도, 그녀는 내 약점을 너무나도 잘 꿰뚫고 있었다.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아무리 화가 났다가도 풀어져버렸으니까.
"‥세 사람이 함께 살자고?"
"어머님,아버님껜 그냥 사촌동생이라고만 해둘게."
비정상적이지만, 비상식적이지만 재석 역시 지민을 놓아줄 수 없었다. 내일이 결혼식이란건 둘째라고쳐도, 일단 재석은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하니까. 결국 재석은 지민의 두 가정살림을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
석영은 제 앞에 놓여진 청첩장 두 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실소를 터뜨렸다. 재밌게도 두 청첩장은 같은 사람,같은 장소,같은 내용이었다. '신랑 오재석, 신부 유지민.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주세요.', 석영에겐 두 장의 청첩장이 마냥 흥미롭기만 했다. 하나는 신랑 오재석에게서, 그리고 하나는 신부 유지민에게서 온 것이었다.
'와서 같이 살 사람 얼굴 정도는 미리 익혀두면 좋지,뭐.'
웨딩드레스를 입고 청첩장을 건네는 지민의 모습은 참으로도 이질적이었다.
'그럴게요,누나.'
웃으며 말하는 석영의 모습에 지민 역시 따라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었다. 지민은 더없이 행복해보였다.
- ‥내 말 듣고 있는거야?
"아,미안해요, 잠깐 딴 생각 좀 하느라.."
-하여튼 여전히 그 버릇은 안 고쳐졌구만.
"그러게요."
-어쨌거나 너…내일 올거지?
석영은 수화기 너머 조심스러운 상대방의 목소리에 아까까지만 해도 반갑다며 오글거리는 말을 서슴없이 해댄 사람이 맞나 싶었다.
"‥글쎄요."
-너희 둘, 안좋게 끝난건 아는데..그래도 제일 친했잖아,너희 둘. 나는 네가 전애인 자격이 아닌 그저 친했던 후배로 결혼식에 와줬으면 좋겠다. 너‥그럴거지,석영아?
"…그만 끊을게요,자철이형."
상대방의 답을 듣지도 않고 석영은 무작정 전화를 끊어버렸다. 또 다시 재석과의 마지막이 머릿속에 재생되어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온갖 상처를 주고 떠나버렸다. 조금의 미안함도 없이 그저 호기심으로 사귀었다고 말하고선 망설임 없이 뒤돌아버렸다, 학창시절을 같이 보내었던, 나의 전애인은,
…청첩장에 적혀있는 '신랑 오재석'은.
더보기 |
밥싹 맞아요...오.... 반응글이므로 독자분들의 반응을 보고 연재글이 되느냐,아니면 이렇게 끝나느냐가 달려있습니다. 흡...ㅁ7ㅁ8 이런 똥글에 댓글이 10개만 달려도 작가는 만족하겠사와요.. 무튼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글잡 공식 곶아손이 될 김밥줘요 입니다. 그나저나 왜 계속 'ㅐ'가 잘 안쳐지는지..ㅎ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