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자동재생 입니다.
++) 신알신 알람이 안 갔다고 하셔서 수정 알림 보내봅니다 T^T 이게 왜 이러죳..
"일어나셔야 하는ㄷ.."
"..."
해가 중천에 떴다. 그런데도 나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누워서 뒹굴고만 있다. 내일 잠 못 자잖아요. 그러니까 오늘만 늦게까지 잘 수 있게 해 주세요. 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내일 국왕과의 혼인식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오늘 더 자게 해 달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사실 어제 이동혁의 편지를 보고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그저 내 할 일은 오늘 받을 예비수업 뿐이었다. 그래서, 밤새 펑펑 울어버려서 눈이 있는대로 다 부었다. 그걸 들키기 싫어서 억지로 더 자는 척을 하며 늦장을 부리고 있는 거고.
궁녀가 궁시렁대며 나가버린 내 방에서, 나는 혼자 누워서 생각을 한다. 이참에 콱 도망가 버릴까. 아오.
내가 만약,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까.
그 때 그 계곡에서 무모한 일을 안 저질렀더라면
이동혁은 웃고 있었을까 지금.
행복했을까. 나와.
*
"아 ㅆ.."
욕이 나오려던 걸 참았다. 안 그래도 존나 예민한데, 자꾸만 어려운 걸 시킨다. 그냥 아무렇게나 걸으면 안 되나.
이곳 궁녀들은 내 성격이 더러운 걸 잘 알고 있다. 존나게 막무가내인 것도. 저번에 그릇을 왕창 깨먹고 이민형을 찾아 나갔을 때부터.
자꾸 지랄을 하니, 궁녀들이 슬슬 눈치를 본다. 안 그래도 오후 늦게서야 시작된 예비수업인데, 그마저도 존나 썩은 얼굴을 하고 안면에 '나 혼인하기 존나 싫어요.' 하는 티를 내니,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내 양 손을 붙잡고 다시 걸어 보자는 최상궁의 말에 한숨을 쉬며 잠시 쉬게 해 달라 하였다. 내가 가진 권력은 이뿐이었다. 예비 수업을 받는 도중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들어달라는 국왕의 명이었다.
내가 있는 곳에 아무데나 털썩 하고 앉았다. 궁녀들이 잠시 쉬라는 최상궁의 말에 쏜살같이 나가버린다. 뒤에서 나를 씹을 게 뻔하다. 가만히 앉아서 흙장난을 치다가,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새 해가 져 간다. 이렇게 허무하게 하루가 지나간다. 3시 4시 쯤에 궁녀가 이 이상은 도저히 안 되신다며 날 깨우러 온 뒤 시작된 예비수업을 두 시간 쯤 하고 나니 하루가 다 간다. 여름에 늦게 가는 노을도, 오늘은 빨리 가버린다.
최대한 늦추고 싶은 이 하루가, 나를 떠나간다.
*
나는 지금 이곳에 누워서 하늘을 막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너는 지금 그곳에서 드넓고 끝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겠지.
누워있던 곳을 박차고 나왔다. 하늘을 보았다.
이제 너와 나는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너를 보러 갈 것이다. 너의 혼인을. 국왕의 혼인을.
정말 절대 안 가려고 했는데. 다른 곳에 있는 너를 볼 자신이 없었는데. 그런데도 자꾸 네가 보고 싶다. 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 하는 식 때문에, 밤새 네 생각을 하다가 혹여나 네가 사라져 버릴까 다른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어제 밤에 그렇게 오늘 비가 오게 해 달라고 빌었는데. 나는 너를 보낼 수 있는 일밖에 할 수 없는걸까.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어차피 내가 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웃고 있지 않는, 굳어있는 네 표정을 보며 안도하는 것 뿐이겠지만.
국왕의 혼인. 너의 혼인식 날이었다.
*
아침부터 분주했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날이 와버렸다. 이렇게나 빨리.
아침 일찍부터 궁녀들은 나를 붙잡고 단장을 시작했다. 사람 살점을 벗길 듯이 벅벅 문질러 대지를 않나 머리를 쫙 조여 매서는 눈꼬리가 하늘을 찌를 것 같다. 물론 몰래 조금 느슨하게 하다가 걸리기까지 했다.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던 가채가 내 머리 위에 올라온다.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가채가 올라오니, 조금 머리가 느슨해져 눈이 살 것만 같았다.
"아 씨.."
이제 입어야 하는 옷을 보았는데, 응. 보았는데.
붉은색이었다. 쨍한 붉은색. 이제는 붉은색 계열의 옷만 봐도 이동혁이 떠올라서 죽을 것만 같았다. 눈물이 나는 걸 참았다.
최대한 옷을 보지 않으려 애를 쓰며 옷을 입었다. 고개를 위로 들었다. 가채 때문에 머리가 무거웠다.
너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이렇게힘들구나.
궁녀들이 준비가 다 된건지 나가버렸다. 잠시 후에 오겠다는 말과 함께. 혼자 남은 이곳에서, 또 나는 이동혁을 생각했다.
시간이 나든 안 나든, 내 생각의 주체는 이동혁이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 무얼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혹시 이곳에 와 있을까.
아니기를 바랐다.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했다. 안 올 걸 알았다 그가. 나같아도 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 힘들 바에는 안 오는게 나았다.
"이제 가셔야 해요."
궁녀 둘이 내 양 옆으로 와서 내 손을 자신들의 손에 얹었다. 그러면 나는, 예비수업 때 연습한 대로 그녀들의 손에 의지해서 걷는다. 살살, 조심스럽게.
문 앞에 왔다. 이제 이 문만 열면 모든게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곳의 국왕의 비로, 그리고 국모로의 삶이.
이 문을 열면, 길이 하나 나올 것이다. 물론 그 길의 끝에는 국왕이 서 있을 것이고, 나는 그 곳으로 걸어가야만 한다.
"입장하십니다."
입장하라는 말이 문 안쪽에서 들렸고, 나는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들의 손에 의지하며 걸었다. 꽃으로 된 길에서 꽃들을 지르밟으며. 마치 나 같았다. 지르밟히는 저 모습이. 내 희망 같았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혼인식이 왔을때의 나.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떼 나가고 있었다. 응, 그런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이동혁.
잠시 발걸음이 멈췄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네가 보였다.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버린 나에 의해 웅성이기 시작했고, 눈치를 챈 이동혁이 나를 보며 작게 웃는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입모양으로 내게만 말한다.
'가야지. 앞으로.'
그러면 자상한 그의 눈빛과 행동에 나는, 시선을 땅에 떨군 채로 앞으로 나아간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길의 끝으로, 국왕의 앞으로. 내 앞에 선 국왕이 나를 보며 말한다.
"날이 생각보다 덥네요. 괜히 고생하게."
국왕의 옆에 섰다. 이제, 식이 끝나 가는 게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단 한 사람 빼고.
국왕이 내 손을 잡고 뒤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으면, 본 식은 끝이 나고, 축하공연들만이 남아 있다.
국왕이 내 손을 잡는 게 느껴진다. 손끝에서부터 다가온 체온은 곧 내 손을 감싸쥔다. 따듯하다. 국왕의 손이.
그리고 너는,
미처 표정 관리를 하지 못 한 채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
이동혁은 본 식이 끝나자 마자 바로 나가버렸다. 내 시선은 온통 너에게 꽂혀있었는데. 내가 널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못 볼 거라고 생각한걸까.
식이 완전히 끝나자 마자, 국왕에게 들어와서 쉬겠다고 했다. 국왕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고. 늦게 끝나버린 식에 피곤했던 나는, 한숨 자려다 결국 밖으로 나왔다. 여름 바람이 궁금해서. 혼자 걷고 싶다는 말을 이 핑계로 나왔다. 자기 최면을 하며.
생각과 많이 달랐다. 현재의 내 심경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이동혁만 바라보며 살면 되겠지. 했는데, 혼인을 하기 전의 예비수업을 받던 나와 혼인을 한 나는 달랐다. 나는 엄연히 그의 비가 돼 있었고, 집이 궁이 됐다.
오늘은 달이 참 밝았다. 궁은 넓고 나는 혼자였다.
일부러 따라오는 궁녀들을 말렸다. 혼자 걷고 싶다고. 내 짜증을 듣고 싶지 않았던 궁녀들은 알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궁 안에 있는 정자 안에서 앉아서 멍하니 달만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그 날 같았다. 네가 내게 첫 정인이 나라며 고백했던 날.
청승맞게 또 눈물이 난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인지. 이젠 지치지도 않는다. 이번에도 아까처럼 그랬듯 꾹 참아 본다.
달에게 소원을 빌어 본다. 이곳에서는 신도 뭐도 아무도 믿는 눈치가 아니다. 매번 이동혁과의 추억은 달이 함께 했다.
저 달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닌, 이동혁과 함께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매번 같이 있었으니. 그래서 내 소원좀 들어 달라고 하고 싶다. 제발 이동혁이 행복하게 해 달라고.
달에게 두었던 시선을 거두었다. 밑으로 두었다. 그런데,
크고 작은 풀들 중에, 하필이면 눈에 딱 띄는 풀이 하나 있었다. 장미 같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토끼풀이었다.
동혁아, 네가 나에게 매일 무언가 크게 터지는 행복한 하루가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너와 함께 하는 하루에서 행복을 찾았던 것이었다면, 찾았어 너는. 그 행복. 덕분에 내 기억 속에 깊이 박혀 있거든.
결국 하루종일 참았던 눈물샘을 톡 하고 건드린 듯 펑펑 터져 나온다. 혹여나 누가 볼까 입을 막고 꺽꺽대며 운다.
이제는 풀을 봐도 이동혁과 함께 한 추억이 있구나.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전부 이동혁과의 추억 뿐이다. 괜한 씁쓸함에 손목을 만졌다. 아직도 그가 해준 토끼풀이 걸려있는 것 같아서.
이제, 일상에 물들어 버린 너 없이 내가 이 넓은 궁에서. 어떻게 너 없는 일상을 만들 수 있을까.
! 작가의 말 ! |
안녕하세요 니퍼입니다..! 드디어 재현이와 식을 올렸네요 ㅋㅋㅋㅋ(몰매) 제가 좀 늦었죠..? ㅠㅠ 앞으로 연재 텀이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믿고 기다려 주시는 독쟈님들 덕분에 열심히 씁니다 T^T. 현재 암호닉은 받지 않고 있으며, 2차 암호닉은 곧 받을 예정이에요!! 아직은 쵸큼 이르구요! 앗, 그리고 어.. 제가 답글을 하나하나 다 못 달아 드릴 것 같아요..! 분명 초에 제가 다 달아 드리겠다고 이건 독쟈님들에 대한 제 정성? 이라고 했었는데ㅠㅠㅠ.. 제가 지금 상황이 초랑 많이 달라져서요..아마 최근 화 까지는 답글을 달아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ㅠㅠ나중에라도 꼭 다 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욧.. ㅠㅠ진짜 죄송해요. 초심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현재 제 상황이 막 .. 그래요 T^T.. ♥ 항상 많이 부족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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