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나 오늘 상 받았다? ”
자랑스럽게 내민 상장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칭찬받았다며 부엌으로 달려가는 녀석의 뒷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중학생때 오래 머물러있던 고아원을 나와 이곳으로 온지 몇년되지않아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친자식인 경이는 나와는 다르게 많은 사랑을 받고자라그런지 활달하고
애교도 많아 주위 친구들이나 어른분들께 사랑받을줄 아는 녀석이었다. 처음에 녀석을 멀리하던 나도 어느순간 나를 부르며 말을 걸어오는
경이를 더이상 멀리하지않았고 그렇게 어느순간 자리잡게된 '사랑' 이란 감정은 더이상 형제가 아닌 연인으로 그의 옆에 남고싶게했다.
경아, 사실 나는 어쩌면 조금은 무서워하고있을지도 모르겠다.갑작스레 찾아온 이 감정들의 파편이 너를, 그리고 나를 더이상 형제라는 사이조차도 허락해주지않을까봐.
또한 너를 품고있는 이 마음이 나날이 커져가고있어 더이상 너를 옆에 두고 지켜볼수없을 그 날이 너무나도 빨리 다가올까봐 나는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떨고있어.
그럼에도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네가 날 살아가게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일거다, 그래서 쉽사리 널 놓지못하고있는걸까.
“ 경아, 자? ”
“ …… ”
어릴적 경이가 조르고 졸라 방안에 들여놓게된 이층침대에 누워 어두운 천장을 들여다보고있노라면 이따금씩 그려지는 네 얼굴에 나즈막히 널 불러보았다.
이미 깊은 잠에 빠진듯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고있는 너는 무슨 꿈을 꾸고있을까, 잘 보이지않는 네 얼굴을 보려다 부질없는 짓이라는걸 깨닫고 다시 누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끌어올렸다.목언저리까지 차오르는 울컥함을 막을 길이 없어 소리죽여 눈물을 흘려보냈다.볼을타고 베개를 적시는 눈물들이 내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눈물들로 너를 비워낼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네게 사랑이란 감정을 요구하는게 아닌데 점점 커져가는 내 마음들과 욕심들은 너에게까지 날 사랑해달라고 외치고있다.
사랑을 모르던 내게 마치 여름처럼 뜨거운 무한정의 사랑을 베풀어주던 너를 이 더러운 마음으로 품고있는 나를 용서해줘, 너를 언제쯤이면 다 비워내고 지금 이 순간을
‘추억’ 이라 치부해버릴수있을지 모르겠다.다만 확실한건, 아직은 지금을 추억이라 치부해버리기엔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있다는거.
그 언젠가 웃으며 마음속으로나마 너에게 말할수있을까, 내가 너를 사랑했었다고. 햇살같이 밝은 박경을 우지호가 많이 좋아하고 아끼고있었다고.
그때만큼은 박경의 형 우지호가 아닌 인간 우지호였다고. 내게 그런 감정을 알게해준 너에게 많이 감사하고있다고 이렇게 말할수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
경아, 사랑해. 그리고 이런 형이라 많이 미안해.
* * *
오늘도 학교를 갈 채비를 마친 너를 보며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니 짜증낼법도한데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서는 너의 모습이 사라질때쯤에야
집으로 들어와 정적이 감도는 집안을 치우기시작했다.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매일 아침 경이를 학교에 보내고 내가 두번째로 하는 일은 우리의 어릴적 앨범을
들여다보는 일이었다.유일하게 내가 경이에게 솔직해질수있는 시간이자 우리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시도때도없이 튀어나오는 이 감정을 바로잡을수있는시간.
매번 보는 사진인데도 볼때마다 새로운건 그만큼 너의 새로운 면모를 볼수있기 때문일까, 처음 이 사진을 봤을땐 벚꽃나무를 바라보는 너와 내가 보였고 두번째로
이 사진을 봤을땐 날 보며 웃고있는 네가 보였고 오늘 다시 본 이 사진은 내 손을 잡고있는 네가 눈에 들어왔다.어릴적부터 스킨쉽을 좋아하던 너는 자주 내 손을 잡곤했지….
나이를 먹어가며 서서히 줄어들기시작하는 너의 스킨쉽을 당연시여겼던 난데, 오늘따라 왜그렇게 네 손이 잡고싶은지 모르겠다.이 마음으론 부족한 욕심들은 나날이 커져
너의 손을 잡고싶고 널 안아보고싶고 심지어는 널 탐하고싶어하기까지 했다.저지르고나면 너를 다시 볼수없다는걸 알면서도 한번만이라도 널 탐하고 널 내것으로 만들고싶은
이 욕망을 주체할수가없어 결국엔 오늘도 끝내 다 보지못한 사진첩을 닫아 제자리에 꽂아넣었다.
“ 언제 올려나 ”
아직 네가 집을 나선지 한시간도 되지않았건만 벌써부터 경이가 보고싶다.창문밖으로 고개를 살짝내밀어 밖을 쳐다보다 고개를 숙여 까마득한 밑을 쳐다보았다.
고아원에 살땐 다락방에 올라가 그저 죽고싶단 생각밖에 안했는데 어른이 된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날 발견하니 웃음이 나왔다.지금의 부모님밑에서 사랑받고 살다
박경을 만났고 박경을 만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지호라 ―, 조금 웃긴일이 아닌가.사람이 제일 싫고 사람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주는 일은 내 인생에 절대 없을거라며
호기롭게 말하던 우지호가 사람을 사랑하며 사랑받고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며 살고있다는게 말이다.
경아, 이 모든게 다 네 덕분이라면 너는 무슨 말을 해줄까.그저 나를 보며 웃어줄까 아니면 또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말로 날 미치게 할까.
작가의말 |
처음에 익연에서 금썰을 준 꿀벌님의 썰을 받고 익연에 조각으로 쓰다 글잡으로 가라는 몇몇 꿀벌님들의 댓글을 보고 용기내어 글잡으로 오게되었습니다. 사실 매일 조각만 쓰다 글잡으로 와서 분량 조절도 실패해서 여러분들 마음에 별로 안드실수도있어요.분량은 차근차근 늘려갈수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화는 이번주 일요일에 만나요, 아무래도 주제를 받아 쓰는지라 어느정도 분위기파악은 하고 쓰는거라 구상만 하고 내용만 풀어쓰면 될것같네요. 모자란 글솜씨지만 예쁘게 봐주신다면 저는 그걸로도 만족입니다. 그럼 일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P.s 이체동심의 뜻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체동심은 [몸은 다르나 마음은 같다는 뜻으로, 서로 극(極)히 친밀(親密)함을 이르는 말 / 출처: ㄴㅇㅂ] 입니다. 뜻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체동심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잡아둔 상태예요! BGM : 오준석 - Best Friend (Long 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