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사랑의 묘약
w. winter memory
[당신을 위한 사랑의 묘약]
땅에 떨어진 자주색으로 반짝이는 명함이 있길래 주웠더니 당신을 위한 사랑의 묘약이라고 써있다. 이게뭘까하고 뒷면을 보니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어떤 사랑이든 이뤄드립니다.]
어떤 사랑이든 이뤄드립니다라…. 순간 글짜가 반짝하고 빛난 것 같았지만 헛것을 본것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사랑을 이뤄주는 사랑의 묘약….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자주색으로 반짝이는 이 조그만 명함을 모서리가 닳아버린 낡은 갈색 가죽지갑속에 쑤셔넣었다. 각종 쿠폰과 카드로 가득차 넣을공간이 없었기에. 이 장난같은 명함에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다. 정말 사랑을 이뤄주는걸까 - ?
* * * * *
그 명함을 줍고 난 후 하루가 지났다. 반복되는 패턴의 하루일과.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알바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앞에서서 콧노래를 불렀다. 조금 따스한 공기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아, 봄이구나. 알바에 치여 봄을 느낄새도 없었던지라 지금에야 겨우 이 짧막한 순간에서 봄을 찾았다. 우리의 지구에는 이렇게 봄이왔는데 나의 사랑의 봄은 언제올까 싶다. 사실은 새로운 알바자리에 있는 나와 동갑내기인 녀석이 눈에 밟히곤 했지만 같은 동성. 정말 미친것이라며 애써 아닌척 모른척 해왔지만 눈에 밟히는건 사실이였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더니 큰 눈망울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받아쳐줌에 아, 내가 이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나는 이상한 명함을 주웠다.
[당신을 위한 사랑의 묘약]
집에 돌아와 지갑에서 자주색의 반짝이는 명함을 꺼내 다시한번 요리조리 관찰해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주색과 비슷한 색상의 글자로 아주 조그맣게 문구가 하나 더 쓰여있었다. [주문을외우세요 사랑의묘약제조법은당신만모르는비밀] 하…. 정말 유치하기 짝이없는 문구였지만 혹여나하는마음에 운을 때어보았다.
"사랑의…." '띵동-'
운을 때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고 황급히 명함을 쿠션밑에 숨긴 후 약간 부끄러워진 기분으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시간에 올 사람이 있나 싶어 시계를보니 시간은 10시 20분. 아, 지금시간이면 윗층 학생뿐이없다.
"형아! 엄마가 김치가져다 주래요!"
빙고. 역시나 윗층에사는 경수학생이였다. 싹싹한 성격에 조금 모자라보일정도로 밝은 성격의 경수학생은 가끔씩 윗층아주머니께서 반찬한것을 가지고 내려오곤 했다. 혼자사는 나에겐 너무 감사한 일이라 알바비를 받으면 종종 작은선물을 사드리곤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네에 - !" "공부는 잘하고?" "피-, 그런거 묻지마세요!" "그래그래-."
토라진듯 입술을 비쭉 내미는 경수학생에게 미소를 지으며 잘가라는 손짓을 해주었다. 이번엔 김치네…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부엌으로가 김치를 담을만한 것을 찾았다. 적당한 크기의 담을만한 것이 없어 조금 짜증이 나려는 순간 어디에선가 반짝! 하는 소리가났다. 그러니까 반짝반짝하는 의태어가아니라 정말로 반짝! 하고 소리가 났다. 아무리 건장한 사내라지만 조금 무서워진 탓에 소리가 난곳을 향해 조심스레 한발짝 한발짝 발을 내딛으니 어라- 아까 황급히 명함을 숨겨둔 곳에서 소리가 났음이 틀림없었다. 명함에 무슨 안좋은 귀신이라도 씌인건가 싶어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쿠션을 들춰보았더니 자주색 명함이 글쎄 검정색으로 바뀌어있었다. 세상에-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명함을 들어 앞뒤를 살피자 문구까지 변해있었다.
[D-1]
D-1? 이게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 혹시이게 마술사의 트릭용 명함카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질 수 없지 않을까 싶었다. 무슨 기계장치조차 없어보이는 아주얇은 명함 한 장.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검정색과 비슷한 아주진한 회색으로 문구가 쓰여있었다.
[당신을 위한 사랑의묘약 제조일로부터 D-1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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