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솔로 탈출기
w. 꾸뷔두밥
최근들어 부쩍 고민들이 많아졌다.그 중심에는 바로,
"탄소야, 끝났어?"
이 남자가 있었다.
03.
늘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는 익숙해지지 않는가. 괜찮다는 말 외에는 할 줄 몰랐던 내가 이제 정국의 말에 장난으로 받아칠 정도로 발전하였다. 아, 물론 빨게지는 볼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정국은 다른 지인은 안 만나는 건지 공강인 날까지 나를 찾아왔다. 그런 정국의 모습에 순정파 납셨다며 난리도 아니었고 그에 따라 나를 질투하는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국의 모습이 괜시리 뿌듯해지면서 한 편으로는 불안함과 걱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국이 나한테 매달리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과분한 존재였으므로.
-
"김탄소 왜 이렇게 울쌍이야. 왜, 전정국이랑 잘 안 되는 거야?"
매일 붙어다니는 거 보면 잘 되는 중인 것 같은데.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그래도 소꿉 친구였던 수연이를 속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쉬는 시간을 틈타 나를 잡더니 무슨 고민이 있냐는 듯 묻는 모습에 그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분명 전정국과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으아...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
"설마 그 선배 일 때문에 그래?"
머리를 부여잡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을 때쯤, 선배 이야기를 꺼내는 수연이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던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맞네, 김탄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수연이의 말을 듣자마자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에 인상을 찌푸렸다.
-
선배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3 년 전, 고등학교 입학식 때였다.
사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 편이었다. 어떻게 사람을 한 번에 보고 사랑에 빠질까, 그런 사람이 있다니 진짜 웃긴다며 비웃었던 나인데. 수많은 인파 속에서 홀로 빛나는 선배의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그 선배는 내 첫사랑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대담한 성격이었으면 선배에게 말이라도 걸었을 텐데, 소심한 성격 탓에 선배가 스쳐지나가듯 쳐다만 봐도 줄행량 치기 바빴다. 정작 선배는 내 존재도 모를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한없이 우울해졌다. 한심해, 김탄소. 그렇게 늘 자책하기 바빴고, 선배 몰래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근데 그 행동이 선배에게는 엄청 티가 나는 게 문제였다. 어느 날, 선배가 자주 가던 음악실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주변을 맴돌고 있을 때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던 선배가 대뜸 문 주변을 서성거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지었다.
"젓가락 행진곡 칠 줄 알아?"
같이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다며 대뜸 저를 잡아 이끄는 모습에 괜시리 축축해지는 손이 신경쓰여 슬쩍 손을 빼자 미안하다며 머쩍은듯 웃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아,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이내 상관없다는 듯 활짝 웃는 모습에 입술만 꾹 다물고 건반을 하나씩 두드렸다. 젓가락 행진곡을 어떻게 치는 거더라. 선배의 존재만 신경쓰느라 정신없이 아무 건반이나 꾹꾹 누르는 모습에 옆에서 건반을 두드리던 선배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모르는 구나, 너. 그러더니 커다란 손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제 손을 쥐고 하나씩 음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날 선배와 처음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선배와 가까워졌다. 선배는 가끔 예쁘다, 보고 싶다 등 사람 설레는 말을 자주 했고, 작게 피어오르던 감정은 어느새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쯤, 사건이 생긴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갑자기 퍼진 소문에 우주까지 치솓을 것 같은 기분이 한순간 나락으로 빠졌다. 그거 알아? 석진 선배랑 아미 선배 사귄대. 나에게 그렇게 달달한 말들과 웃음을 지었던 그였는데. 설마하는 마음으로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말 사귀는 거 맞냐고. 그때 선배가 보냈던 문자는 잊을 수가 없었다.
[응, 그렇게 됐어. 미안.]
[넌 그냥 어려서 좋아했던 거야.]
선배는 그저 순수했던 나의 감정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
지난 날의 일을 회상하자 떠오르는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그저 한숨만 푹 쉬는 모습에 수연이도 덩달아 한숨을 쉬었다. 전정국은 다를 수 있잖아. 그 선배가 문제였다면서 나에게 말하는 수연이의 목소리에 애꿎은 입술만 물어 뜯었다. 그래, 다를 수 있겠지만.
[전정국 010-XXXX-XXXX]
그래도 사그라들지 않는 불안한 감정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를 무시했다. 그냥, 그냥... 지금은 모르겠다.
-
안녕하세여. 오늘 글은 브금을 찾기 힘들어 가볍게 패스하고 망작과 함께 찾아 왔습니다. 주인공인데 정국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군여. 껄껄. 사실 작가가 서로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솔로인지라 ㅎㅎ 사귀기도 전에 쫑내려고 하네여... 그렇다고 멱살은 잡지 마세여.
♥잇꾹/땅위/피치/0613/꾹스꾹스/김태형여사친/카라멜모카/바니/오월의바람/침침이/초코에몽/꾹잉/지민즈미/나로/형뚜/태각/긴알긴/새우버거/우울/꾸꾸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