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너 좋아한대 (박지훈ver.)
내게는 정확히 10년지기 친구가 있다. 그 아이에 대해 무어라 형용하라면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랄까. 9살때부터 같이 지냈는데, 초등학생때 무엇을 알겠는가. 그때는 그냥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아이스크림 같이 먹고 그런 친구였지, 이 아이에 대한 감정을 알게된 것은 중학교 2학년때다. 중학교를 가면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남자애들도 거칠어지고, 여자애들도 나름 거칠어지고, 너도 나도 거칠어지는 시기. 그때 이름이를 놀리는 남자애들이 많았다. 단순히 놀리는 애들보다는 관심이 있어 놀리는 애들이 다수였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무렇지 않은게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라 그 아이에 대한 감정을 나 혼자 억누르고 있었던거다. 좀 쉬운 말로 하자면, 좋아하는데 억지로 그 감정을 숨겼다. 티를 내지 않았다. 들키면, 끝이니까. 친구사이, 끝이니까.
그렇게 빌고 빌었는데 다행히 이름이와 같은 고등학교를 배정받았다. 사실, 이렇게 빌었다. 하느님, 이름이와 제가 같은 학교가 아니라면 이름이는 무조건 여고에 가게 해주세요. 교회를 다니지도 않는데 이렇게 빌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인가, 이름이는 여고에 가지 않았고, 나와 같은 남녀공학에 떨어졌다. 게다가, 1학년때는 같은 반이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이름이의 대한 마음은 더 커져갔다. 내 주변에는 이름이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았다. 남자건 여자건 그냥 사람이라면 거의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 중에 남자한테 더 인기가 많은 건 … 그래,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더 많았다. 그래도, 남자애들 사이에는 여자애들처럼 '너 이름이랑 친하지. 걔 번호 좀.' 이라던가, '이름이한테 고백해도돼?' 라는 질문이 오가지는 않았다. 다행인건, 남자애들이라 여자애들보다 금방 좋아하고, 금방 식었다.
이름이에겐 가장 친한 여사친인 세현(?)이라는 애가 있다. 사실, 이름도 정확히 모른다. 얘는 복도에 잘 나오지도 않고, 체육대회나 축제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내가 봤을 때 나서는 성격은 아닌것같았다. 가끔가다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급식실에서 마주치거나하면, 이름이의 친구라는 이유로 잘해주었다. 그래야 그 애가 이름이한테 '너 친구 엄청 착하더라' 라던가, '너 친구 잘생겼더라' 라던가 귀띔은 할 것 같았다. 그때만이라도 내 생각을 할 수 있게. 아주 잠시동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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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이름이와 같이 급식을 먹고 있는데, 이름이가 오늘 오전에 나에게 고백했던 아이에 대해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또 이름이한테 가서 내 정보를 알아냈나보다. 그 여자애가 고백을 하고 당연히 싫다고 했는데 그거에 마음이 상한건지 나에게 '근데 이름이가 너랑 안 친하대'라는 말을 했는데, 계속 그 말이 신경쓰였다. 물론, 장난으로 말했다는 걸 알지만 그냥. 그냥, 기분이 그랬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피곤해도 친하다고는 하라고 했는데, 다행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 지훈아. ”
“ 그렇게 부르지 말아줄래. 무서우니까. ”
“ 박지훈. ”
“ 그렇게 부르지 말랬다고 바로 바꾸네. 왜. ”
이름이가 항상 내 '이름'만 부르는 것은 설레면서 무서웠다.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깜빡거리고는 '치킨 사주면 안돼?' 라거나, '나 아이스크림 먹고싶다아..' 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말하면 나는 생각할 시간조차없이 지갑을 찾고있을테니까. 설렌다고는 말 못하고, 무서우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라고 하니까 이내 '박지훈.'이라며 성과 이름을 합쳐서 불렀다. 에이, 정없게시리.
“ 너 요즘 좋아하는 사람 생겼지. ”
“ …누가 그래? ”
“ 정보통이 다 있단다. 빨리 불어. 아, 안 불어도 이미 다 알고 있긴 하지만. ”
“ 이미 다 알고 있다고..? ”
물어오는 질문에 나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순간 드는 생각은 '티났나?' 였다. 얘가 지금 다 알고 물어보는건가. 아니면, 모르는데 찔러보는건가. 라는 여러 생각에 사실을 말해야되나, 아니면 절대 아니라고 말해야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정보통이 다 있다며 빨리 불으라고 하는 이름이에 당황하며 내가 봐도 난 안절부절 못하고있었다.
“ 넌 어떻게 내 친구를 좋아할 수가 있냐. 그럼 나한테 말을 하지. ”
“ ……뭐? ”
“ 축하해, 걔도 너 좋아한대. ”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오늘 말해야되나 싶어 결정하고는 좋아한다고 말을 꺼내려고 한 순간, 이름이의 말에 난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세현을 좋아한다니. 그 이름도 정확한지 모르는 애를 좋아한다고? 대체 누가 그런거야?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거야?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마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벙찐 표정으로 이름이를 쳐다보고 있자, 이름이는 말을 이었다. 축하해, 걔도 너 좋아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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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렇게 이름이의 말에 충격을 받고 집이 같은 방향이라 같이 들어가기는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핸드폰만 부여잡고 이걸 이름이에게 말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만 몇 시간 째 하자, 날이 밝았다. 어쩔 수 없이 눈 밑에 다크서클을 키운채 학교갈 준비를 했다. 이름이와 학교를 같이갈 용기조차 나지않았다. 그냥, 뭔가 이름이와 멀어져야만 될거같았다. 이런 용기도 없는 친구둬서 뭐해. 어차피 이름이는 나 없어도 잘 살텐데. 이런 무거운 생각만 자꾸 커져갔다. 그래서, 이름이의 집 앞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름이는 우리반에 오지 않았다. 왜 오늘 먼저 갔냐고 물어보러 오기라도 해줬으면 그때라도 무어라 말할 자신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저버렸다. 되게 서운하기도 하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해서 오늘은 이름이와 급식을 먹지않고, 반 남자애들과 급식을 같이 먹었다. 계속 신경쓰였다. 나 아니면 먹을 사람이 있을까? 밥 못 먹으면 기운 없는 애인데 지금이라도 가서 먹자고 할까? 나에게 하는 질문이 온 몸을 휘감았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급식을 먹으면서 계속, 앞에 있는 남자애들이 이름이를 본 건지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그냥 먹으라고 하자, 남자애들도 눈치보는 것을 그만하고 급식을 먹기 시작했다.
급식을 다 먹고, 반에 왔는데 이름이 친구 세현이가 반 앞에 서있었다. 마음이 불편했다. 어찌됐든 내가 얘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으니까.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세현이는 나를 불렀다. 지훈아.
" 왜 불렀어? "
" …사귀자. "
" …어..? 뭐..? "
" 나도 너 좋아해. 사귀자. "
정말.. 소문이 무섭기는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그 소문만 믿고 나에게 왔을텐데,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니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나는 이렇게 빨리 고백할줄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줄도 몰랐다. 최대한 상처받지않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 …미안. "
" 어? "
" 진짜 미안해. 나 좋아하는 애 있어. "
고백을 받고나서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좋아하는 애한테 이렇게 차이면 어떤 기분일까. 많이 슬프겠지? 나도 이름이한테 이렇게 차일까봐 무서웠다. 어제는 하루동안 이름이와 한 마디는 무슨, 같은 공간에 단 1초도 같이 있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나는 등교할때, 이름이를 기다리지 않았다. 어제는 기다리지 않았다가 오늘 기다리는건 무슨 웃긴 그림인가 싶어 오늘도 기다리지 못했다. 이렇게 멀어져가는구나. 사람은. 관계는. 친구는.
고작 하루 안 본 것 뿐인데 일 년을 안 본 것처럼 이름이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냥, 웃는 모습이라도 보고싶어 일부러 이름이의 교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쳤다. 이름이의 자리는 창문으로 아주 잘 보이는 자리였고,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마주하고 싶던 눈이었는데, 이렇게 마주치니 흠칫 놀라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됐다. 그렇게, 반대편으로 쭉 걸어가다 코너를 꺾었다.
──
어제 반 남자애들이랑 급식을 같이 먹은게 너무 미안해서 오늘은 이름이가 안 먹는다면 나도 안 먹을까 생각중이었다. 그냥, 허기짐이라도 같이 나누고 싶었다. 혼자 반에 있다가 이름이는 반에 있을까 궁금해 이름이의 반 앞으로 찾아갔다. 혼자 운동장을 보며 앉아있었다. 운동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나혼자 생각할때, 이름이는 애꿎은 실내화만 건드렸다. 나는 이렇게 심란한데, 너도 이렇게 심란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 ……박지훈. "
" 왜 밥 안 먹고 창문만 내다보고 있어. "
" …… "
" 가자. "
" …어딜? "
" 밥 먹으러. "
계속 이름이를 보고있다가 나도 모르게 걸음이 그쪽을 향했다. 바로 이름이 뒤에 섰을때, 정신을 차려서, 내가 여기 무슨 낯짝으로 온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작아보였다. 이름이의 어깨를 툭툭치자, 돌아봤다. 놀랬는지 눈을 키웠다가, 이내 커진 눈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내가 쳐놓고 할 말이 없어 왜 밥 안 먹고 창문만 내다보고 있냐고 물었다. …박지훈,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물어보냐.. 나쁜 새끼. 나는 이름이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가자'라고 말했다. 이름이가 어딜? 이라고 묻자, 나는 내 턱으로 이름이의 배를 가리키며 밥 먹으러. 라고 답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배식은 이미 끝난지 오래였다. 하는 수 없이 매점을 가 빵과 음료수를 사서 느리게 걸어 학교 뒷 편에 있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10년동안 이렇게 어색한 적도 없었을 것이다. 사소한 것으로 다투면 항상 내가 먼저 사과했고, 내가 먼저 장난을 걸었으니까. 어색할 날이 없었는데.. 이름이도 어색한 것을 느꼈는지 빵 봉지만 만지작 거렸다. 배고프니까 먹어.
" 이름아. "
" …응. "
" 미안해. "
미안하다는 말에 이름이는 먹는 것을 멈췄다. 괜히 말 꺼냈나. 애 배고플텐데. 그래도 일단 내가 미안한 것은 다 말해야겠으니 이어서 말했다.
" 어제 혼자 학교 오게 하고, 먼저 밥 먹어서 너 밥 못 먹게하고, 혼자 집가게 해서 미안해. "
사실이었다. 나는 내 화에 못이겨, 이름이를 학교에 혼자 오게 하고, 밥 못 먹게 하고, 집도 혼자 가게 했다. 이렇게 쓰레기같은 애가 더 있을까. 좋아하는 애를 더 챙겨주지는 못할 망정, 더 못되게만 굴고있으니. 여기서 이름이가 나한테 화를 내도 난 할 말이 없었다.
" 내가 화가 나긴 났었는데, 너때문에 난 건 아니었어. 그냥, 내 마음 하나 좋아하는 사람한테 못 전하고 이런 상황 만든게 나같아서. 나는 너 옆에 있을 자격 조차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하루 동안 너한테 멀어지려고 다짐했는데, 안되더라. "
" …… "
" 사실 중학교 때 부터 좋아했는데, 무서웠어. 내가 얘한테 고백했는데 그 다음에는 친구도 뭣도 안 되면 어쩌지? 라는 마음에. 너무 무서웠어. 너랑 멀어지는건 죽어도 싫었거든. "
" …박지훈. "
" 그래서 그냥 성인되서 근사한데서 고백을 하던지 하고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되네. "
" …… "
" 좋아해, 성이름. "
나는 내가 중학교때부터 가지고 왔던 속마음을 다 말했다. 내가 왜 화난 것인지, 그동안 이름이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그냥 전부 다… 후련할 줄알았는데, 아, 후련하기는 했다. 다만, 얘가 나를 밀어내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널 여태까지 좋아했었어. 넌 날 친구로 생각했을때, 난 널 여자친구로 생각했어. 좋아해, 성이름.
" 대답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단지 그냥. 내 마음 솔직하게 말한거 뿐이야. "
" 대답을 어떻게 안 해. 너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줬는데. "
" …어…. "
" 몰랐어. 너가 이런 마음 가지고 있을 줄은. 사실 몇 주 전까지만해도 그냥 친구였는데, 막상 항상 옆에 있던 네가 없으니까 되게 허전하고 처음에는 친구로서 허전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원래 남녀 사이에도 친구가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 안 믿을래, 그 말. "
" …… "
" 나도 너 좋아하나봐. "
당황했다. 부정의 의미인 당황이 아니라, 정말 좋은 뜻의 당황. 이름이가 나를? 이게 꿈이야, 생시야. 판단할정도로 꿈같았다. 이세상에 있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아니, 그만큼 너가 좋다. 단언코 말할 수 있는 것은, 불안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름이와 눈을 마주했을때, 물론 10년 동안 이름이는 나에게 안 예쁜 적이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그 어느때보다도 예뻐보였다. 이 분위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을 때, 수업시간 5분 전을 알리는 예비종이 쳤다. 아, 센스없게. 나는 앉아있는 이름이를 일으켜세워 내 품에 꼭 안고 팔을 풀어 손을 잡았다.
" 가자, 이름아. "
부드러운 이름이의 손이 내 마음을 간질거렸다.
+ 헤헤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원래 외전을 두개 준비하려고 했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학교물은 많더라구요!
그래서 다음에는 박지훈 - 육아물로 준비해볼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육아물!
아니, 사실 남주를 박지훈으로 생각해놓긴 했지만, 다른 멤버도 괜찮아요!
박지훈 박우진 둘 중 생각해놓긴..... 음......
이렇게 하루만에 한 편의 작품(?)을 끝낼줄은 죽어도 몰랐어요......
다 반응이 좋아서 그런겝니다 여러분... 헤헤 ㅏㅅ랑해요s2
다음 작품도 사랑해저여!!!!!!!!!!!!!!!!!!!!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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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여러분 ♡ 다음 작품 알차게 준비할게요 육아물로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