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솔로 탈출기
w. 꾸뷔두밥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었다. 가끔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정국의 모습만 보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일로 우리는 어떻게 됐냐고 묻는다면 글쎄.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 보면 여자 주인공들이 전부 고구마를 먹은 거 마냥 답답함을 느끼고는 했는데 지금 내가 딱 그 여자 주인공들과 같은 상황이었다. 좋으면 좋다고 왜 말을 못하냐고. 그때 그 대답에 어영부영 넘어간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 이불을 걷어 차곤 한다.
05.
정국은 그간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는지 이젠 자기 강의까지 빼고 나를 찾아 오려는 정국의 모습에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그래도 미래는 생각해야지! 그렇게 말해도 오빠는 그런 거 없어도 돈 많다느니 이상한 멘트만 던지는 정국의 모습에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그 일로 달라진 거라면 딱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답 보내는 속도가 전보다 빨라졌고, 두 번째는 가볍게 손만 잡았던 전과 비교하여 스킨십이 늘어났다는 점, 세 번째는 방금과 같이 능글맞는 멘트를 날린다는 점? 그래도 변하지 않는 점은 하나 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붉어지는 얼굴은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 탄소 홍당무가 되었네, 귀엽게."
그럴 때마다 홍당무가 되었다며 피하려는 내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흔드는 정국의 모습에 정국이 저보다 어리거나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간혹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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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늘어난 과제로 인해 정국과 자주 만날 수 없었다. 그때마다 정국은 강아지마냥 쫄래쫄래 뒤를 따르며 놀아 달라고 했지만 내 학점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했고, 처음에는 순순히 넘어가던 정국은 이후에 안 되겠는지 거절하는 나를 그 커다란 덩치로 끌어 안으며 붙잡았다.
"아, 솔직히 우리 일주일동안 제대로 못 봤잖아."
"학교 갈 때마다 보잖아."
"아니, 그건 보는 게 아니야. 그건 의무고."
의무는 무슨 의무야! 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옆에서 그 커다란 눈망울로 내려다 보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이럴 때만 애교지, 애교. 결국 실랑이 아닌 실랑이 끝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는 내 말에 좋다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국의 모습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정국과 도착한 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였다. 간단하게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사람들 눈에 잘 띄이지 않는 구석에 자리잡고 앉았다. 한참을 노트북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은 앞자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눈빛 덕분에 얼마 못가 멈췄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가만히 앉아 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국의 모습에 괜히 얼굴에 열만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만 보고 너도 공부라도 해! 그렇게 말했지만 실실 웃기만 웃는 정국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럴까봐 그동안 연락을 안한 건데.
"그동안 못 봤던 거 봐야지. 얼굴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네."
그와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멘트를 던지니 이미 붉어질 때로 붉어진 얼굴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때마다 양손으로 볼을 잡고 흔드는 정국까지도 말이다. 으으, 이러다가 제 명에 못 살고 죽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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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제는 반의 반도 하지 못한 채 카페에서 나와야만 했다. 더 하고 가자는 정국의 말에 힐끗 쳐다보다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계속 있었으면 숨 막혀서 죽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이제 익숙한 듯 정국과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정국과 우리 집은 반대 방향이다. 학교와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닌데 정국은 꼭 나를 데려다 주고 싶어 했다. 전에는 그런 정국이에게 미안해 온갖 말로 구슬러 보았지만 정국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이상한 곳에서만 고집을 부린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나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치는 모습에 고개를 급하게 훽 돌렸다. 방금 완전 위험했어.
정국과 소소한 이야기가 오고가다 어느새 집 앞까지 도착했다. 원래 이렇게 가까웠나. 웬지 아쉽다는 기분이 들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전에는 집에 가는 길이 멀고도 멀었는데 정국을 만난 후로 이 길이 엄청 짧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낯설었다. 원래 사랑을 하면 이렇게 바뀌는 건가. 괜시리 팔만 문지르고 있을 때, 대문이 보이자 정국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아, 탄소랑 더 있고 싶었는데."
"ㅇ, 얼른 집에 가!"
"집에 들어가면 연락해."
아쉽다는 듯 내 손을 몇 번 꼼지락거리더니 손으로 전화를 하라는 듯한 제스쳐와 함께 뒤돌아 걸음을 걷는 정국의 모습을 보다 대문을 열려고 할쯤, 뒤에서 탄성과 함께 가까이에서 울리는 걸음소리에 궁금한 나머지 몸을 뒤돌려고 할 때, 제 볼에 닿는 물컹한 감촉에 눈만 깜박였다.
"이건 작별 인사."
그 말과 함께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뛰어가는 정국의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정신이 돌아온 듯 제 볼을 움켜쥐며 소리를 꿱 질렀다. 야, 전정국! 뛰어 가는 와중에도 들었는지 몸을 돌려 하트 모양으로 손을 올리는 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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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초록글에 떴다고 쪽지가 왔는데 말이죵. 저는 올라간 거 구경도 못했네여... 그동안 현생에 치여 이제 글 쓰는 것도 힘듭니다. 내용은 점점 산으로 향해 가고 있고... 아 정국이랑 여주랑 연인처럼 행동하면서 안 사귀는 것은 사귀면 바로 이 이야기가 끝이 난다는 겁니당. 그래도 오래 질질 끌지는 않을 거예요. 길게 쓰면 쓸수록 내용이 망하기 때문에...
아 근데 오늘 글잡 무료라길래 포인트 걸었는데 저 넘 비양심적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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