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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10도씨 전체글ll조회 1118l 3



[찬백]폴리라인

W.10도씨



02



“간단하게 처음부터 시간당 40~50.”
 
 





꽤 많이 주는걸.
아니, 많이 주는 것이다.
잘나가는 호스트로써 엄청 큰 금액까지는 아니였지만, 물론, 여자들에게 뜯어낸돈도 수입으로 합해선 추접스럽게 입을 쩍벌릴금액까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꼬마가 제시한 금액은 놀라울정도로 컸다.
...그런데 간단하게 라니.








“예 뭐, 굳이 사양하진 않을게요.”



찬열은 좋다는 말 대신, 비슷한 의미로 짖궂게 씨익 웃었다. 서류를 뒤지던 백현의 손이 멈추고 픽,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약간 앞머리가 흔들린것같았다.




 
 
 
 
 
 



*







백현이 약간은 충혈된 눈으로 책장을 바라보다가 아, 하고 제 앞의 찬열이 생각 난듯 사무적인 말투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서류들은 책장 오른쪽에 항상 정리하고 왼쪽은 비워둬. 맨윗칸은 종이서류같은거 놓지말고, 약은 8개니까, 약종류별로 정리해서 항상 부어 놔.”






....잠깐만.






“그리고 별다른 바닥청소나 이런건 아줌마와서 해주시니까 상관없고, 점심먹고 커피는 꼭 물어보고 타와. 약종류는 따로 적어줄테니까 이거말고 절대 비슷한걸로 사지마. 바닥에 토하고 싶지는 않으니깐.”
 
 


...뭐라고?
...저기,







“...저 그러니까, 그, 업무란게요.”
“... ..”
“진짜 막, 막, 이런 업무가 아니라.”

 
 
 


찬열은 빤히 바라보는 백현의 눈초리에 씨익 웃었다.
헹.알거 다 아시면서.
 
 
 
 



“...알잖아요. 그쵸?”
“...그리고 여행은 자주나가는 편.짐은 절대로 따로 많이 싸지말고, 필요한 책목록 확인하고 가능한 그때그때 사와.”
“.... ...”























“너 누군지 알아.”
“.... ...”
“내가 스폰해주는 애인것도 알고. 모를 만큼 내가지금 그렇게 정신없지도, 멍청하지도, 않아.”
“.... ...”
“말한것들은 꼭 지키고, 별다른 봉사따위 상관없으니 그냥 하루종일 같이 있기만해. 필요한건 그때 꼭 말할테니까.”

 
 
 


하,
찬열은 어이없이 허허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꼬마사장님이 말이지,
스폰이 뭔지는 아는거야 지금? 뭔지는 알고 나를 찾은거야 지금? 나를 곰돌이 대용으로 쓰겠다는거야?
내 꼴안보여? 이렇게 멋진애를 놔두고 업무나 시키며 몸을 썩히라는거야 지금?
 
..되게 부끄러워하는 사장님인가 보군?
찬열은 제멋대로 정의를 내리고 말았다.


 
 
 
 
 
 
 


“너 겉모습만 봐도 누구인 줄 알겠는데 뭘.”


 
 
 
 
 


찬열은 백현의 칭찬인지 욕일지 모르는 말에 자신의 시계와 신발을 다시 훑어보았다. 번쩍번쩍 빛나는 것이 한국그룹의 회장님의 아들의 차라도 뺏어타야할 것 만 같았다.
사실, 그렇지. 차도 사야하는데.


그러다가, 찬열은 천천히 백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간은 짜증이 나있는 눈구김, 자켓은 입지않고 약간은 풀어헤친 넥타이. 파랑색의 소매가 구겨진 와이셔츠. 번쩍하게 빛나는 구두는 벗어던진지 오래였다.


....큼, 
찬열이 약간 무안하게 헛기침을 했다.

 
 
 
 
 
 


“일 안해본거 알지만 티는 내지마.”
“... ..”
“특히 다른사람들 앞에선.”
“... ...”
“스폰서다뭐니 밝혀지면 우리둘다 좋을 건 없으니까.”
“... ...”
“나가봐.”

 
 
 
 
 


이 사장님.
....정말로 이상하다.


어떠한 관계도 요구하지않고,
그저 처음만난(그건 맞지. 그렇지만.) 그런 관계를 요구한다.


억지로 맺어진 관계.
창녀, 술집여자, 노래방도우미 수도 없이 많지만 그들은 처음보는 사람들앞에서 몇년된사람에게도 쉽게 할수없는 몸을 보여준다.

처음만난 관계라는 것과. 정말로. 처음만난사람이라는 것은 꽤 다르다.





나 참,그저 옆에 있어줄 사람을 원하는 것 뿐이라니. 게다가 그것으로 시간당에 40 50 을 걸었다. 찬열은 물끄러미 백현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싸매고 서류더미에 빠르게 싸인을 시작하는 백현을 쳐다보다가, 발치에 놓여있는 책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찬열의 눈에 책상의 약들이 눈에 들어왔다.


...덱제드린. 발리움.폴리라인.
의학적인 용어가 가득해 무어라 찬열은 쉽게 읽을수 없었지만, 하얀색과 빨간색들의 조화는 찬열에게 그것이 위화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없었다. 제대로 치우지도 않은 채, 널부러진 약들을 바라보면서 찬열이 입을 열었다.




 



 

..... ....그래서,
 
 
 
 

 
 



“... ....뭐 뭐부터 사오라고요?”








 
 





 


' 발리움, 폴리라인'










 


그것이 이 조그만 사장님이 시키신 첫번째 '업무'였다.
‘박찬열 이제 드디어 일이라는 걸하는거냐? 드디어 펜이라는 걸 만져보는거냐구?’마린이 미친사람마냥 깔깔깔 저를 비웃을 것이 찬열의 눈에는 선했다.

 
 
 
 
 
 
 

...나 참, 정말로 ‘업무’를 맡게 생겼다니까.

 
 
 
 








 
 
 
 
 
 
 
 
 
 
 
*
 
 
 
 
 

“사장님 몇 살이예요?”

 
 
 
 

찬열의 뜬금없는 질문에, 말 없이 약을 정리하던 백현의 손이 멈추었다. 약들과 책들을 툭 건네며 질문을 던지는 찬열에게 백현의 열리지않던 입이 마법처럼열렸다.
 
 




“이 책아니야. '도덕성은 누가부여하는가’ 가아니라 ‘공자는 도덕성을 부여하는가'야.”
“... ...”

 
 

정말로, 그 것이 다 였다.
 
 
 
 
 




“몇살인지 알아야 뭐라고 부르든가 할꺼아냐?”
“... 사장님이라 불러.”


 
 
 
 

그 어조는, 사실 어떻게 부르든지 상관없다는 식이었다.
..사장님,.. 사장님. 썩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백현의 핸드폰이 빛나자, 백현이 빠르게 핸드폰을 낚아채 누구에겐가로 문자를 보내는 양, 다다다닥. 진동소리와 함께, 손을 놀렸다.

 
 
 
 
 
 

“... ..”
“누구예요?”
“...아는 사람.”

 
 
 
 
 


지랄.퍽킹 아는사람이다 임마.
물론 처음이라 그렇겠지. 하고 선을 그어 놓던 백현의 애매모호한 말투가 나아질기미가 보이지않자, 찬열은 슬슬 짜증이났다.
동생이면 한대 쥐어 박고도 남았을 거다. (물론, 동생이겠지만. 분명히 동생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존대말이라고 꼬박꼬박시킬까 두려워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사장님 마누라 없어요?”
“... ...”
“마누라. 여편네. 부인이요-”

 
 
 
 


딱히 엄청 궁금해 던진 것은 아니다. 혹여, 저보다 나이가 많을까, 그런 뜻을 담고있기도한 질문이었다. 그저 그냥 순수하게 결혼의 유무가 궁금한 것이아니라, 끝내 말해주지않는 나이를 가늠하기 위해 돌아가지않는 머리를 애써 굴려 생각한 질문이었다.


...하긴, 없으려나.

얼굴은 딱 보면 부인에게 온 순정을 다바쳐 살것만 같은 불쌍한 순정파인데. 스폰서라니. 푸흡. 찬열이 자신의 질문이 말도 되지않는 질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책하며 슬쩍 웃었다.

혹여나 그래도 사장이니, (큰 기업은 아니지만.그래두.) 여자라도 있을 줄알았다. 솔직히 잘생겼으니까. 물론 나보다는 아니지만 그래.

찬열은 대답을 바라는 눈초리로 백현을 바라보았다.


 
 
 
 
 
 
 

“결혼..안 했는데.”
“... ...”
“... ...”



“...사장님 게이예요?”
“... ...”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바이는 많지만 게,게이는 그러니깐, 처음봐서..”



그것도 그렇게 잘난 얼굴과 돈으로요.
 
 
 
 
 
 
 
 
 
 

찬열은 얼떨결에 더듬고 말았다. 사실, 자신을 스폰하기위해 지긋지긋한 호스트바에 발을 끊어버리고 자취를 감추다시피 살고있는 동안, 마담에게 전화가왔었다.

 
 
 
 
 

'찬열. 일 해볼생각 없어?'
'일이요?’
 
 
 
 


일 이라니. 일이라면 지끈지끈한거 하늘이 알고 땅이아는데.
 
 
 
 
 


‘아, 저 펜잡는 거면 안해요.’
‘그런 일이 아니라구.’
 
 
 
 


마담의 전화뒤로 마린의 깔깔깔깔 거리는 목소리가 배경으로 깔려있었다. 마린이 마담의 전화를 대신하겠다는 고집을 부렸는지 마담은 하,.. 하고 한숨을 폭 쉬다가 이내 그 한숨소리가 사라지고 마린의 특유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렸다.마린은 전화기를 잡고, 혀에 피어싱을 달은채 떠벌떠벌 흥분한채로 말을 뱉었을 것이다. 찬열은 그 순간, 마린이 제 앞에 서있지않은 것에 감사했다. 흥분에 겨운 혀를 움직일때마다 침이 이 잘난얼굴에 이리저리 튀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너 남자한테 팔려간댄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찬열은 마린이 약이라도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늘 그렇듯 마린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마린이 제정신이라면 찬열은 그날 지구종말이 올거라고 장담한다..) 유난이 더 흥분한 듯한 목소리에 되려 찬열이 차분해졌다.

찬열은 소고기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고기들을 볶고있는 중이었다. 사실 어느때나 마린의 재잘거림을 받아주는 것은 그렇게 귀찮은 것은 아니었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이 고기들을 제치고 마린에게 쓸 시간따위는 없었다. 찬열은 끊는다. 한마디로 마린의 알수없는 말들을 끊어먹었다. 그러자, 마린이 소리를 빽 지르는게 아닌가.

 
 
 
 
 


‘얏-!!!!!!!!!’
‘...아 씨발!!귀청떨어져!!’
‘..내가 지금 장난하는 것 같이보이냐?’

 
 
 
 


찬열은 그 순간 마린이 내 뱉은 말들을 단 한마디도, 빠짐없이,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 박찬,누군가 너를 찾는다구!’


 
 
 
 
 



 
 
 

... ......날 찾아?









 
 
 
 








*
 
 
 
 
 
 

찬열이 여전히 말이없는 백현을, 힐끔바라보다, 마지막약통을 내밀었다.

 
 


“..이건 '폴리건(*두통등 스트레스의 처방을 위한 약이다.)' 이라고 했어요. 저번에 있던 약은 이제 약국에 안나온다고 하던-”
“그건 몸에 안 맞아. 다른 약국에서 사오면 되잖아.”
“그거나 그거나 똑같잖아요. '폴리라인' 이나 '폴리건' 이나 똑같다구요.”

 
 
 
 
 
 


같은 약 성분일텐데. 효과두 같다구.

사실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자신도 무슨 주장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찬열은 백현에게 다다다 쏘아붙였다. 백현이 흰 종이를 꺼내어, 각이여러개진, 삐뚤삐뚤한 다각형을 그렸다.






 
..뭐야 이게.

수학시간이라면 지긋지긋한 찬열이 도형을 보자마자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여러개의 각이 폴리건이라구. 폴리라인은 여러개의 선분이 하나로 만나는-”
“폴리건이든 폴리라인이든 어차피 다 똑같아요. 폴리건이 각이여러개면 각이 이렇게 이렇게 많아지면,”
 
 
 




찬열은 점을 신경질적으로 A4 용지에 콕콕 찌르다가 각을 점점늘리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는 검은색볼펜으로 빠르게 원을 그려 백현의 앞으로 내놓았다.

 
 
 
 
 


 
 
 
 


“....결국엔 이것도 원이라니깐요!?”


 
 
 


끙. 하고 백현이 처음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책상에 엎드렸다.
..너무 논리적인가.
찬열은 뿌듯함에 헤. 하고 속으로 웃었다.


 
 
 
 
 
 

“...그래,폴리건이든 폴리라인이든 ...폴리스든....다 똑같다구 해 그냥..”
“... ...”
“상관없으니까 그딴건.”

 
 


 
 
 


골치가 아픈듯 백현이 제 머리를 손으로 두들겼다. 신음하듯 내뱉는 목소리는 여전히 줄어들지않았다. 찬열은 원으로 바뀌어 버린, 폴리건(polygon)을 바라보았다.

폴리건.
그러니까 더 많아질수록 원만해진다는 것은 맞는데. 폴리라인도 하나가되고 폴리건도 결국 점이없는 원이되는건데.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거야.

찬열은 저가 요지에 맞지 않는 말을 하던말든 상관없었다.오로지 지금 중요한것은 찬열의 아버지가 칭찬해줄만한 유식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일쟁이들에게 섞이면 나도 유식해지려나.









찬열이 눈을 꿈뻑였다. 백현이 손을 떨며 책상에 고개를 박은채로 보이지도 않는 손길로 약을 찾고있었다. 쿠당탕탕. 백현의 손길이 곱지못해 꽤 오래되어 보이는 약들은 그렇게 요란한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나갔다.찬열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느다랗다고 하기전에 마른듯한 손가락.

 
 

 


“.......정말로..죽을 것 같으니까 제대로 좀 다시 골라와 줄래?...응....?”
“.... .....”
 
 





찬열은 백현의 우는 듯한 목소리에 마법에 걸린양 말없이, 빠르게 발을 옮기고 말았다.










찬열은 제 얼굴을 비추는 투명한 유리문앞에서 허, 하고 헛웃음을 쳤다.정신은 차려보니 벌써 약국앞이 아닌가.
 
 
 
 


.... ..말도 안돼 .
내가 언제 여기까지 정신없이 달려나온거지?
 
 
 
 


그리고 다시한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입이 제 멋대로, 약을 주문하고있었다.
 
 
 
 
 
 
 
 
 
 
 
 




 
 
 
 
 
 
 
 “네. 무엇을 드릴까요?”



[.......정말로..죽을 것 같으니까 제대로 좀 다시 골라와 줄래?...응....?]

























“폴리라인이요. 폴리라인만 되요. 폴리건이건 폭스트롯이건 다 필요없고 단지 폴리라인이요. 폴리라인만요. 폴리라인만 싹 쓸어서 주세요.꼭, '폴리라인'으로요!”





















03



*

백현의 집은, 사무실보다는 당연히 넓고 깨끗했다. 이층집이었고, 지하실도 자리하고있었다. 
찬열은 별로 대수롭지않았다. 제 자신의 본가도, 사실 이것보다는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았다. 물론 그것이 굳이 따지자면 아버지소유라는 것이 흠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 유산이라는게 다 거기서 거기아닌가?(...이말을 들었다면 아버지가 흠신 두들겨 팼을 지도.) 크리스마스시즌이라 분위기를 내려한 어설픈 초록색의 무식하게 큰 트리를 보며 찬열이 웃음을 참아냈다. 모든 계단들은 오크색의 계단으로 이루어져있었고, 손잡이는 금색으로 칠해져 마치 집이 빛나는 느낌을 주었다. 







“..집 멋지네요.”








그 한마디에 찬열을 백현이 돌아보았다. 별다른 짐은 없는 찬열이 1층 구석에 크게 자리한 거실의 쇼파에 몸을 풀썩- 던졌다.

..푹신푹신하군.
찬열은 가죽쇼파가 이렇게 푹신한 것인지 몰랐다. 검은색의 가죽쇼파는 찬열의 몸을 푸욱, 감싸안고있었다. 그 감촉을 느끼면서 사장님과의 섹스는 아프지않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백현을 휙 돌아보자, 백현은 2층으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침대가 너무 하얀색인거 아니예요?”
“... ...”
“금방더러워 질거라구요.”









찬열의 시시한 농담에 백현은 자신의 침대를 보다가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웃는것도 같았지만, 어떠한 것 때문에 웃은 것이든 찬열에게는 상관이없었다.






“..어! 웃었다! 사장님 웃었죠, 그쵸?”








그 말을 하자마자 백현은 얼굴을 싹 굳혔다. 마치 내가 언제 웃기라도 했냐는 양,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찬열이 그런 백현의 어깨를 부여잡고 헤실헤실 웃었다.








“에~이, 웃었잖아요!”
“... ...안 웃-”
“자! 이렇게 웃어봅시다~ 이렇게!”







찬열이 억지로 백현의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밀어올리자, 그 기괴한 웃음을 짓는 표정이나왔다.웃는 건지, 우는 건지, 짜증이 난건지. 눈쌀은 찌푸려져있고 눈은 축쳐져있는데 입꼬리는 잔뜩 올라가 있으니 가관이었다. 찬열이 그런백현을 놔주고 터진웃음을 참지못한채, 꺽꺽 댔다.







“아 사장님, 아..미치겠다.. 아-,”





...꼬마 사장님 화나실려구, 
찬열은 저 혼자서 끅끅 대다가 무표정으로 뚱, 하니 서있는 백현의 눈치를 보고서 웃음을 멈추었다. 백현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할때 찬열은 아까의 쇼파의 감촉이 생각이나 침대로 몸을 다시 똑같이 풀썩. 하고 던졌다.










“오. 사장님 아프진 않겠어 그지?”
“... ...”
“나는 바깥에서 자는거 싫어해. 그리구 창문가를 좋아한다구.”









침대를 몸으로 흔들거리며 찬열이 백현에게 요구사항이 담긴 말을 꺼냈다. 그것은 마치 황실에서 곱게자라는 보라색이라든지, 은색이라던지, 하는 신기한 털색을 가진 고양이가 요구하는 요구사항같은것 이기도 했다.







“아 참 그리고 난-”
“너 방은 따로있으니까 .”
“... ..어, 뭐라-”
“거기서 자.”






... 잘못들은 걸까?
따로가서 자라고? 하루종일 같이있자 했잖아.
시간당40 50 이라며?


그런데 그 자는 시간들을 40 50을 쉽게 쏟아 부어버린다는 거야 지금?
백현이 찬열을 힐끔 보고 발길을 돌려 2 층의 제일 큰 자신의 방을 나갔다. 찬열은 침대를 흔들던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한발한발을 옮겨, 백현을 따라나섰다.








...과로때문일지도 모른다.

.... ..과로는 무슨느낌일까. 어지러운 느낌? 메스꺼운 느낌? 빈혈? 아니면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넣은 느낌?







어쨌든 간에, 찬열은 따로자자는 백현의 말을 믿지않았다.   
.... .... 물론, 그 날저녁 자신의 방으로 정말로 돌아가야했을 때 전까지만이라도 말이다. 

















'..난 좋잖아. 사장님만 손해인 걸. 기력딸리는 일은 없고 자면서 돈이란 돈은 그대로 버니까, 그런데...'





찬열은 자신의 침대에 놓은 몸뚱아리 위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신경질 적으로 올렸다.






그런데,
... 뭐야?










...몰라 씨발.







.... ....너무 어렵다구.

....나 어려운 문제는 딱 질색인거 알잖아..
















*











“그래서. 거기는 살만해?”







마린이 다짜고짜 회사로 찾아왔다. 짜증이난게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아이스티를 마시고싶다는 사장님의 아이같은 발언에 찬열은 항의조차 할 수 없이, 지하상점으로 내려가던 참에, 프론트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머리를 이리저리만져대는 샛노란 머리의 여성의 뒷태를 보았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봤는데.
찬열은 지나치려다, 귀에 수많은 빨간 피어싱을 보고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마린, 마린이었다. 찬열은 시끄러운 일을 일으키고 싶지않아, 빠르게 발길을 돌리려했다.











“야. 박찬!!!!!”






니미, ...씨이발.
좆됐다.















찬열은 커피를 홀짝거리며 헤헤헤 하고 웃어대는 마린을 훑어보았다. 마린은 샛노란 머리에 가슴이 다 파인 얇은 반팔티를 입고 머리를 꽉 올려묶어 쇄골과 마린의 자랑거리인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나있었다. 








“...얼씨구.여름이냐.”







찬열의 말에도 마린은 어떤 말을 꺼내지않은 채 그 큰눈을 땡글땡글 굴렸다. 마린은 튀는 형광의 핑크색 립스틱을 칠하고 있었다. 분명히 예전에는 무조건 빨간색이였는데. 마담에게 주의라도 받은것인지 그 고집스럽던 립스틱의 색깔이 어느새 바뀌어있었다. 마린이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떼었다.









“옵-빠-”





...옵..빠?

...이년이 대가리에 총 맞았나.









“..뭔 부탁인데.”








찬열의 말에 마린이 헤실헤실 웃으며 몸을 이리저리베베꼬았다.
...웩. 토나올것같아.








“우웅-..”
“....새꺄, 디진다.”
“..아아아..”
“뭐냐니까...”








찬열은 진이 다빠진 채로 식은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고서 팔짱을 끼고 의자뒤로 몸을 젖혔다. 멀리서 본 마린은 정말로 가관이었다. 항상보았던 거지만 역시 입술과 혀의 피어싱, 귀의 주렁주렁달린 새빨간 피어싱은 적응되지않는다. 게다가 그 수박만한 가슴(분명히 의느님의 것이겠지만.)을 다 드러내 놓고서. 아니. 이게 무슨 차림이야 한 겨울에.


...마린은 크리스마스때 충분히 요정옷이나, 산타의 옷을 입을 만큼 패션에 자부심이 강하고 약간은 ...이상한 애이기도 했다. 찬열은 어느정도는 수긍을 하는 편이지만, 굳이 저를 만나러왔는데, 저런 옷차림은 심히 부담스러웠다.게다가 몇년이나 본 가족같은 사이, 오빠로써 신경이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물론 동생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쫌 짜증나는 구석이 너무많고도 많지만 어쨌든간에.)

...쨋든 찬열은 이번크리스마스날에는 미친년처럼 제 집앞에서 요정옷을 입고 고래고래 소리지르지 않기를 바라며 입을 열었다.









“..옷 차림이 뭐냐 그게.”
“응, 왜?섹시하지않아?”
“..거, 섹시는 무슨, 너네 엄마가 퍽도 좋아하시겠다 임마.
“....남자들은 섹시한 여자 좋아하잖아.
“...섹시보단 청순이지.
“처,청순? 오빠 섹시한거 좋아했잖아.또 언제 그렇게 취향이 바꼈어?오빠가 청순이라니 이런-









이런, 말도 안 되는-
박찬열이 청순을 좋아해?
마린이 제 옷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어이없는 듯 중얼거렸다. 몸을 뒤로 젓혀 다리를 꼰 찬열이 왁스를 발라 위로한번올려진 머리를 살짝 다시위로 매만졌다.








“외국 년도 아니고.지금 한겨울인데. 너 그러다 진짜 큰일나요. ”
“..오빠 나 걱정해 주는거야?







...제기랄. 토나오니깐 그냥 너든 야든 박찬이든 제말좀 그 오빠란 소리좀 버려 씨발.









“걱정이고 뭐고 지금 네 꼴을 봐라 쫌! 그래, 내가 그 ‘오빠’ 로써 충고하나하는데 이세상 남자들 다 늑대예요 늑대.”
“오빠도 늑대잖아.”








그렇지.
찬열은 커피를 홀짝였다.








“니한테는 제외하고.”






맞아. 이래야 맞는 문장이지.

마린이 치.. 하며 도끼눈을 하고 찬열을 바라보았다. 찬열은 그 많은 피어싱들과 옷을입은건지 안 입은 건지 깊게파인 반팔티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너 진짜로 일낸다. 네 남자친구도 한순간이야 그냥. 너가 막 이렇게 다니면 남자친구 막, 막 그있냐-,아 뭐라해야하-”
“..나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 ....”
“.... ....”






“... ..아 그랬냐..미안하다.”








찬열이 고개를 푹 숙인 마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항상 싸우고 투닥거리며 지냈지만 그것이 당연해서 그런것이지 사이가 정말로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동으로 자란 찬열의 입장에서 자신보다 세살이나 어린마린은 동생이나 다름없기도 했다.






어느날 샬롯에 찾아와서는 무언가 꼬치꼬치 캐묻던 소녀가, 이렇게 자랄줄은 몰랐다. 그것이 자그마치 언제적이더라. 찬열이 대학교를 그만두기전부터 시작했으니까 적어도 삼년은 지났을 것이다. 처음보았던 마리는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마담을 따라다니곤 했던 소녀의 이미지였다. 물론 '와. 오빠 짱 잘하나봐요!’라는 말을 방에서 달아오름을 증명하는 듯한 열기를 띄는 땀을 닦고나오며 들었을때에는 그 이미지가 깨져버리고 말았지만 어쨌든.


사실 몸파는 년 따위라고 칭하는 찬열이었지만 따지고보면 샬롯에서 마린은 호스티스도 술을파는 여자도 아니었다.
그저 마담의 친구의 딸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서빙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전혀없었다.

























*









“오빠 그래서...영신이 그년이 -”







..아.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쫑알거리는 마린의 앞에서 찬열은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가 켰다를 초조하게 반복했다. 아이스티가 정말로 업무에 중요한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찬열의 뇌리에 틀어박혀 아까부터 마린의 말에 집중할수가 없었던 찬열이었다. 폴리라인의 그 사건에 시달렸던 찬열은 다시는 그런일을 반복하고 싶지않아 갑작스레 아이스티라는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불안해지고 말았다.








“오빠 그래서-. 오빠. 오빠.”
“.... ...”
“박찬!!듣고있어?”
“... 어? 어, 어어...”







다시 마린이 쫑알거리기 시작하자, 찬열은 순간없어졌던 그 ‘업무’가 떠올랐다.


젠장. 업무란게 이렇게 짜증이 나는거야?
이렇게 개개인의 시간까지 방해하다니. 


찬열은 자꾸만 백현과 아이스티를 생각해내는 머리가 미웠다. 멍, 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다시바라보았다. 1시20분. 벌써 한시간이나 지나고 말았다. 혹시 아이스티의 성분이 없으면 막 토하고 그러는거 아니야? 
찬열은 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도 모르는 채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달떨었다.




그러다가 카페주위로 점점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찬열이 둘러보았다. 카페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커피를 주문시켰고,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을 보다가, 어떤 한 남성이 복숭아맛 '아이스티'요- 하고 주문하는 것을 듣자마자 찬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일쟁이들은 '아이스티'가 필요하다니까!














“오빠. 야 박찬열. 이럴꺼야?”
“응?”







벌써 1시23분이다.






“나 부탁할게 있다구..진짜루.”
“아, 그,그치.뭔데?”
“나 있지-”




'복숭아 아이스티 !복숭아아이스티 누구세요!'






남자가 주문한것이 나오자마자 찬열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일어났다. 야!어디가! 하는 목소리를 배경으로 찬열은 쿵쾅쿵쾅-달리듯 걸어서 카운터에 놓인 복숭아티를 빠르게 휙 낚아챘다.








“주문하시겠어요?”
“아니요.이게 제 껍니다. 얼마예요?”
“.... ..어,저, 손님-”
“얼맙니까!!??”
“...4500원입니-”








찬열은 바지주머니에 들어가있는 구겨진 5000원 짜리를 던지다시피 카운터에 올리고 무언가에 쫒기듯 아이스티를 들고 걸어나왔다.
1시 25분. 



....미치겠네 젠장!!













“박찬 너 갑자기 무슨-야!!어디가!!!얏-!!!!”










찬열은 그렇게 모양빠지게 달려본적이없는 것 같다.아마도 그렇게 다시달릴일도 없을 것이다. 찬열은 마린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사장님의 건물로 발길을 점점빠르게 재촉했다.
하아하아. 숨이 찬듯 목울대가 턱턱 막혔지만 찬열은 모양빠지게 바람에 날리는 머리도, 숨을 쉬지못하는 목구멍도 중요하지않았다. 




그저, 그저 !지금은 이 업무가 너무나도 급했다!





10도씨입니다.

혹, 저 알아봐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신알신, 암호닉,등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하나하나 알아가서 꼭 뭐뭐어떻게 해야하는지, 공지를 어기는게 있는지 등등.어기거나 틀린것있으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잘 알아봐야겠어요 ^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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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글 소재도 신선하고 재밌어요!ㅎㅎ작가님 계속 연재 부탁드려요ㅠㅠ
11년 전
10도씨
감사합니다 ^^
11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10도씨
네!감사해요~
11년 전
독자3
신알신해야겠다ㅠㅠ진짜재밌어요ㅠㅠ
11년 전
10도씨
신알신!감사해요!
11년 전
독자4
너무좋어요ㅠㅠㅠㅠㅠㅠ이제발견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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