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가능성도 있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 참고하세요!
※해리포터 속 주인공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세계관을 빌려와서 그들이 모두 졸업한 후가 아닐까...
※나이를 원작 호그와트 학년의 나이보다 올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4학년부터는 성인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캐릭터 소개 및 프롤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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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에는 여왕이 산다]
-11화
***
재환은 생일파티 내내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래번클로 기숙사 앞으로 찾아갔다. 푸른색 교복을 입은 래번클로 학생이 독수리 상 앞에 있는 재환을 보고 쓱 지나간다. 그는 입을 달싹이다 말을 거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독수리 옆에 쪼그려 앉은 재환을 툭, 건들이자 멍하니 있던 재환이 뒤로 넘어갔다.
“뭐해?”
그가 찾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재환은 순간 생각했다. 이 형은 밑에서 보는 이런 각도에서도 잘생겼네. 뭔가 뿌듯해진 재환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형 보러 왔지.”
그 말에 민현은 살풋 웃으며 재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왔던 계단을 내려가며 물었다.
“왠지 뭔지 알 것 같지만 일단은 물어볼게. 왜 보러 왔어?”
“생일 파티.”
맞네. 그는 예상했다는 듯 입을 달싹였다. 계단을 다 내려가고서도 멍하니 한 계단 더 내딛고 휘청거린 민현을 재환이 붙잡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딱 털어놔. 평소에도 루아 때문에 상태 이상한 건 알았는데, 뭔가 달라.”
묘하게 웃는 민현을 보고 재환이 더욱 심술 난 표정을 했다. 그리고 머리를 다소 거칠게 쓰다듬는 민현의 손을 가만히 내버려둔 그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말 안 해주면 이제...”
“ㅡ봤어.”
“응?”
벽에 비스듬히 선 민현이 재환의 말을 자르고 툭 내뱉듯 말했다. 눈에 초점이 사라진 듯 흐릿한 그의 모습에 재환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뭔데. 진짜.”
잠시 눈을 지긋하게 감은 민현이 눈동자를 굴리다가 뜨며 웃었다.
“고마워 재환아.”
“옹?”
“방금 생각이 정리됐어.”
“그게 무슨 갑작스러운 말일까?”
성큼 재환의 앞으로 다가온 민현은 재환의 볼을 툭 쳤다. 가까이서 본 민현은 예전으로 돌아온 듯하면서, 무언가 바뀐 것ㅡ예를 들면, 성우형처럼ㅡ같았다. 위험해보였다.
“너무 예쁘더라고.”
“...루아?”
“지우려고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은 약한 사람이라면, 역시 직진밖에 없겠지.”
혼잣말하듯 눈을 내리깔고 말하는 민현을 보며 재환은 점점 뒷걸음질을 쳤다.
“고마워 재환아. 너가 와서 확실해졌어.”
“나 지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
“너랑 같이 루아랑 키스하는 걸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아서. 그래서.”
폭탄 같은 말을 남기고 기숙사로 훅 올라가 버리는 민현을 보며 재환은 마치 하루 전의 민현처럼 초점을 잃고 멍하니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이미 사라진 계단 위를 올려다봤다.
그런 재환을 발견한 것은 성운이었다.
“ㅡ전염병인가. 넌 또 왜 그래?”
“...형, 민현이형 위험해요.”
“걔 원래 요새 이상했잖아.”
“아니, 제가 뭔가 툭 건들인 것 같은데.”
둘은 함께 민현이 있을 래번클로 기숙사 쪽을 힐끔, 보았다. 성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대부분이 사실에 가까웠다.
“이제 어떤 방향이든, 저 꼴 보기 싫은 처짐은 없겠네.”
“뭐지, 형은 뭐 알아요?”
재환의 어깨를 툭 치고 계단에 발을 올린 그가 말했다.
“추측. 근데 내가 추측을 참 잘해요 또.”
그렇게 래번클로의 두 남학생은 재환에게 엄청난 혼란을 안겨주고 떠났다. 그는 뒷목을 긁적이다 뒤돌아서며 중얼거렸다.
“뭐든 잘 된 것 같네. 후플푸프가 최고야. 진짜.”
***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달이 기어코 오고 말았다. 호그와트의 6월이었다.
첫째 주부터 시험의 연속이었다. 특히 5학년과 7학년은 각각 OWL과 NEWT로 인해 퀭한 몰골로 호그와트를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성은 NEWT를 앞두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호그와트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는 소리였다. 그는 자신의 호그와트에서의 7년을 돌아봤다.
후플푸프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상당히 의기소침했었다. 그의 사촌 누나는 래번클로였고, 항상 그에게 후플푸프가 바보들만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후플푸프는 그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결국 반장 자리까지 맡은 그는 자랑스럽게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루아. 뭔가 그 이름이 계속 맴돌며 그를 괴롭혔다. 지성은 그녀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항상 이 생각 뒤에는 ‘하지만’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래서 졸업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어색한 이유일 것이다.
2학년 시험을 마치고 들어오는 진영을 보며 지성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부럽다. 2학년이라.”
“형 그거죠. 졸업 증후군.”
“아니. 나 졸업 행복해. 더 이상 호그와트의 6월을 맞이하지 않아도 되고.”
“근데 왜요.”
진영은 소파에 파묻어진 지성의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몰라. 학교가 좋은데 졸업은 싫어.”
너는 아직 모를 때지. 한숨을 쉬며 더욱 소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지성.
“시험은 잘 봤어?”
“ㅡ오늘은 무난했어요. 근데 딱히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좋아 그런 딱 잘라 말하기. 이런 질문은 하는 게 아니지. 암. 그렇고말고.”
에효효, 둘은 함께 한숨을 쉬며 소파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자 많은 후플푸프 학생들이 눈 밑이 쾡한 상태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알 수 없는 비장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순간이었다.
나만 망한 건 아닐 거야.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
슬리데린은 비교적 차분하게 호그와트의 6월을 보내는 편이었다. 각자 알아서 잘하겠지. 슬리데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루아 또한 그러했다. 그녀는 머리를 하나로 땋아 가지런히 오른쪽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상태였다. 성우는 그런 루아의 헤어스타일을 시험에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 네가 그 머리일 때 참 싫어. 근데 좋기도 해. 예뻐서.”
내일 있을 점술 과목 교과서에 코를 박고 그녀가 말했다.
“선배 OWL인데, 괜찮나요.”
“알잖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난 그것만 할 거니까.”
성우가 오러를 꿈꾼다는 것은 아는 사람이 몇 없다. 아마 그 집안에서 난리가 나지 않을까. 오러는 기본적으로 힘든 직업이었다. 특히 지금 같은 시기에는.
“오러되면, MIV들 많이 보겠네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당히 예민한 문제를 말했다. MIV, Muggle-born Is Virus, 머글 태생은 바이러스다. 그들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마법 폭주 현상이 순수 머글 태생 마법사에게서 나온다고 믿는 단체였다. 실제로 순수하게 마법사의 피가 섞이지 않은 머글 출신 마법사들을 공격하는 단체였다.
즉, 루아도 그들의 대상이었다. 성우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전부 잡아야지.”
그녀가 반짝 고개를 들어 성우와 눈이 마주쳤다. 아, 슬리데린이다. 저 눈을 루아는 사랑했다.
호그와트에는 4개의 기숙사가 있다. 각 기숙사마다 특징이 명확했다. 만약 소중한 사람이 죽을 위기에 놓인다면, 각 기숙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리핀도르는 ‘나는 널 위해 죽을 수 있다.’, 레번클로는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후플푸프는 ‘나는 너와 함께 죽을 수 있다.’
그리고 슬리데린은,
“너가 원한다면 전부 죽여서 머리만 네 앞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어.”
‘나는 너를 위해 사람도 죽여 줄 수 있다.’ 였다.
그리고 그녀는 뼈 속까지 슬리데린이었다.
“아쉽게. 함께 해치워야지.”
아, 성우는 그녀의 대답에 전율했다. 그의 고개가 빠르게 그녀의 앞까지 갔지만, 거기까지. 점술 책이 성우의 얼굴을 막았다.
“말했잖아요. 그때. 금지라고.”
“ㅡ참, 약속은 잘 지켜.”
“그렇죠.”
황민현, 너는 당장 내가 알던 현명한 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매우, 아주, 굉장히 나에게 혼이 날 것이다. 성우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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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는데, 한 편 올리고 갑니다.
댓글은 정말 힘이 됩니다ㅠㅠㅠㅠ감사해요!!!